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헤이븐 의외로 예측대로 전개되지 않고 재미도 있습니다(약 스포)
세이프 헤이븐 보고 왔습니다.
디어 존 제작진이 만든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베스트셀러 멜로물 영화화의 두번째 발렌타인 데이 시즌 프로젝트죠.
감독, 제작진도 똑같고 원작자도 똑같고요. 미국 개봉 시기도 똑같습니다. 디어 존은 2010년 발렌타인 데이에,
세이프 헤이븐은 2013년 발렌타인 데이에 개봉해서 둘 다 박스오피스 1위 먹고 흥행에도 성공했으며 예산 규모도 비슷합니다.
내용과 배경은 전형적인 니콜라스 스파크스 작품입니다. 이제는 헐리우드 고용감독으로 완전히 정착한 라세 할스트롬이
3년 만에 다시 니콜라스 스파크스 원작을 가지고 영화로 만들긴 했지만 감독의 색깔은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세이프 헤이븐은 니콜라스 스파크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 그냥 니콜라스 스파크스 영화에요.
감독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세이프 헤이븐도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출세작인 노트북과 비슷한 정서와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멜로물입니다.
미국 남부의 해안가 작은 마을의 배경, 상처 많은 남녀 주인공(남녀 둘다 거나 한쪽만이거나), 금발의 여주인공, 노동자 계층의 남자,
그리고 꼭 한번 등장하는 근육질 백인 남자 주인공의 상의 탈의 서비스, 친절한 마을 사람들...
세이프 헤이븐은 여기에 노트북과 거의 똑같은 장면 연출까지 있습니다. 줄리안 허프와 조쉬 더하멜이 카누를 타다가 비가 와서 비를
피하는 장면만 보면 노트북과 구분이 안 돼죠.
그래도 이런 달짝지근한 멜로 구성에 뽀샤시한 화면, 잘 생긴 남녀주인공, 감미로운 음악 등의 요소가 다 들어있는 니콜라스 스파크스만의
뻔한 멜로 변주가 전 지겹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기분 전환도 돼서 매번 챙겨 봅니다.
거기다 니콜라스 스파크스가 얼핏 보면 겉면만 훑는것 같아도 가만 보면 노동자 계층의 직업 묘사나 그들의 소박한 일상의 묘사가
빼어난 편이죠. 상처 입은 주인공들의 회복 과정도 얄팍하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당연히 완성도 같은건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최소 디어 존 같이 벙찌게 만드는 반전 요소만 없다면 다행이다 싶었죠.
니콜라스 스파크스가 애교스러운 반전과 미스테리 구성을 늘 욕심을 내는데 이번 세이프 헤이븐은 이전작들보다 이런 구성에 좀 더 힘을
실었더군요. 그런데 억지스럽단 생각은 안 했어요. 이게 프로듀서로 참여한 니콜라스 스파크스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봐도 요 몇 년 동안 습관적으로 영화를 연출하는것처럼 느껴진, 디어 존을 만든 라세 할스트롬의 연출력같진 않아 보였고요.
그리고 영화가 예상 외로 뻔하게 흐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여주인공의 정체를 안 남자주인공이 놀라고 당황해 합니다. 저는 그 다음에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 때문에 괴로워 하며 고민고민을 하다 신상털기에 나설 줄 알았어요. 근데 이 영화는 여주인공의 정체를 파악한 남자 주인공이
곧바로 여주인공한테 가서 니 정체가 뭐냐고 화를 내고 별 고민도 없이 홧김에 결별을 선언해요.
보통의 멜로물이라면 꼼수를 부려서 이런 부분에서 감정을 끌법도 한데 이 작품엔 그런게 없습니다.
당연히 여주인공이 마을을 떠나려고 집에 와서 짐 싸들고 배를 타러 가는데 뒤늦게 후회한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잡으려고 달려갑니다.
이 장면 역시도 전 여주인공이 배를 탈것이고 남자주인공은 그런 여자주인공을 붙잡기 위해
제트 보트라도 타거나 타고난 운동 감각으로 멋진 수영 실력을 발휘하며 근육질 상의도 보여주면서 어렵게 어렵게 화해를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배 타려고 줄 서있는 여주인공을 바로 발견하고 설득해서 데리고 오네요.
어떻게 보면 사실적인 묘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좀 더 긴박하고 드라마틱한 멜로물을 만들려고 일부러 상황을 악화시켜서
솜사탕 같은 달콤함을 극대화시키는게 아니라서 오히려 신선했어요. 내용은 적과의 동침이 살짝 연상됩니다.
그리고 여자주인공 입장에서 전개되는 편이에요. 전개가 자연스러워 후반부 반전도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줄리안 허프는 젊은 시절의 멕 라이언과 외모가 비슷하네요. 재미있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