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나도록 해주는 것들


이제 겨울이군요. 여섯시도 되지 않았는데 불을 켜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 없네요.

벌써부터 영하로 내려가니 앞으로 닥칠 추위가 무서워지기도 하네요

갈수록 겨울이 얕고 길어지는 거 같아요

전에는 겨울이 깊고 짧았나, 생각해보면 잘 알 수는 없네요

다만 삼월에 폭설이 내리고, 사월에 눈이 오고 하는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는 

겨울에 대해서는 뒤끝이 길구나, 하고 말하게 되네요.



그렇다고 겨울에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불 속에서 귤을 먹고 있으면 주변이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습니다.

달콤새콤하고, 한 입에 넣기에 좋도록 나누어져 있지요.

껍질이 얇아서 까기도 좋고요. 간혹 힘이 너무 들어간다거나 껍질이 너무 얇으면 

귤 알맹이가 손톱에 찢기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귤을 먹는 순간에는 세상을 좀 더 밝게 볼 수 있는 필터가 작동하는 거 같아요.



밤을 먹는 것도 좋지요. 껍질이 딱딱하고 질겨서 먹는 까는 게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알맹이는 달달하죠.

흔히 동그랗고 귀여운 것들에 대고 밤톨 같다고 하는데

밤을 보고 있으면 그 말이 실물로 느껴집니다

밤은 디자이너가 매달려서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하면서도, 형태를 이루는 선이 유연하고 아름다워요

심플 이즈 베스트라는 말은 애플사의 제품보다 밤에게 더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겨울을 이 세상에 남겨두어야 할 이유를 하나만 들라고 한다면 

저는 다른 계절 보다 깨끗하게 느껴지는 공기를 내놓겠습니다

만약 어느 제약회사에서 겨울 공기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약을 내놓는다면 

저는 거기에 쉽게 중독되고 말 겁니다

차가운 겨울 공기는 어지러운 머릿속을 개운하게 해주는 청명함이 분명 있습니다

새벽의 겨울 공기에 그것이 제일 많이 들어있지요.

부드러운 데라고는 없는, 날카로운 상쾌함. 

복잡한 문제를 일순간이라도 명징하게 꿰뚫을 수 있도록 그 공기는 도와줍니다.  

 


여러분은 어떤 것으로 겨울을 나시나요?

    • 겨울이 제일 길어요 가을 세배 쯤 될걸요.
      겨울에 가끔씩 여름 보다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 여름은 여름 나름대로 좋아요
    • 마지막 때문에 겨울이 좋아요. 모든게 명징하게 다가오는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얼어서 눈부시게 파란 하늘, 참 아름답죠.
      • 맞아요. 저는 가을하늘보다 깨질 것 같이 얼어붙은 겨울하늘을 좋아해요
    • 저도 귤이요! ㅎㅎ
      그리고 입김도요! 차가운 공기에 '하~' 하고 입김 부는 게 재미있어요. ^^
      • 입김을 잊고 있었네요. 저의 겨울은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으로 시작되는데 말이죠.
    • 좀처럼 썩지않는 음식물쓰레기요..버릴때 산뜻한 기분.
      • 냄새도 여름보다 훨씬 덜하죠.
    • 예쁜 코트와 목도리를 한 거리의 여자분들.
      • 몸에 잘 맞는 코트를 입은 분들은 말 그대로 우아하죠.
      • 저는 팥 든 것만 먹습니다. 나머지는 다 사파입니다.
    • 난방비 걱정만 없다면 겨울이 좋아요 차가운데 있다가 따뜻한데 들어갔을 때 느낌도 좋고.
      그러나 현실은 하루에 한시간 난방도 가스비 생각에 손이 벌벌 떨려서 차가운 밖에서 들어와도 방안도 썰렁.
      • 훈훈한데 들어가서 몸 녹이고 있으면 세상이 흐물흐물해보이는 게 좋죠.
        외풍이라도 좀 막으면 덜 춥지 않을까요 ㅠ
    • 날파리가 없으니 좋네요.
      • 저는 날파리 안 미워해요. 모기가 없는 것은 좋네요.
    • 다른 때보다 긴 밤이요. 하루를 일찍 마감하게 해주고, 시끌벅적 할수 없게 만드는 가라앉은 어둠이 좋아요.
      • 눈 오는 밤에는 전생뿐만 아니라 후생까지도 넉넉하게 볼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낮술 쫌 하다보면 어둑어둑

