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나은 실수, 현실적인 실패
얼마전에 공채 서류가 또 떨어졌어요.
이 화창한 오후에 이 무슨 꿀꿀한 소식이냐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 전 그렇게 까지 절망적이거나 슬프진 않았답니다.
다만 필기시험이랍시고 사람을 9시 반부터 불러서는 오후 4시에 보내준 회사나, 거기서 한 고생이나 야속하긴 하지만,
그래도 공짜 음료수에 빵에 과자에, 심지어 tving 한달 이용권과 영화 예매권을 생각하면...... 아주 아쉬운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심지어 어제 먹은 레몬 소주의 맛도 참 괜찮았답니다. 소주 못드시는 분들은 레몬즙이랑 섞어서 꼭 드셔보세요. 전 한병을 다 비웠답니다.
다만 그런 두려움은 들어요. 실패에 대한 고통은 덜한 편인데, 다음에 또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드네요.
이렇게 죽죽 실패를 기록하여 정말 답도 없이 늙어가면 나는 어쩌나..... 하는 무서움이 듭니다.
그 때도 그다지 하고싶지 않은 일자리를 전전하고, 옥탑탈출 못하면 참 슬플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시작해야지!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다가도, 멈칫하게 되네요. 마치 평행봉에서 한번 미끄러져 크게 다친 체조선수가 '아픈건 괜찮은데, 또 넘어질까봐 무섭네...'하는 것처럼.
이런 고민을 아는 선생님께 털어놓았더니, 내일은 조금 더 나은 실수, 조금 더 현실적인 실패를 하라고 하시더군요.
도전은 계속하되 발전이 있고, 달릴때는 달리되 계속 넘어질 경우를 생각해놔야 한다고.
'선생님, 그게 쉬워요!'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그 말속에서 제자를 걱정하는 애정이 느껴져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내가 계속 넘어지길 두려워하는 것 처럼, 선생님도 내가 넘어져서 못일어나는걸 두려워 하시는구나..... 하고요.
안좋을 일도 많지만, 그래도 나 아닌 누군가가 저를 애정있게 대해줄 때, 많은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모두들 즐거운 오후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