부모님 두분 다 남들이 보기엔 참좋은분들이세요. 특히 어머니는 자기삶이 없어요. 오로지 자식만 보고 사신분입니다. 아직도 제가 아침에 출근준비에 바쁘면 제 이불을 개어주십니다. 아버지는 정말 가난한 집안에서 자수성가하셔서 아직도 부지런하시고 열심히 사십니다. 명절빼고 아예 쉬지않으세요. 주말이 전혀없습니다.
이런 부모님들 아래에서 사춘기도 없이 자랐어요. 부모님이 강조했던건 남한테 피해주지 말고, 조용해야하고 성실해야한다. 대충 이런것들이었구요.
저같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뭐 결말은 아시겠죠.. 괜찮은학교 괜찮은 직장테크를 타고 부모님이 절자랑스러워하시는데 그게 너무 싫고 끔찍해요. 숨이 막혀요. 얼마전부터 조울증 진단받고 약복용중인데도 자꾸 눈물이 나오고 죽고싶어요. 몇일전에도 밥먹는데 부모님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이 "ㅇㅇ이는 어디 취직했단다 월급이 얼마더라 그거보면 넌 얼마나 좋은직업이냐"하시더라구요. 갑자기 기분이 너무 안좋아져서 그런말 하지말라고 쏘아붙이고 그냥 나와버렸네요. 얼른 돈모아서 일년안에 독립하고 적어도 삼사년 인연끊고 살려고해요. 그때되면 좀 나아질까요.. 약복용도 일년간은 꾸준히 해보려해요.
테크 타셨네요. 독립부터 시작해야죠. 몸 멀어지고 마음에 거리도 두고 나이 먹으면서 다른 사람, 다른 집단, 다른 경험도 겪어보고 결혼도 해보고 애도 낳아보고 그쯤이면 큰 힘 들이지 않고도 부모님을 독립된 다른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죠. 운이 좋으면 더 일찍 '정신적' 독립이 가능할테고요. 힘내세요. 기복은 있지만 나이 먹을수록(경험과 노력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확실히 더 쉬워진다고 믿어요.
귤둘님 부모님은 자식을 위해 그러셨겠지만,사실 그렇게 곱게 자라 사춘기도 없이 성인이 되는 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자식은 부모와 독립된 인격체인데 훌륭한 부모-착하고 바람직한 자녀의 틀에 갇히게 되면 뒤늦은 사춘기를 겪거나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거든요.부모님이 바라는 모습대로 순조롭게 성장한다는 건,사실 본인이 원하는 걸 찾고 스스로 선택하고 고민하고 실패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스스로 선택하고 고민하고 실패도 해봐야 성인으로서의 정체감을 가질 수 있는데,그런 과정이 생략되면 나중에라도 정체감의 혼란,즉 늦은 사춘기를 겪게 마련이거든요. 일단 귤둘님은 부모님의 기대에 대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시고,더 이상 부응할 생각도 마시고-사실 자녀를 낳아 기른다는 건 갚아야 할 은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봅니다- 혹시나 들 죄책감도 미리 떨쳐버리셨으면 좋겠어요.원망과 죄책감의 양가감정으로 혼란스러우실 수도 있어요.그럴 땐 내가 행복한게 최대의 효도라고 생각하세요.사실 자식의 미래를 위한 헌신은 무조건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거든요.원치 않은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내 권한을 뺏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지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찾아보시고,본업 외에 취미로라도 집중할만한 일을 해나가셨으면 합니다.부모님과의 거리도,독립 이런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것보다는 우선 내 공간 확보,내 사적인 영역,내 결정 등을 존중하도록 바꿔나가시는게 좋겠네요.방안에서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셨으면 하고요..약도 효과가 있지만 심리적인 노력도 꼭 필요할 것 같아요.
너무 싫고 끔찍하면서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하시는군요. 일단 그 이율배반에서 벗어나는게 먼저같은데요. 부모님 말씀을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수있으면 인연을 끊고 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본인이 불행한건 부모님 탓이 아니에요. 부모님은 원래 항상 모두 그렇습니다. 원인은 부모님을 꼭 따르려고하는 본인에게 있지요. 이제 경제력도 있으시니까 독립하는건 좋은 생각인거같습니다.
독립하는 건 중요하지만 나아지는 건 다른 문제 아닐까요. 결국 부모님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래도 되나라고 생각하지 못한 혹은 생각하면서도 그대로 따라간 자기 책임이 가장 크다는 걸 인정해야 그 이후로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얼마나 그 영향을 비우려고 했고 얼마나 자유로웠는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돌이켜보면 부모님도 자기 나름의 최선을 다 한 거라고 생각해요.
자식들이란 참 간사하지요(저도 포함됩니다) 풍족할때는 부모와 떨어져있으려고 하지만 궁핍할때 결국 찾는것은 다시 부모품, 부모지갑이거든요. 최대한 빨리 독립하시길 그 독립이란 정신적 독립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시길바랍니다. 독립후 생각지 못한 일들로 다시 돌아가시진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