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경고: 이 글은 극히 개인적인 잡상과 우울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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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전한 허전함에 편지를 쓰듯 글을 씁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말 동안은 듀게에 글 리젠이 더더욱 주는 것 같아요.

다들 밖에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하겠습니다.


2.

몇 개월간 약을 먹었지만 조금도 호전되는 기미가 없어요.

축 처지고, 의욕은커녕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안 떠오르고, 머리는 멍하고.

의사 선생님은 볼 때마다 입원을 하라, 피검사를 하라고 합니다. 볼 때마다 이름을 묻는 걸 보면 같은 질문을 했었다는 걸 기억이나 할 지 모르겠어요.

이게 맞는 걸까요? 물어보고 싶지만 어디 물어볼 데도 없네요.

어쨌든 이제 돈도 없어서 병원도 가기 힘든데, 자꾸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라 어쩌고 하니 더 갑갑해요.

이전까지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병원에 자주 오기 힘들다고 사정을 말했더니 약을 좀 많이 처방해주셨던 선생님들이 이상한걸까요?


슬픔에 시달리는 것을 애써 막으려고, 슬픈 것도 일부러 보지 않고 우울한 생각도 피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래도 자꾸만 머릿속으로 슬픈 생각들이 찾아들어요.

우울증에 시달리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셨는지, being님은 지금 뭐하시는지 괜시리 궁금해지네요.


3.

오늘은 이직이나 회사를 그만두시는 분들 얘기가 종종 보이네요.

전 그냥 부러워요. 그렇게 그만두고 쫓을 수 있는 꿈이 있다는 게, 경제적 여건이 되신다는 게.

저는 회사 그만두고 나서는 어디 갈 데가 없다는 불안에 시달리는데...

그분들은 아니시겠죠. 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신거겠죠.


뭘 어떡해야 좋을지, 갑갑해하고 있어요. 

춥군요.

울며 무언가에 매달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지요...

