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뉴스로 정치 문제를 덮으려 한다는 의견에 대해 저도 한 마디
저는 실제로 정치권에서 연예계 뉴스를 이용해 특정한 사안을 덮으려는 시도가 아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분명히 있을 거에요. 연예계 뉴스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정보를 통해서라도 특정한 사안을 덮으려는 노력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 몇 가지 많지 않은 이유로 저는 이런 식의 반응("헐 X같은 정부 연예계 스캔들로 XXX 사건을 덮으려 하네!"라든가 "이렇게 많은 스캔들 뒤에 어떤 정치적 사안들이 가려지고 있는 줄 아세요?")에 대해서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고 피로하기까지 합니다.
우선 연예계 뉴스와 정치적 사건 사이에서 저런 식의 반응은 생각하는 것(나는 이러저러한 연예계의 사건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적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깨어있는 시민이야)과 달리 오히려 정치를 볼거리/구경거리로 만드는 효과가 있어요. 설사 의도가 그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저런 식의 반응은 (1) 연예계 사건이라는 볼거리와 (2) 정치계 사건이라는 볼거리가 교환되는 것처럼 착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정치적인 문제를 폭로하고 발견하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의 장(필드)이 움직이는 논리와 연예계의 스캔들이 폭로되고 발견되며 해결되어 나가는 장의 논리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저런 식의 반응은 마치 정치적인 사건 역시 하나의 스캔들로 받아 들여지는 것이 쉽도록 만들거든요.
그리고 아주 많이 양보해서 연예계 뉴스로 정치권의 문제를 덮으려고 했고 덮었다고 치더라도 그러한 사실을 밝히는 것이 대체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인 집합적 행위에 의해서 논의될 수 있고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는 것이지 그걸 덮고 있는 어떤 베일을 걷어낸다고 해서 뭔가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의 짜증 섞인 반응에 가장 손쉬운 공격은 (1)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냐. (2) 최소한 문제적인 정치적 사안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편이 안 하는 편보다 훨씬 좋다는 것인데 그러한 공격에 대해서 저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입니다. 할 말이 없어요 이런 말에 대해서는. 정치를 도덕화 시키려고 했던(진정성이 어쩌고 저쩌고) 어떤 집단들로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정치를 예능화 시키고 있는 집단들에 대해서 피로할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