      빨리 먹고 끝낼 수 있어요 (엉?)
      • 긴긴밤 내내 술 마시는 것도 나름 운치있습니다.
    • '사소'한 것에서 겨울을 만끽하시는군요 ^^
      • 사소한 것이라도 좋아해야 겨울을 날 수 있어요. 추위에 약해서 커다란 겨울은 싫어해요.
    • 예쁜 코트가 겨울의 유일한 즐거움이에요. 그리고 겨울이 되면, 이미 겨울이 되었고 다음 겨울은 일 년이나 남았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막상 겨울 가운데에서는 그럭저럭 살아지는데 겨울이 오는 그 느낌이 끔찍해요. 저는 여름의 들뜬 축제 분위기를 좋아해서요. 누가 봐도 전 겨울 같은 사람일 텐데 말이죠.
      • 저는 겨울이 오는 느낌 좋아해요. 조금씩 바뀌어 가는 풍경들을 관찰 할 수 있어서요. 저는 겨울의 끝이 싫어요. 그 때가 되면 얼른 따듯해지기만을 바라게 되요.
    • 귤, 밤, 단감 등은 먹어도 배가 안 불러요. 너무 맛나요ㅜㅜ 겨울은 뜨개질 할 수 있어서 좋으네요. 실 만지고 있으면 상념이 줄어요. 선물하기도 좋구요.^^
      • 귤, 밤, 단감 받고 곶감 추가합니다. 곶감은 비싸지만 않으면 앉은 자리에서 한 박스도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뜨개질은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 니트에서 튀어나온 실을 만지작 거리고 있노라면 평화로워져요.
    • 겨울에 볼수 있는 입김...
      그리고 겨울에는 왠지 국이나 찌게류가 더 맛있다죠.
      • 국물을 먹으면 속이 따시게 데워져서 훨씬 덜 춥죠.
    • 눈이 막 내려 높게 쌓인 깊은 밤은 참 오묘해요.
      마치 밤과 낮도 아닌 제3시간에 있는 느낌?
      모든게 눈에 반사되어 어두운데 밝은 오묘한 느낌을 주는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겨울에만 볼수 있는....청명한데 나른한 매직아워도 좋아요.
      시야는 또렷한데 색감은 뭔가 나른한 그런 겨울의 매직아워.

      그리고 전 12월 26일을 참 좋아합니다.
      이제막 성탄이 지난 다음날의 나른한 표정과
      뭔가 바뀌는 해를 맞이하는 묘한 설레임이 뒤섞인 흉흉한 표정들을 볼수 있죠.
      26에서 29일정도까지 정말 좋아해요.
      • 눈 쌓인 날의 공기는 더욱 청명하죠. 쌓인 눈은 보기는 좋지만 녹는 일이 걱정되기는 해요. 빙판도 무섭고요.

        12월 26일의 쓸쓸함은 반 값으로 팔리는 케이크들으로부터 나오는 겁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가 오기 전까지는 어영부영 보내게 되죠. 싱숭생숭해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데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도 느껴져서 그 사이에서 진동하게 돼요.
    • 통째로 동의해요!!
      거기에 더해서 저는 따뜻한 캔커피를 주머니에 넣는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 따듯한 캔커피는 멋진 손난로이지요. 빨리 식는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요.
    • 눈이요. 아침일찍일어나서 아무도 밟지않은 눈위를 산책하는 것. 상상만으로도 벅찹니다.
      • 눈 온 다음 날에는 버려도 좋을 신발을 신고 발자국 없는 눈을 찾아다니고는 해요.
    • 저는 날씨 중엔 눈 오는 날과, 태풍이 오기 전(의 분위기 때문에)의 날씨를 가장 좋아해요. 계절은 어렸을 때부터 오직 겨울이었죠. 겨울은 새벽과 같은 고요함이 있어요. 하루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시간대가 새벽이듯, 계절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도 겨울이 되었죠. 겨울이 좋은 이유는 그 특유의 적막하고 고요함 때문이었어요. 더군다나 눈이라도 내려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어주는 건 최고죠.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들려오는 소음들과 거친 풍경들과 심란한 마음들을 다 덮어주니까요. 그 순간은 9시 뉴스의 논평도, 신자유주의도, 옆집 아저씨의 거친 욕설도... 모두 하얗게 덮여 사라지니까, 좋아했어요.

      그런데 눈 온 다음 날,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는 건... 왠지 죄책감이 들지 않아요? 저는 그렇더군요. 하하. 그 아무도 밟지 않은 자리는 뭔가 강아지나 어린 얘들에게 양보해야 할 것 같아요.ㅎ
      • 일단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을 좋아하는 데 한계가 있군요. ㅎ 저는 굳이 따지자면 여름을 더 좋아하는 쪽이에요. 겨울의 고요 속의 고요보다는 여름의 요란함 속에서 돌출하는 고요가 더욱 끈적해서 마음이 끌리네요.

        그리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은 다른 사람에게 별로 양보하고 싶지 않네요. ㅋㅋ 잘 정리된 듯한 눈을 제가 망치는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기는 합니다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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