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의 무력감
오늘은 수능시험날. 시간을 보니, 지금쯤이면 사회탐구 영역을 풀고 있겠네요.
어제 오늘, 그러니까 요 며칠간 가장 많이 쓰인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파이팅' 혹은 '화이팅' 아닐까요? 잘 보고 와 파이팅! 잘 할 수 있을 거야 파이팅!
이 단어에 대해 말을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파이팅'이란 단어를 잘 쓰는 사람이에요. 꼭 느낌표를 붙여서, '파이팅!'을 외치죠. 실제 생활에서, 그리고 문자로도.
생활방식도 그런 사람이라, 힘내서 그러니까 파이팅해서 하면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입니다. '무한긍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믿고 살아왔어요.
살다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더라구요. 일종의 패배의식, 자신감 부족으로 소위 제가 말하는 '파이팅'없이 그냥저냥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옳고,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했어요. 왜 파이팅을 하지 않지, 왜 주먹을 불끈 쥐고 힘내서 하려고 안하지. 답답했고,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딱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제가 틀렸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어 하는 사람 옆에서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는 건 정말 이기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기적이고, 재수없고.
어떤 힘이 될 수 있을까요? 그 말이.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사람에게, 같이 눈물 한 방울 흘려주지 않으면서 그저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는 일이 얼마나 이기적인 일일까요?
긍정적인 삶의 태도라고 믿고 살아왔던 저의 파이팅이,
결국 그 사람의 패배 혹은 아픔, 눈물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붙잡고 엉엉 울기 전에, 떼어내는 거죠. 파이팅을 외치면서.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굳이 찾자면, 힘들어하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매번 '파이팅'만을 외치는 제 모습에서 그런 문제를 발견하게 된 거 같아요.
그런데 어려운 것은, 오랜동안 그렇게 살아왔던 제 삶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죠.
파이팅을 외치는 대신,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같이 손을 잡고 힘들어해준다? 같이 눈물을 흘려준다? 모르겠어요. 말은 쉬워도 상상이 안 가고, 그 상황에서 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파이팅이 넘쳐났을 어제 오늘, 문득 든 생각입니다.
파이팅의 무력감,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