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조미료를 친 그래비티

"'그래비티'의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 측은 '휴스턴 관제센터의 모습', '산드라 블록의 러브라인', '산드라 블록의 과거 회상 장면' 등을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대자연 우주 속에 내던져진 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 엑스포츠 뉴스, 나유리 기자

(http://xportsnews.hankyung.com/?ac=article_view&entry_id=380690

 

만약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워너브라더스에 굴복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1. '휴스턴 관제센터'

 

(풋내기 연구원인 잭과 폴은 한가로이 도너츠와 커피를 먹으면서 시덥잖은 농담을 하다가...)

 

잭 : (커피를 쏟으며)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폴 : (퉁명스런 눈빛으로) 왓 더 헬 이즈 고잉 온?

잭 : 저... 저 레이더를 좀 봐!

폴 : 뭔 소리야... (도너츠를 떨어뜨리며) F**K! 빨리 익스플로러에 연락해. 당장 상부에 보고하고!

잭 : 갓 댐 러시안!

 

(이후 그들은 스톤이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고, 탄식과 분노에 빠져 있다. 그런데...)

 

폴 : 저... 저기를 봐!

잭 : 무슨 소리야?

폴 : 대기권에 진입한 물체가 감지됐어! 스톤이 탈출한 게 아닐까?

 

(총책임자 마이클이 이들을 밀치며 말한다.)

 

마이클 : 지금 당장 낙하 위치를 산출해서 구조대를 급파할 수 있도록!

 

(구조대의 출동과 그들을 실은 헬기를 멋있게 촬영하면서 긴박한 BGM 하나 얹어주기...)

 

따르릉 따르릉...

 

폴 : 구조대가 스톤을 발견했답니다!

모두 :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며, 서로를 껴안으며 박수를 친다.) YEAH!!!!!!!!!!!!!

 

 

2. 코왈스키의 장례식에서 

 

(휠체어를 탄 스톤,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 잭과 폴의 부축으로 간신히 일어선다.)

 

스톤 : 저를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코왈스키의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희생해서 저를 구해주었고, 끝까지 저를 안심시켜 주기 위해 차분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우주유영 세계신기록을 수립하였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그의 육신은 지구에 없지만,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저기 저 하늘 위에 있습니다.

밤이 될 때마다, 아니 앞으로 살면서 힘이 들 때마다 저 하늘을 바라보며 홀로 우주를 떠돌고 있을 코왈스키를 생각하며,

그의 몫까지 열심히 살 것을 여기에서 다짐합니다.

영웅은 제가 아니라, 바로 코왈스키입니다. 

 

(장엄한 음악이 흐르면서, 스톤의 눈물 한 방울 쏘옥...)

 

 

 

웃자고 한 번 써봤는데... 재미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클리셰 조미료를 제대로 쳤는지요?

이런 헐리우드의 클리셰가 없었기에, 그래도 [그래비티]가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장례식에 성조기로 감싼 관을 군인들이 둘러싸고 대통령 쯤 되는 사람이 눈물 한 번 훔치는 뭐 그런 장면도 들어갈지도.
      • 성조기 펄럭이는 거까지 써보려고 하다가, 애국심까지는 좀 무리라고 생각하여 뺐습니다. ㅎㅎㅎ
    • 전 추운 우주공간에서 스톤과 코왈스키의 저체온을 염려한 포옹신을.........넣겟어요 제로그래비티에서 두둥실 둘이 허그해 보아요~
      • 기사에 나온 거처럼 러브라인을 넣으려고 하다가, 쓸 자신이 없어서 스킵했습니다. ㅎㅎㅎ
        • 그런데 저는 좀 구식이라 그런지 딸의 죽음으로 힘들어 하는 스톤과 아내의 변심으로 힘들어하는 코왈스키가 당연하게 연애하나?했지 뭡니까...
          우주가서도 사랑하냐 그랫는데 ㅠㅠ 아닙니다 아아..사랑따위보다 더큰 우주를 보여 주더군요
          • 코왈스키가 불현듯 소유즈에 나타난 환상에서라도 한 번 뜨겁게...음...
            갑자기 떠오르는 건, [타이타닉]에서 케이트 윈슬렛이 습기찬 창문을 손으로 건드리는 베드신;;;

            그렇게 죽음의 공포 앞에 인간은 생명을 갈구하게 되는데,
            진짜인지 환상인지를 분간 못할 정도로 생생한 경험을 한 스톤.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탈출을 시도하는데...

            영화가 산으로 가는군요...
    • 1. 휴스턴 총 책임자는 아내가 선물한 조끼를 입고 상황을 지휘하고, 두꺼운 안경 낀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케슬러 신드롬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도 있어야겠죠.
    • 롤랜드 에머리히나 마이클 베이가 그래비티를 만든다면 저런 분위기가 될까요?
    • 아... 정말 다행이고 감독님께 고맙네요.
    • 저도 이걸 느꼈어요. 주류영화에 많이 들어가는 양념이 여기엔 없다!!! 그래서 뭔가 우아함을 잃지 않은 느낌은 좋더라구요. 긴장감도 잃지 않고요. 근데 초반부는 약간 지루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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