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 EBS, ‘다큐프라임’ 무더기징계, 국회엔 ‘거짓’보고
mediatoday.co.kr
EBS가 ‘표적감사’ 논란을 일으킨 <다큐프라임> 제작진에게 ‘경고’ ‘주의’ 등의 조치를 취한 후 이사회 보고까지 마쳤지만, 정작 국회에는 관련 조치가 종결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EBS는 지난 2010년 1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다큐프라임>을 제작했던 45명의 PD에 대해 복무감사를 지난 5월 중순부터 2개월간 실시했다. EBS 감사는 8월 27일 EBS 측에 PD 20명에 대해 주의 및 경고 처분이 필요하다고 통지했다.
이후 EBS는 ‘외부강연을 사전 신고하지 않았다’며 해당 PD들에 대해 경고(6명), 주의(11명), 통보(3명) 등을 결정했다. PD들의 외부강연을 ‘직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으로 규정한 것이다. 경고를 받은 직원은 인사평정에서 1.5점, 주의를 받은 직원은 1.0점을 감점 당한다. 이후 ‘각성을 촉구한다’는 신용섭 사장 명의의 경고장과 주의장을 9월 5일 발부했다. EBS는 이와 같은 복무감사 결과를 지난 16일 이사회에 보고하기도 했다.
‘표적감사’ 논란에도 EBS가 결국 PD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이다. 이번 논란은 김진혁 전 <다큐프라임> PD가 ‘나는 독립운동자의 후손입니다(반민특위 편)’ 제작을 시도하자 EBS가 김 PD를 수학교육팀으로 발령내 제작이 중단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EBS 지부는 담당 PD에 대한 인사발령 철회와 공정방송위원회 개최, 편성의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 보장 등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신용섭 사장은 ‘이번 주 안으로 피켓 시위를 접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 이렇게 가면 다큐프라임 폐지 확률이 90% 이상이다’이라고 말해 논란이 증폭됐다. 그러던 중 외무 강연 및 근무 태만을 이유로 <다큐프라임> 제작진에 대한 복무감사에 시작됐던 것이다.
이런 논란에도 조치를 취한 EBS는 하지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는 “현재 이의신청을 접수받아 검토 중으로 조치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23일 보고했다. 국회 보고일로부터 1주일 전 이사회 보고까지 마쳤는데도 국회에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한송희 EBS 지부장은 “<다큐프라임> 제작진들에 대한 징계가 알려지면 논란이 일 것을 의식해, 이런 식의 물타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지부장은 이어“공사로서 현 경영진의 능력은 둘째로 치더라도, 정직하지 않으며 물타기만 하고 있다”라면서 “EBS 경영진이 이런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진 적은 여태껏 없었다”고 비판했다.
EBS 홍보사회공헌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29일 “내부 규정에 따르면 감사 결과를 통보받은 날(8월27일)로부터 2개월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므로 감사가 공식적으로 종결된 날짜는 10월 27일이다. 거짓 보고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 EBS 업무 처리 규정에 따르면 감사결과 처리기한은 징계(문책)이나 변상·회수, 개선의 경우 2개월 이내이며, 시정과 경고는 1개월 이내, 주의는 10일 이내, 통보사항은 '적정한 조치후 감사에게 회신한다'고 돼 있다. 즉, EBS 측은 8월 27일 감사 통지 이후 경고·주의 등 9월 5일 조치했다. 규정에 따라 1개월 안에 처리한 것이다. 10월 16일 이사회 보고까지 마쳤으니 국회 보고일 전에 감사는 모두 완료된 것이다.
국회에 보고한 내용 중 ‘이의신청’이라는 문구도 마찬가지다. 한 EBS PD는 “감사 규정에는 감사 처분이 통보된 지 10일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인사규정세칙에는 징계의 경우 15일 안에 재심 요청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이의 및 재심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은 한참 지났다.
한편 감사 과정에도 문제가 많았다는 내부 지적이 나왔다. 복무감사 대상 PD들에게 본인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PD는 “직원에 대한 감사 시 반드시 본인확인을 거쳐야 하는데 사측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사측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강연 여부를 확인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EBS PD협회는 28일 성명을 내고 “원칙도 절차도 무시한 복불복 감사”라고 비판하면서 “사장은 왜 특정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특별 감사를 지시했는가”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