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사는 인생, 낭만적인 인생을 살고 싶어요

대학 졸업을 거의 1년 남겨두고 진로와 인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 많이 했었던 죽음에 대한 생각도 하고요. (지구상에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죽는 꿈도 꾸었다는... 너무 무서워서 울다 깨었어요) 저는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고 졸업하고도 한동안은 여기에 있을 예정이에요. 한국에서의 답답한 학교와 사회에 지쳐서 여기에 왔고, 확실히 개인의 인생 스타일에 대한 관대함과 다양성은 한국에 비교할 바가 없어요. 하지만 결국 사람사는 곳, 특히 자본주의의 힘이 더 강하게 지배하는 미국도 아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여기서 3년동안 살았고, 그마저도 거의 시골에 처박혀 있는 대학에서 지냈기 때문에 아직은 미국 사회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에요. 하지만 대부분 대학생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1. 대학 중간에 휴학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건강 문제, 가족 문제, 학비 문제 등)

2. 대학 끝나고 바로 대학원 (랭킹이 높은 대학일수록, 집이 부유할수록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남)에 진학하거나 직업을 갖는 애들이 많다. 

3. 2,30년동안 학자금, 집, 자동차 대출금을 갚는다.

4. 그리고 쭉 특별한 변화없이 계속 산다.

5.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자기가 걸어왔던 길을 반복.


좀 시니컬한 관찰임을 염두에 두시기를. 그리고 사람마다 모두 다르죠. 그래도 최대한 취미 생활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고. 저번 여름은 보스턴에서 미국인 하우스메이트 6명과 같이 생활했었는데 걔네들 생활을 보면 보통 집에 들어와서 저녁 먹고, 티비보고 컴퓨터 하다가 자는 생활. 주말에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더라고요. 걔네들에게 최고의 휴가는 가까운 해변가 가서 하루종일 선탠하고 낮잠자는 거. 뭐 평범한 생활이기는 하죠. 그렇지만 저는 카우치서핑 공동체에서 머물렀던 경험을 해서 그런지 그런 생활이 단조롭게 느껴졌어요.  


그 집에는 5명이 살았는데 2,3명을 빼고는 멤버들이 2년동안 계속 바뀌었어요. 대부분이 유럽인들이었지만 남미애, 중국애도 있었고요. 멤버들 모두다 카우치서퍼였고 (아니면 낯선 사람을 집에 재우는 거에 동의하거나)  거의 1년에 100명 가량의 여행자들이 머물렀다고 하네요. 그 중에는 예술인들도 있어서 집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저도 그렇게 해서 얘네들을 만나게 되었고요. 멤버들이 좋아하는 것은 맥주, 음악, 파티, 자전거, 여행. 부엌에 있는 음식들은 공동으로 나누었고, 항상 저녁을 같이 먹었어요. 가끔씩 집에서 맥주도 만들기도 했고. 재미난 이벤트가 있으면 같이 가고, 휴일만 되면 수시로 거대한 빈티지 차를 몰고 미국 구석구석을 여행했어요. 여행자들이 있으면 최대한 이런 생활을 같이 경험하게 해주었고요. 멤버들 중에는 연봉이 1억 가까이 되는 고소득자들도 있었지만 별로 물질적인 것을 중요시하지 않았어요. 집에 있는 가구도 Craigslist에서 공짜로 주워오고. 왕복 2시간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차는 300만원 중고차. (수리비도 300만원...)


그 집이 별난 케이스겠지만 저에게는 엄청난 경험이었어요. 단조로운 삶에 낭만과 재미남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케이스이기에. 결혼하면 이런 곳에서 살기 힘들겠지만 가족이 없다면 이런 생활이 재미날 것 같아요. 한번 사는 인생인데 다같이 재밌게 사는 것이 좋지 않나요. 물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같이 살면서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각자 개인생활을 존중하는 범위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아요.


이야기가 샜는데 결론은 낭만적인 인생을 살고 싶어요. 대학 졸업후에는 전형적인 직장 생활을 몇 년 할 각오를 하고 있지만 (직장에서 성공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야망이 있기도 하고요) 어느 이상 시간이 지나면 일을 그만두고, 천천히 세계 일주를 하면서 경험을 쌓고, 하고 싶었던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요. 저는 항상 대안 교육과 정신세계에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 쪽에서 뭔가를 하고 싶네요. 히피 페스티벌도 조직해보고 싶어요. 한국 음식을 좀 더 외국에 알리는 일을 하고 싶기도 하고, 배낭여행하면서 했던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쓰고 싶고. 제가 머물렀던 공동체를 조직하고 싶고. 


대학 생활이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서 이런 글을 쓰는 지도 모르겠네요. 시골에 있는 여대에서 낭만을 기대하기가. 게다가 이번 학기에는 학점 초과에 벌려놓은 프로젝트 때문에 주말에도 맨날 숙제 ㅠㅠ 그렇지만 겨울 방학 때는 따뜻한 해변가에서 놀꺼에요. 파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배낭을 다시 매고, 히치하이킹과 카우치서핑을 하는 방학때의 나로 잠시 돌아가서. 나중에 여행책에 쓸 경험을 할꺼에요.


그리고 이제는 다시 숙제... ㅋㅋ

    • 마음이 그러니 벌써 낭만이죠 바라는게 있으면 그리 가까이 갑니다.
    • 생각해보니 제 인생의 패러다임을 바꾼건 이십대때의 약 삼년 가까운 외국 생활이였네요. 시행착오도 많았고 별별일들이 있었는데 아마 그때 떠나지 않았으면 지금의 평온함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가끔 들긴해요.

      글이 참 좋네요. 원하면 한발자국씩 다가가면 되지요
    • 여행이나 그림,음악 등등의 '문화'라는 건 삶의 촉촉함을 가져다 주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봉,승진 같은 외부적인 조건이 변화지 않더라도 삶을 좀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저도 낭만이 있는 삶이 었으면 좋겠어요
    • 벌써 충분히 낭만적이세요.
      좋은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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