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감정에 관한 잡설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잡상에서 비롯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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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사실이지만, 저는 사실 인간의 감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냥 조금 대화가, 감정이 거칠어진다 싶으면 먼저 사과를 하곤 했습니다.
내가 잘못했다고 해버리는 쪽이 더 편하니까요.
남을 원망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잘못했다고 수긍해버리는 것.
그것이 제 삶의 방식이었죠.
그런데 그것이 나만을 위한 일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왠지 비난의 염을 자꾸만 다른 사람에게서 느낍니다.
일전에 쓴 글에 달린 댓글도, 왠지 저를 질타하는 것만 같아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약간 냉정해진 머리로 다시 읽어 보았더니, 그렇게 나를 꾸짖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혹시 꾸짖는 의도가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자꾸만 비난을 볼까요.
타인의 눈에서 경멸만을 보고, 스치는 시선에서 모멸만을 느끼게 되어버린 게 우울 때문인지 내게 영향을 끼친 한 사람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은사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편지를 드리기로 해 놓고, 도저히 편지를 쓸 수가 없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정말이지 제 소심한 마음에 큰 용기를 내어 드린 전화였습니다.
당연히 좋은 마음이실 리 없을 겁니다. 그분은 저를 꾸짖으시고(확신할 수 없는 것이 절 위한 말씀이셨겠지만 저에겐 꼭 꾸지람으로 들렸습니다) 메일로 이력서나 보내라 말씀하시고 끊으셨습니다.
정말 면구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팠던 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너무 마음이 답답해서, 죄송하다고 문자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죄송하다고 사과 문자를 쓰면서도... 이게 정말 그분을 위한 사과인지, 단지 내 마음이 편해지려고 부리는 헛수작인지 나 자신에게 되묻게 되더군요.
사실은 후자겠지요. 그 점이 또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는 정말 최저의 인간입니다. 정말 뭘 잘못했는지 깨달아서가 아니고, 단지 내 마음이 편하려고 사과만 반복합니다.
그렇지만.. 모르겠는걸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해야 풀 수 있는지를, 모르겠는 것을요...
난 왜 이렇게 바보일까요.
나는 이렇게나 오래 나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나를 마냥 미워하지도 않고, 어느 정도는 정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다 추하게 여기는 내 외모도 나는 그냥 그럭저럭 밉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내가 외견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설령 내가 다른 누군가와 존재를 뒤바꿀 수 있다고 해도, 망설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나를 포기하는 행위일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어리석음, 내 추함, 내 용렬함에는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나 자신을 미워하지는 않아도, 그냥 불쌍합니다.
자기 연민과 자기 혐오 중 어느 게 더 나쁜지는 저도 모르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받고 싶습니다.
나는 나를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이해해준다면 좋겠지만,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데 누구에게 이해를 바라겠어요) 그저... 나를 용서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사람들이 종교에 빠져가는지 알 것 같은 기분입니다.
용서받고 싶은데 용서해준다니 이 얼마나 멋지게 들립니까. 죄의식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의 심정, 너무나도 잘 압니다. 아프도록 압니다.
그게 정녕 옳은 일인지는 몰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밤이 깊어가는군요. 전 지금 무척 외롭습니다.
너무나 원망스런 어머니라도 돌아오면 붙잡고 껴안고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받아주지 않으시겠지만.
긴 외로움은 사람을 미치게 하나 봅니다. 또 타락시키고 악하게 만드나 봅니다.
지금의 전 악플러들이나 트롤러들의 기분마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심정이니까요.
얼마나 외로우면, 얼마나 누군가에게 관심을 얻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하면 우스울까요...
단지, 떠나간 누군가의 마음에 깊은 위로를 보내고 싶었습니다만...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제가 보내는 위로 따위, 텅 비어 있을 뿐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감정을 안다고, 외로움이나 기쁨, 슬픔을 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매일매일을 선물상자를 여는 것처럼 기쁘고 좋은 일들로 가득 채우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또 슬프군요.
슬픈 밤이 지나갑니다.....
몇 군데 이력서를 넣어 보면서, 제 하잘것없는 경력으로 뭐가 가능할지 그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정녕, 이 앞에 희망은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