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살면서 딱히 배신이랄 일을 겪지 않았어요. 경계심이 강해 사람을 잘 믿지 않았고 운이 좋아 믿었던 사람은 저에게 같은 호의와 믿음을 주었거든요.

그런데 거짓말같이 저도 이런 일을 겪네요. 그것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믿고 노력했던 사람에게서요. 그러고나니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네요.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생각,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을 예견할 수 있는 힌트가 꽤 많았는데 믿고싶다는 마음으로 넘겨버린 저의 어리석음에 대한 한탄, 자신이 했던 말에 책임을 지지않는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에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안 지킨 상대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씁쓸함, 상실감, 두려움, 원망......

감정은, 상황은 변할 수 있어요. 어느 것도 영원하진 않겠죠. 하지만 함께 했던 시간들, 나누었던 말들은 남아 있고 그 시간들은 간직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상대의 비열한 마지막 모습때문에 그럴 수도 없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쓰라린 것은 끝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상대가 마지막에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네요. 지나온 시간을 송두리째 시궁창에 넣어버려 이제 추억으로 남길 수조차 없어졌어요.

어제 예상치않게 그 일을 겪은 후 넋 놓고 저도 모르게 주저앉아 버렸어요. 온 몸에 힘이 빠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군요. 지금은 분노와 적개심, 복수심에 마음이 괴롭네요.

지금은 그저 시간이 가길 기다려야겠지요. 사람 마음 갖고 장난치면서 죄책감도 없는 사람을 못 알아본게 뼈 아프네요.

    • 관계의 끝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사람의 바닥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마 평생의 신앙이 무너진 종교인의 심정이 그것과 비슷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상처 난 마음에 잔뜩 힘 주지 마시고 자신을 돌보고 건강하게 지내셔야 해요. 언젠가 냉정을 찾고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은 좋았던 그대로, 나쁜 기억은 다시 떠올라도 마음을 다치게 하진 못할 만큼 연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날이 올 거예요. 부디 빠른 시일 내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게 되기를 바랄게요. 힘 내세요!
      • 신앙이 무너진 종교인의 심정이라는 말이 와닿네요.더구나 저는 상대가 머뭇거리던 저에게 손 내밀고 적극적으로 끌어갔던 경우라 마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바닥을 드러내며 저를 할퀸 것이 용서가 안 되네요.



        얘기하신대로 저를 돌보며 건강하게 지내도록 해볼게요.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얼마전 믿었던 사람에게서 예상치 못한 배신을 당하고 많이 힘들었어요. 나 자신을 포함해서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머리로만 알다가 뼈져리게 몸소 체험하고 나니, 전반적으로 사람들에게 거는 기대치가 낮아지더군요. 기대를 많이 하지 않으면 실망하는 일도 적어지겠지요. 사람보는 눈이 없었고, 그 동안 작은 실수들을 묵인했던 제 자신을 많이 책망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용서해주려고 합니다. 이 일을 겪은 만큼 성숙해지고, 절대 같은 실수하지 않는 조건으로요..
      • 저도 사람보는 눈이 없었던 것, 중간중간 힌트 준 것을 무심히 넘겨버린 것을 많이 책망했어요. 제가 진심이었기에 당연히 상대도 진심일거라 생각했고 그런 힌트도 애써 좋게 해석했거든요. 같은 실수는 안 해야겠지요. 좀 더 조심하며 살고 주위의 좋은 사람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껴줘야겠어요.
    • 조언이라기보단 제 의견이긴 한데.. 소수의 몇사람에게 집중하지 마세요. 한 두 사람에게 친화력의 에너지를 쏟고 나서 자기 기대를 충족시키도 힘들거니와 혹시나 상대가 '배신'을 했을 때 후유증도 크죠. 다양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관심과 배려를 하는 것이 본인의 정신건강이나 대인관계에 훨씬 낫습니다. 일종의 분산투자죠. 개별 사람을 놓고 본다면 신뢰도나 애정도나 떨어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놓고 본다면 더 풍성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성격상 그러기 힘들다고 하셔도 그런 쪽으로 노력을 해보세요. 저도 살다보니 많이 바뀌더군요.
      • 그게 좀 더 풍부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위한 방법일 것 같아요. 전 신뢰도나 애정도가 떨어지는 관계에는 공허함을 느끼고 집중을 못해서 그동안은 몇 명에게 집중했는데 이런 일을 겪고보니 느끼는 게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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