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광장 촛불집회 다녀왔어요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주변이 너무 한산하고 조용해서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왔나 싶었습니다.
촛불집회 때마다 사방 지하철 내부까지 빼곡하던 경찰들이 안보였으니까요.
서울광장으로 다가갈수록 빗 속 파장 때의 시골장터 같은 분위기에 대번에 울적해졌는데
시청 도서관의 "괜찮아, 바람 싸늘해도 사람 따스하니" 문구 아래 살짝씩 보이는 촛불들 덕에 마음의 추위는 좀 덜했습니다.
저는 늘 울적한 사람입니다만 엊그제 몇몇 뉴스의 고리들은 참으로 심란했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없나, 없대, 겁나 없어....그럼 아이는? 반려동물은? 가족은? 나라는 자아는? 왜 지켜~~~의 메아리로 가득한 내 머릿속....)
지하철 노인 무료승차제도를 반액요금이냐, 차등지원이냐, 75세 이상 지원이냐로 조정논의중이라는데
운영 적자 해결의 초점을 왜 그렇게 밖에 몰아갈 수밖에 없는가 답답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힘없는 게 죄냐.... ( 왜 힘이 없어요, 자업자득이죠, 당해도 싸죠. 이딴식의 태클은 제발 사양합니다.)
이어지는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제주-부산 간 미스터리 투신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하룻 사이 4명의 노인들이 투신자살을 한 일이었죠.
한차례 투신 자살로 배 안이 혼란스러울 때 추운 밤바다를 보며 난간을 붙잡고 2시간이상 서 계시던 재일동포 할아버지의 CCTV영상...
홀로 살았다는 그 분이 뛰어내릴 때까지 챙겨 들었던 보따리엔 또 어떤 기구한 사연이 담겨 있었을 지....
그리고 제주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던 밤, 그 배에서 동반 투신한 노부부.
자식의 수입이 잡혀서 갑작스럽게 중단된 기초수급에, 치매 아내를 20년째 수발하였으나 허리수술로 자신의 거동까지 불편해진 할아버지.
10년 넘게 살던 셋집의 재건축으로 집주인에게 이사 종용까지 당하자 결국 이분들의 선택은 ...
목격자가 얼핏 들었다는데, 할머니가 살살 해줘..라고 말했다고 그리고 딱 한 번 풍덩 소리가 났다고.... 두 분은 꼭 부둥켜 안고 뛰어내리셨겠죠...
주변에 촛불간다고하면 (이젠 간다는 말은 꼭 같이 갈 사람에게만 합니다)
비오는데 거기까지 왜 가요? (네, 제가 회사일을 안하고 가니 직장동료가 놀라서 하는 말;)
시간 많구나? 같이 술이나 먹자 (당신 노후연금 반토막이 나봐야 정신을 차릴라우? 이런 협박에도 난 그런 거 몰라~식)
거기 분위기는 어때요? (관심있는 척은 하지만 참여의지는 없는 소심쟁이들)
...
존 그레이가 그랬죠. "역사는 진보나 쇠락의 과정이 아니라 얻다가 잃기를 반복하는 과정이다."라고.
어제 전 거기 뭘 얻기 위해 갔어요.
가상의 공간에서 생각만 나누는 연대가 아니라 현장에서 숨쉬는 감정과 목소리, 그들의 뒷모습들과 연대하고 싶어서.
뭘 잃을 지는 언제나 현재로선 알 수 없죠.
그러고보니 이미 우리는 매순간의 현재를 잃고 있잖아요- - ?
다음 주 토요일은 6시라고 합니다.
촛불집회 음악CD도 팔던데, 오늘 행사 막판에 박준이란 분이 부른 트로트가 거기 수록되어 있으려나...
가사와 곡조가 너무나 팍팍 와닿아 담에 그걸 사서 꼭 들어봐야겠어요!
조~까 이런 직설적 가사들보다 우아한 풍자로 표현하는 가사가 훨씬 좋은 걸 보니 저도 늙어가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