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잡담

얼마전 한국에 들러 서점에 가보니, 창조경제에 관한 책들이 두루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리저리 읽어보고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읽은 책들의 거개는 말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 - 그래서 뭘 하자는 거냐 - 에 있어서 미흡하고 얼버무리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강 어느 부분이 말이 되고 어느 부분에서 미흡한지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창조경제를 말하면서 대개는 마이클 포터 (1990)의 stages of economic development를 먼저들 말하더군요. 마이클 포터 교수는 한 나라의 경제성장 발전 단계를 세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첫번째 단계는 factor-driven economy, 두번째 단계는 investment-driven economy, 마지막 단계는 innovation-driven economy라고 합니다. factor driven economy에서는 천연자원과 인력을 싼 값에 공급함으로 인해서 자본을 축적합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누나들 미싱 돌려서 외화 벌어오는 단계이지요. 그리고 나면 투자 경제, 마지막으로는 혁신을 기반으로 한 경제를 겪게 됩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제가 생각하기에 전통적으로 "오래 일하고, 더 많이 일하라"는 input driven economy를 믿어왔습니다. 공부가 되든 안되든 일단 자리에 앉아있고, 일을 하든 안하든 남들 일할 때는 밤 아홉시까지 같이 있어주는 직장 문화가 그런 것이지요. 어떤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더 많은 input으로 해결하려고만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난자를 때려 부어서 줄기세포를 만들자는 태도나, 무조건 "노력한 사람" "고생한 사람"이면 한 수 접고 좋게 봐주는 문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과정에 있어서의 효율보다도, input을 때려붓는 것으로 어떻게든 해결을 보려고 하는 것이지요. (이 부분은 박 승 총재가 예전에 인터뷰에서 한 번 지적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원로의 식견에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를 investment driven - 금융 허브로 만들자니 언어라는 장벽이 있기도 하고 금융 노하우가 영국, 미국, 일본에 비해 못해, 이제까지 성과가 좋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이제는 factor driven economy에서 innovation driven economy로 만들자, 즉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팔아 먹고 살자 이런 이야기가 창조경제인가봅니다. 여기까지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그냥 새로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팔아 먹고 살자면 구체적이지 않으니, 어떤 새로운 걸 팔아 먹고 살자는 이야기냐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여기가 제가 미흡하다고 느낀 부분입니다. 


보통 미국에서는 IT와 BT (Biotechnology), 대체에너지 부분이 여기에 속한다고 봅니다. 그래선지 창조 경제 관련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 정보화 진흥원의 리포트를 읽어보니, 주로 IT를 많이 염두에 두고 리포트를 쓴 듯 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IT가 현재 미국 젊은이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BT의 경우는 미국 내에서도 해결할 문제가 산더미입니다. 이 업계는 high risk, high return이 특징입니다. 기술개발에서 FDA를 통과하는 데까지 시간과 자본이 많이 드는지라, 회사들이 어느정도 특허를 개발한 후 IPO를 하고, IPO를 한 후 제약회사에 특허를 팔거나 하는 식으로 치고 빠지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버드의 게리 피사노 (2006)는 현재 미국의 BT는 잘못된 구조를 가지고 있고, BT회사들은 사실상 이윤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더더군다나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체 에너지 부분같은 경우도 오바마 정부 들어 지원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합니다.  이 중 solyndra는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힙니다


그러면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비벼볼만한 건 IT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IT를 살려보자, 청년 창업을 해보자 이걸로 들리는데 이게 안철수의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과 어떤 면이 다른지 전 모르겠습니다. 하긴 안철수의 아이디어를 가져왔건 아니면 고 김대중 대통령의 IT강국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건, 우리나라가 먹고 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실행이 중요하지 아이디어의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IT를 중심으로 창업을 촉진시켜야할까, 를 논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창업 (특히 식당업을 중심으로 한 창업)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 인구 100명당 식당의 숫자가 미국의 2배입니다. 닭튀기는 것 가지고는 이제 먹고 못삽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7대 전략을 내놓았는데, 1) 국민 행복 기술로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 창출 2) 소프트 웨어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 3) 개방과 공유를 통해 창조 정부 구현, 4) 창업국가 코리아 구현 5) 스펙초월 채용 시스템 구축 6) 대한민국 청년이 세계를 움직이는 케이 무브 7)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 전략이라고 합니다.


제가 읽어보니  국민 행복 기술로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있는데, 이것은 전략이 아닙니다. 이것은 대강의 총론이 될 수 있을 지언정 구체적인 전략이 아닙니다. 굳이 따진다면 다양한 근무형태, 다양한 고용형태 추진이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좋은 방안으로 보입니다. 이는 공무원들에게는 일부 시행하고 있고 (재택 근무 혹은 flexible office hours) 실제로 일부 공공기관에서 하고 있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택근무나 유연성있는 근무시간을 사기업에게 강제할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일곱번째 미래 창조과학부 신설이 그 다음으로 커다란 헛소리로 보이는데 이는 그냥 정보통신부를 부활시키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방과 공유를 통해 창조 정부를 구현한다는 안의 각론으로는 공공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전면 개방하겠다는 안이 들어있습니다. 좋은 안입니다. 제 기억에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맥킨지 컨설팅에서 지적한 내용중에,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 나라의 실업률이 얼마다 라고 발표하면 그 실업률은 정부에 유리한 것이든지 불리한 것이든지 하여간 있는 그대로여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가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이 정부가 발표하는 정보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생각이 되십니까? 저는 지금 정부와 민간간의 정보 불균형information asymmetry가 심각하다고 느낍니다. 스펙 초월 채용 시스템 구축은 제 생각에 될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는 스펙 좋은 사람들도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교육에 input을 엄청나게 때려부었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청년이 세계를 움직이는 케이무브라는 것은, 우리는 일자리 만들어낼 국가 전략이 없으니, 해외 나가서 일자리 구하란 소리입니다. 싱가폴에서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재들을 밖으로 내보내면 두뇌유출brain drain이 생깁니다. 가뜩이나 출산률이 낮아서 경제인구가 노령화되는데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7대 전략 역시 껍질 벗기고 기름 떼면 결국 IT 중심으로 창업시키자 이 이야기로 요약이 됩니다. 


제 생각에 IT를 살리려면  인센티브가 필요합니다. 간단히 말해 돈이 필요합니다. 돈이 있어야 젊은 사람들이 창업을 합니다. 그리고 돈 벌고 나서의 이윤이 젊은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갈 거라는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같은 경우 법이 가난한 창업가들에게 공정할 것이라고 기대가 됩니까? 아니면 대기업에게 더 유리할 거라고 예측이 됩니까


뭔가를 이루려면 목표가 뚜렷해야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냥 간단히 줄여 IT 중심 창업을 지원한다, 라고 목표를 잡고, 1) 펀드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2) 쓸데없는 규제를 풀고, 3) 투자 이윤이 창업가에게 돌아가도록 법질서를 바로 세운다, 이 세가지만 해도 그럭저럭 청년실업에 숨통이 틔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니 세번째가 다소, 어렵게 들리기는 합니다만.

    • 겨자님을 국회로~
      갑자기 생각난 짤이 있네요.
      국가별 세계에서 가장 잘는 것

      너무 커서 잘 안보이네요. 링크 가서 보시갈.
      http://thedoghousediaries.com/large/5414.png
    • 항상궁금했는데, 좋은글감사합니다. 7대 전략 자체는 그냥 있어보이는 말들만 늘어놓은 느낌이네요.;;
    • 게자님을 국회로!!222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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