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슬러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심하게 까일 정도로 나쁜 영화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잘 만든 영화도 아녜요.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문제에 대해 굳이 책임을 묻자면, 주로 비판받을 대상은 코맥 맥카시가 될 것 같아요. 영화 자체가 코맥 맥카시의 영화라 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이 강해요. 그래서 다른요소들이 대체적으로 많이 묻힙니다. 그런데 각본 자체는, 물론 디테일 상의 차이는 있지만, 큰 틀 안에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반복이나 다름이없어서(카메론 디아즈가 연기한 말키나 캐릭터부터가 안톤 쉬거의 변형판이에요.) 좀 맥이 풀려요.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노나없의 훨씬 요란하고 시끄럽고 현대적이고 섹시하고 화려할 수 있는 버전인지라 영화란 매체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영화가 시각적으로 자극적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노나없에서 접한 바 있는 '이성으로 파악 불가능한 혼돈, 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동어반복 수준에서 전개하면서도 그걸 굳이 수많은 대사들을 통해 연거푸 떠들어대는 통에 주제 자체의 강렬함이 무뎌져 버린 상태에서, 그런 시각적인 자극들은 썩 강한 인장을 남기지도 못한 채 휘발되고 말아요.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쉽습니다.

게시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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