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이 오고 있어요.

원래 겨울을 좋아하지 않아요.

여름이 더웠던만큼 겨울도 춥겠지요.

 

남편이 잠시 실직상태입니다.

여름 무더위부터니까 이제 4개월 남짓이려나봅니다.

다쳐서 일을 쉬다 보니 다시 복귀하기가 쉽지 않은가봐요.

사실 결혼하고 나서 남편이 일자리를 옮길때 한 두번은 2~3달씩 쉬곤 했지요.

그 때는 아이들도 어리니 둘이서 돈을 아껴가며 3 혹은  4명이서 오손도손 지냈지요.

 

요즘도 크게 다르지는 않긴해요.

넷이서 열심히 산책을 다니고 영화를 보고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합니다.

이번 여름방학때도 우리는 동물원에 갔고,  미술관에 갔고, 계동이나 성북동을 가서 떠돌떠돌 하루여행을 다녔어요.

너무 더워서 눈물나게 비싼 팥빙수도 먹었죠.

 

음...하긴 우리가 돈이 많았던 적은 없긴 합니다.

결혼 12년동안 우리 식구가 1년전에 제주도 여행을 간것이 여행이라 부를 수 있는 것중에 하나였네요.

남편과 저는 돈을 많이 버는 대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삷이 더 좋아요.

뭐, 객관적으로 둘 다 무능한것 같긴 합니다만, 쩝.

시간이 많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냥 집에 있어도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넷이서 재미있는 이야기랍시고 차가 놀라면 기름이 된다, '카놀라유' 같은 농담을 하며 키득대거나

뭉쳐서 카드게임을 하거나하는 정도네요.

 

매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호두까기인형을 보러 가거나

식구들의 생일날 정말 크고 아름다운 케익을 사먹는다거나

꽂히는 음악공연을 보러 가는 호사를 누릴때도 있습니다.

 

큰 녀석놈은 6학년,

작은 녀석분은 3학년,

큰 놈은 꿈이 의학전공이라는데 공부는 뒷 전이고 운동만 디립다 하고

작은 분은 발레리나가 꿈이라는 "협박"을 하는 중이지요.

 

우리가 가난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단한번도 없는데,

음...이번은 왠지 불안하고 춥네요.

애들은 커가는데 부모라는 작자들이 놀고 먹는 것을 좋아하니 말입니다.

남편 손을 꼭 잡고 산책하거나

남편이 읽어 주는 신문기사를 듣거나 같이 조조영화를 볼때

심장이 터질듯이 뿌듯한 저의 행복감이 아이들에겐 별 도움이 안 되겠죠?

 

날씨가 추워리지려하니

조금 슬퍼져요.

카드값과 공과금, 학원비를 내야 할 때여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10년 가까이 듀나를 들락거리며 글을 올린 적도 별로 없지만

여기에서 많은 즐거움과 위로를 얻기에 저는 이곳이 정말 좋아요.

 

특히 론건맨님 너무 좋아요.

오늘도 포르투갈. 더 맨이라는 밴드를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

론건맨님이 올려 주시는 음악 듣고 위로 받을 때가 많아요.

언젠가 너무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었어요.

오늘도 충분히 위로 받고 즐거웠어요.

이런 밴드를 오늘 알게 된다니, 역시 살아있는게 좋은 거구나 이런 느낌이랄까요.

 

남편말고는 딱히 친구도 없는 지라

괜시리 넋두넋두 해봅니다.

 

그럼, 듀게인들 모두 겨울나기 잘 해봅시다.

 

 

    • 저도 이 나이 다 먹고 다시 운동을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진짜 프로 스포츠 선수 말이에요

      그러다가 하루종일 운동을 하고 지쳐 집에 돌아와 책을 보고는
      그래도 옷에 먹물 묻히기 잘했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는...