    • 앗 편지. 저녁먹으면서 회의시작 기다리는 차에 반갑게 읽었습니다.
      2.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전에도 담당 의사분한테 그렇게 만족하지 않으신다는 얘기를 쓰셨던 것 같은데 환자 이름이야 혹시 기억못한다고 해도 진찰 전에 차트 쓱 보면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제3자가 듣기에도 성의가 부족하게 느껴지는데 혹시 다른 병원이나 다른 의사분 찾아보시기는 어려운 건가요?
    • loving_rabbit// 이 시간에 회의시군요. 저녁 맛나게 드시고 뱃속 든든히 충전하셨길 바라요.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예약 시간을 바꿔서 다른 의사 선생님 보려고요. 여기가 대학병원인데 근데 여길 안 가면 다른 병원은 갈만한 데가 이제 없어요.(시외에 있는 병원이 있지만 차편이 없어서...) 워낙 쥐콩만한 소도시라... 어떤 개인병원은 엄청 잠오는 약을 바꾸거나 줄여주진 않고 계속 먹으라고 강요나 하고 이러더군요.
      • 아 벌써 알아보고 계셨는데 쓸데없는 참견을 했구만요. 저는 배두드리면서(음?) 양치하고 왔어요.
        • 쓸데없는 참견이라뇨. 신경써주셔서 고마워요. :) 회의 힘내시길.(?)
      • 좀 멀리 가시더라도 신뢰감이 드는 의사를 만나는게 증세 호전에 중요해요. 개인병원에서 14일치 약 받고 만원 가량 드는데.. 상담을 길게 하진 않지만 의사와 대화가 통하고 주눅들어 있을땐 격려해주기도 하고 약을 바꾸거나 복용량을 가감하는 것을 같이 상의할수 있어서 그것 때문에 한군데 오래 다녀요
    • 굉장히 늦게 번역가가 되었습니다.
    • 익명이라지요// 여기 정신과병원이래봤자 얼마 안 되는데(제가 다니던 병원은 문닫았고...) 개인병원도 편차가 이렇게 큰지, 한 병원은 약 3일치에 3만원 정도 하고 다른 병원은 위에도 썼지만 약이 너무 졸려서 일상생활이 제대로 안 되는데도 원래 그런 거라며 그냥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이래서 도무지 갈만한 병원이 없어 대학병원을 갔답니다.
      김전일// 축하드립니다. 무언가 되셨다는 점이 너무너무 부럽네요. 전 지금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 아무것도 아닌 시절이 굉장히 길게 있었습니다. 아주, 굉장히, 길게
    • 다른 사람들 너무 부러워하실거 없어요. 직장 옮기고 그만두고 그러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만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고요. 모두, 어느정도의 리스크는 감내하고 움직이는거죠. 지금 있는 자리에 계시는 것도 과도기라고 생각하시면 좀 수월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일단 나아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다른 일들은 그 후로 보류하는 것이죠.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신경정신과 의사한테 너무 의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의사들은 채 5분도 상담을 안하거든요. 처음 1,2번 정도야 뭐 상황 파악하기 위하여 좀 길게 얘기한다고 해도, 그냥 인터넷에나 책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 이외에 딱히 기상천외한 해법을 주거나 하지 않아요. 정신질환이라는 것이 특이해서,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고 조언을 한다거나 하는데에는 역시 한계가 있죠. 아무리 자격증이 있고 관련 연구를 많이 해도 말이죠. 만약에 서울이시라면 제가 다녔던 마지막 병원을 추천해드리고 싶은데, 서울이 아니신 것 같아서 아쉽네요. 아무튼 우울증은 본인의 의지가 70, 약이 25, 의사와의 상담 등이 5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우울증 환자를 의지박약이라고 낙인찍는다는 사람들 있는데, 십수년을 본인이 알건 모르건 우울증 및 수반한 다른 증상으로 인생 거의 골로 보낸, 그리고 지금은 약도 끊고 여전히 우울하지만 어쨌든 훨씬 좋은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본인 의지가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울할 때 의지박약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우울증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은 결국 본인만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있는 시간에 특히 왜 내가 지금 이런 상태인지, 냉정하게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타개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 물론 약도 꾸준히 드셔야 하고요. 또한 약이 본인한테 맞는지를 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같은 경우 프로작 계열은 별로였고, 이팩사는 최악이었으며, 에시탈로프람에서 비로소 효과를 본 것 같아요. 아무튼 결론은 역시 단호한 결단 및 '문자그대로' 무릎에 힘을 주고 바닥을 박차고 일어서는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렇게 글을 쓰시고 본인 상태를 호전시키고자 하시는 것을 보면, 많은 희망이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 늘진지님 경험이 도움이 크게 되겠어요.
      being님 있으면 더 좋지만 없어도 잘해내세요.
    • 밥먹을래요? ^^
      쪽지확인~
      듀게님들중 한가하신분 계시면 에아렌딜님하고
    • 날씨가 추워졌어요. 감기조심 하세요.
    • 인생에서 진짜 뭐 어떻게 해야 모르겠을때는 종교에 한번 관심을 가져보시는것도 괜찮습니다.
      종교에서 인간관계를 빼면 그리 나쁜것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의 종교가 나쁜말은 하지 않습니다. 뭔가 도움이 될만한 말들이 더 많죠.
      • 지극히 반대입니다. 종교는 아무런 해답도 조언도 위로도 해주지 않아요. 인생에서 진짜 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을 때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적어서 목록을 만든 후, 뇌를 이용하여 취할 수 있는 해결방안 중 가장 실현 가능한 것을 실천하면 되는 것입니다. 쓸데없이 종교에 빠지면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라 해결될거라는 믿음만 얻게 되고 안주하게 됩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더 나락으로 빠지게되죠.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또 전도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니, 역시나 적시나.. 끌끌. 가장 힘들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종교입니다. 까끌하게 손에 잡히는 현실을 두눈 똑바로 뜨고 정신 붙들어매면, 대개의 문제들은 솟아날 구멍이 있습니다.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멍 말입니다. 문제는 마음의 안정이 온 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해결과 함께 마음의 안정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즉, 해결 과정과 마음의 안정은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서, 병행되게 되는 것이죠.
    • 1.음. 전 좀 생각이 달라요. 월-금 중에 글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은 월급 도둑들이 회사에서 가장 영감을 받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일하려고 잡은 컴퓨터로 듀나 게시판에 글을 쓰고야 말게하는, 회사에서 풀려나는 주말이 되는 순!간! 없어지는 그 영감이요. ㅎ
      3. 회사나 월급은 뭔가 단단한 디딤돌 같아서 은연중에 거기에서 든든한 기분을 얻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은 참 나약하기 짝이 없는 (심지어 아무것도 아닌) 것이기도 하다는 걸 정리해고 당하고 나서 알았어요. 그 전에는 든든함도 나약함도 전혀 몰랐었습니다. 이것 말고, 나 자신의 심지가 곧게 있어야 한달까... 어딘가 단단히 닻을 내려 놔야 한달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무엇인지는 누구나 각자의 숙제이겠지요. 저는 아직입니다.
    • 음... (가능한) 기준을 자신에게 맞추면 어떨까요. 저는 불가능한 희망을 하나 만들어 놓고 그 기준으로 저를 평가하고 있어요. 남들이 '다하는 것'들이나 타인의 기준들에 개의치 않았어요.

      불안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극단적으로 보면 무라카미 류가 한 말이 맞겠죠.
      [파일럿의 가장 큰 불안은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알코올을 많이 하는 사람의 가장 큰 불안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일럿은 실제로 비행기를 추락시킴으로써, 알코올을 많이 하는 사람은 실제로 알코올 중독자가 됨으로써 그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中>

      그래서 저는 언젠가 추락해도 내가 가장 맘에 드는 추락을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아주 이상한게... 추락해도 상관없어지니, 추락이 불안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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