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좋아하십니까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잡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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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이 다가옵니다. 얼어죽기 좋은 계절이죠.

날은 추워가고 전 기억력 테스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신기한 건 외웠다고 생각되는 이름도 도로 까먹기도 하고 생각이 나다가도 안 날 때도 있다는 거죠. 

얼굴이야 자주 보는 사람인데, 하고 생각해도 얼굴에 이름이 따라오지 않으면 참 답답한 노릇이죠.


카운터에 앉아 있으면 여러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양복 차림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반팔로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직도 내 이름 못 외웠냐고 타박을 주고, 어떤 사람은 그게 어디 하루 아침에 외워지겠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항상 환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있어 정말 예쁘다(실제로 예쁘지만 미모보다 미소 덕분에 미모가 100%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는 느낌을 주고,

어떤 사람은 항상 어딘가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어(본인이 의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늘 저렇게 지쳤을까 하며 절 그 사람을 지친 얼굴로 기억하게 만듭니다.



2.

스포일러, 미리니름 좋아하십니까.

스포일러라고 하면 어감 자체가 별로 안 좋아서 아무도 안 좋아할 것 같지만 말이지요...

저는 어떤 종류의 스포일러든 뭐든 좋아합니다. 오히려 스포일러를 찾아보기도 하는 편이죠.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의 주관이 들어가있어서 재미있을 때도 많고, 내용이 궁금한데 내가 볼 수 없을 때면 더더욱이죠.

그리고 내가 볼 거라고 해도 스포일러와 내가 봤을 때의 느낌은 또 다르거든요. 누군가는 이렇게 보는 것을 나는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요즘 본 중드 후궁견환전과 보보경심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필연적으로 스포일러가 나오겠기에, 스포일러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써 봅니다.

내가 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즐겁죠. 여러 사람이 그 얘기를 하면 더더더 즐겁고요. 

그런데 스포일러가 되면 과연 어떨지...



3.

아무도 안 궁금하겠지만 근황이나 써봅니다. 

요즘 몸이 상당히 피곤합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걸어가는 거라 그런가봐요. 

엊그제는 너무 졸려서 졸면서 걸어갔어요. 꼭 술마신 사람처럼 갈지자로 걸어갔죠. 그러다 도저히 못 가겠어서 반 정도 남은 거리를 택시를 타고 갔어요.

뭔가를 한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제게 기력이 없는 탓인지 뭔가를 한다는 게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모르겠네요. 그리 대단히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오늘 급료를 계산해봤더니 한 시간당 4166.6원을 받아요. 이게 최저임금에 위배되는 건가 싶긴 한데...

왠지 웃기기도 하네요. 일하는 것에 그냥 고마워하고 달게 받아야하나 싶기도 하네요. 지금 내 입장, 내 처지에 이거라도 어디인가 하고 고마워해야 하는지.




4.

우울해지고 나서부터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이었지만, 한 가지 좋은 감정은 있어요. 

그건 바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나에게 주어지는 사소한 일이나 호의에도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애썼죠. 어쩄든 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은 고맙다는 말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남들에게는 자신감 없음의 표현으로 보이나봐요. 

넌 뭐 때문에 그렇게 고맙다 고맙다녜요.


우울함이란 자신감 없음의 발로일까요.

자기 자신을 작게 보기 때문에, 작게 보게 되어서 아프고 또 슬프게 되는 것일까요.

단지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도 어렵군요.



이렇게 시간을 보낼 때면 불안에 휩싸이지요.

이 길고 고통스런 시간이 대체 언제까지일지, 기나긴 인고와 슬픔의 시간은 대체 내게 무엇을 가르쳐주려는지.

혹은 그 시간 끝에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이대로 사라져 갈까요.




    • 2. 제 얘기구만요. 영화나 텔레비전 다 얘기의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걸 풀어나가는 방식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어떨 땐 스포일러를 일부러 찾아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3. 아이쿠, 영양제라도 좀 챙겨드셔요.
      4. 이것도 저랑 비슷... 저도 뭐 너는 그렇게 비굴하냐 이런 얘기 종종 듣는데 그러면 비굴한게 내 라이프스타일이다 어쩔테냐-_-이렇게 대꾸합니다.
    • 2.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반전? 그런거 없습니다. 추리소설도 뒷장부터 펼쳐봅니당
      3. 영양제보다 역시 밥을 열심히...
    • 스포일러...어차피 다 알게 될 거 미리 좀 알면 어떻나요.

      스포일러 했다고 죽이려드는 사람들 보면 음... 워워~

      일단은 생존하고 있어서 보기 좋네요 : )
      • 이인님 눈치 좀....

        에아렌딜님 글 볼 때마다 리플에서 이인님이 악의없이 신경 써주는듯

        에아렌딜님이 말하지 않는 정보까지 들먹이면서 위로가 아니라 속을 긁으시는 것 같아요.
        • 아무래도 댓글을 안다는 쪽이 좋은 것 같아요.