      우리 모두 좋은 겨울 되길 바랄게요
    • 제 부모님이 이런 분들이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불효막심한 말을 해보지만 이것도 남얘기라 속편히 한마디하는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군요. 먹는 것 입는 것에 서럽지 않을정도로만 챙기면 괜찮지 않을까요? 힘내세요.
    • 모르긴 몰라도(제가 미혼이라..) 엄마가 가정 안에서 '심장이 터질듯이 뿌듯한 행복감'을 느낀다면, 아마 아이들도 비슷한 질량의 행복감을 느끼고 있으리라 감히 말해 봅니다. 엄마의 평안한 얼굴과 목소리 만큼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또 어디 있을까..싶습니다.
    •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행 끊이지 않는 부부들 보며 저는 님처럼 살기를 꿈꿔요. 평범하기도 힘든 세상이잖아요. 학창시절 급식비도 못냈을 때 부모님 원망하고 미워한 적 없어요. 행복했습니다. 지금보다 난방시설부터 뭐 하나 더 좋을게 없었을텐데 생각해보면 너무 따뜻했었네요. 혼자보단 몇 백배는 더 따뜻한 겨울 나실거에요. 남편분 건강도 좋아지시기를..
    • 어이쿠! 감사하게들 따뜻한 말들 고맙습니다.
      쌀독에 떨어져가는 쌀을 사랑으로 채울 수 없겠지만...머 잘 되겠지라는 안이한 자세로 늘 살아가고 있습니다.
      흐흐흐님 저도 커쇼보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내 안에 강속구 본능이 숨어 있는 것 같은데..하고 말이죠. 흐흐
    • 멋진 가정이네요. 그런 가정으로 꾸며나가고 싶어요. 저의 실직을 맞아... 식구들이 같이 놀고 있지만 집에갈 날이 다가오면서 채무 이행은 어떻게 할까 고민이 구만리입니다.
    • 좋은데요?

      왠지 가족간의 정서적인 유대감은 끈끈할거 같아요.

      결혼해서 자식키우는 친구들 이야기 들으면 숨이 막히던데.

      아마 아이들도 jake님네가 부모라 행복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 제목 보고 겨울이 가까이 와서 좋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글 잘 읽었고 아이들이 잘 자랄 것 같으니 조금만 불안해하시고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따뜻한 겨울 나세요.
    •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절대 무능 하지않습니다. 오히려 현명하세요. 뭉쳐서 카드게임하는 모습을 실제로보면 아주 부러울 것 같습니다.
    • 비슷한 처지라 댓글을 안달 수가 없네요.

      남편이 일년에 절반쯤 일하고 절반쯤 노는데 속모르는 사람들은 부럽다 하지만 놀아도 노는 게 아님.

      너무 오래 떠나 있으면 잊혀지기에 서울 밖에 너무 오래 있는 것도 불가.

      일 들어올 연락을 기다리며.. 뒹굴렁뒹굴렁



      심지어 애가 아직 네 살임 ㅠ 애 대학 갈 때 남편은 환갑.

      가끔 엄청 무섭기도 하지만 평소엔 그냥 먹고 싶은 거 먹고 놀고 싶은 거 놀고..

      행복을 유예하지 말자!며 저가항공권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곤 해요.

      어떻게든 살아지겠죠? ㅎㅎ
    • '왕좌의 게임' 이야기인 줄 알고 클릭한 제가 부끄럽네요;;

      따스하게 잘 읽었습니다.
      충분히 행복하신 것 같아요.
    • 그러게요 왕좌의 게임이나 탕웨이 나레이션의 광고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한달 휴직중인데 뭔지 모를 불안감에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있어 글쓴님 마음의 여유가 참 부럽습니다
    • 왕좌의 게임 저도 참 좋아해...하지만 마틴영감은 정이 안가요. 탕웨이 여신님, 영화에 좀 나와요.
      닥터슬럼프님이 올려주시는 게시물도 재미있어요.
      음...별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제가 백,옷,머리스타일, 보석 이런거에 별 욕심이, 아니 거의 없어요.
      뭐 화집이나 사진집처럼 보는것은 좋아 하지만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은 아니어서.
      외식도 일년에 몇번 꼽을만큼 하지만...그래도 애 키우며 사는게 만만치는 않죠.
      다들 저보다 더 1억 제곱은 유능하실테니 겨울을 잘 보내실거에요.
    • 깜짝이야.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좋다. 라고 쓰기엔 제가 참 부끄럽네요.
      다 잘 되시길, 아니 다 잘 될거라고 믿습니다 행복하세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4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8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5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8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9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7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6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2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5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