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바낭) 30대도 70대도 고독하게 죽어가는 나라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1112140815138
미처 내지 못한 여러 장의 이력서들 그리고 술병들과 함께 발견된 백골의 서른넷 남성,
찬바람도 불고..
원룸에서 숨진지 8개월 만에 발견된 분의 사연을 읽으니,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입니다.
물론 노인 자살률 1위인 이 나라의 현실, 어려웠던 시대를 고생과 헌신으로 살아온 세대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노년의 삶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폐지를 줍다 목을 매는 현재도 기가 차지만
당장 제가 가까이 속한 세대인 삼십대의 고독사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닌건, 더욱 적나라한 슬픔으로 다가오네요.
어렴풋한 기억인데, <한성별곡-正>이라는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주인공이 궁궐에 진실을 다 말하러 가야 한다고 하니까
누가 말리면서 그러더라구요. 대체 궁궐의 누구한테 말하느냐고, 이제 그만하라고요. 그때 궁은 이미 나쁜(?) 놈들한테 다 장악당해서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태였거든요.
사회의 약한 고리들이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서서히 익사하는 느낌,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도 힘도 도무지 없는 것만 같은 기분,
가라앉는 사원처럼 그냥 세상이 다 고요히, 천천히, 침잠하는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TV는 원래 잘 안보지만, 보려고 해도 요샌 볼 것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 말초적 재미를 인간 드라마로 포장하는 것 같단 생각이 늘 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이상한데다 그 이상한 점들을 서로 베끼기 바쁜 드라마들, 내용 없는 뉴스, 막장스런 말만 난무하는 토론 프로그램, 리얼 예능의 미명 아래
노골적으로 선정성을 탐닉하는 예능들, 야한 옷을 입은채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그룹..
이렇게 써놓으니 꼭 제가 꼰대 된 것 같은데, 예전엔 정말 TV를 지금보다 재미있게 봤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지금보다 어려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교양 예능과 토론 프로그램의 황금기였던 시절이 있었고, 그땐 뉴스도 숨기는게 없었고 대통령도 참 재밌는(!) 분이었단 느낌이예요.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대통령도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하거나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고, 그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어떤 말들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그 때의 공기는 분명 지금의 것과는 달랐던 기억인데 이젠 그런게 너무 옛날 일인 것만 같아요.
어릴 땐 사는게 터널 같아서, 답답할 때마다 운동장을 마구 뜀박질을 하며 이런 시간들은 언제쯤 끝이 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젠 압니다. 그 답답함은 언제 끝날 수 있는게 아니라 평생일 수도 있다는걸.
저도 요즘의 흔한 제 또래들과 같이 코가 석자인 사람이고, 나도 언젠간 혼자 사는 집에서 소리없이 죽거나 죽은 뒤에도 누구도 찾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결국 오늘 읽은 기사가 주는 슬픔은 타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거울을 보면서 밀려드는 슬픔과 같은 것이었어요.
편두통 약 두 알 먹고 이제 자야겠습니다.
부엌에 들어온 한 마리 새처럼
내 인생에 누군가 들어와 주길 원했다
그리고 물건을 부수고
문과 창문에 부딪히며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