          조언 감사합니다.
    • 스포일러하면.. 가장 기억에 강하게 박힌게 디씨 드립이네요.
      누가 '왜 스포일러 싫어하냐? 친구들한테 영화보러가는 애들한테 결말 알려주면 되게 좋아하던데? ㅋㅋ'
      이렇게 글을 올리자 다른 사람이,
      '너희 어머니가 너 임신하고 있었을 때 네가 태어난다고 알려줬어봐라' 라고 달았던 댓글...
    • 전 왠지 박카스나 까스 활명수 같은 걸 먹으면 살짝 취해서 자고 싶어져요. 아주 짧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어요.
    • 2.스스로 찾아보거나 하진 않지만 알아버리면 알아버린대로 또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있는 부분이 생기죠
      4.엄청나게 큰걸 얻으셨네요. 고마워하기 쉽지 않아요. 고마워서 고맙다 하는데 자신감과 무슨 상관이 있단말입니까
    • 어디까지나 제 이야기이고요, 제 경우밖에 모르기도 하지만, 마음이 단단하고 여유로울 때 스포일러를 원치 않았고, 예민하고 참을성이 없어진 지금은 찾아서 읽습니다. 장르도 줄거리도 모른 채로 어떤 영화일까 상상하면서 상영관에 들어가는 두근거림을 좋아했어요. 지금은 들어도 쉽게 잊을 만큼 집중력이 떨어져서 스포일러에 둔감해진 면도 있고, 단순히, 그러니까 얼른 결론부터 말해 봐 모드일 때도 있어요. loving_rabbit님이나 에아렌딜님과 같은 이유로 찾아보기도 하고요.

      후궁견환전이랑 보보경심 이야기 궁금해요. 봤든 안 봤든 중국 드라마 이야기가 나오면 좋더라고요. 후궁견환전은 주연 배우 남편인 등 서방이 호감이라서 그런 연결고리로라도 관심 있거든요.
    • loving_rabbit// 그렇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좋죠. 뭐 반전을 즐긴다거나 하는 묘미가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전 깜짝 놀라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뭐든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함. ㅎㅎ
      영양제랄지.. 박카스나 한병 먹어야겠어요. 왠지 박카스를 먹으면 기운이 나는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신체가 늙어서-_-인지 그 느낌도 좀 덜하네요; 설마 박카스가 변한 건 아니겠지요. 내가 변했겠지...
      사람들은 왜 타인에게 상냥한 걸 비굴함으로 받아들일까요? 뭐 수많은 상냥함 중엔 비굴함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남을 배려하고 고마워한다는 게 왜 이렇게 비천한 취급을 받는지.
      김전일// 저도 추리소설은 조금 도입부 읽고 궁금해지면 바로 뒷부분 찾아봐요. 추리엔 재능이 없으니까.
      밥이야 아주 먹죠. 몸이 곤하면 배고프거든요. 근데 요즘은 몸이 무거우니 밥해먹기도 귀찮고 편의점에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
      서울3부작// ... 왠지 그건 뻔한 얘기를 했을 때의 말 같아서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한나K// 박카스를 먹으면 잠이 온다는 사람들이 계시더군요. 저는 박카스를 먹으면 활력이 좀 나서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참입니다. 박카스에도 카페인이 들어있을 텐데?;
      103호// 그렇죠. 이러저러했다는데 과연 어떤 식이었을까 하고 상상해보는 거죠. 실제로 머릿속에 드는 거랑 남이 얘기해주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요.
      글쎄, 그게 남들이 보기엔 업신여기기에 딱 좋은 모양새인가 봅니다그려. 제가 고맙습니다~ 이러면 넌 왜 그렇게 말끝마다 고맙다 그러냐, 일본 갔다오더니 애가 물이 들었네 이런 얘기만 들었습니다...
    • macy// 아마 예상이 어긋나는 걸 싫어하거나 놀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의 특징이 아닐까 해요.
      후궁견환전과 보보경심 이야기는 다음에 기력이 솟으면-_-;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별로 대단한 내용도 아니고 잡담에 호응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네요. 듀게에 중드 보시는 분은 과연 몇 분이나 계실지?
    • 스포일러 좋아해요. 개봉관에서 영화 볼 수 없는 처지라 모든 리뷰 다 찾아 읽고 볼 영화를 선택합니다. 책도 그렇구요.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참 좋은 건데요. 내마음도 좋아지는 것 같고. 식사 잘 하시고 건강하세요.
    • 융통성 없는 인간이라서 그런지, 책이든 뭐든 순차적으로 따라갑니다... 추리도 좋아하는 편이고요. 근데 스포일러가 작품 재미랑 무관한 경우가 꽤 많아서 별로 개의치 않아 하기도 해요. 새벽에 나가기가 참 힘들 계절이에요. 몸 조심하세요.
    • 하루 세끼 든든히 먹으면 체력이 달라요.
      난 스포일로 찾아보고 영화 봐요 이해를 돕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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