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들을 보면 정말 적재 적소에 기가막힌 음악들을 골라 집어 넣잖아요. 잘 모르지만 히치콕도 배경음악을 잘 사용했다고 들었고. 또 그게 아니면 애초에 시네마 파라디소 같이 음악 자체가 너무 좋은 경우도 좋구요. 정말 음악만 잘 사용해도 영화가 확 사는 것 같아요. 몇 개 좀 알려주세요. 밝고 신나는 쪽 보다는 좀 가라앉는 쪽으로요.
음악 관련해서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영화는 몇 개 없는데 '돈 컴 노킹' 이랑 '상실의 시대(lost and delirious)' 정도가 일단 생각 나네요. 음악을 많이 사용했거나 주제가가 강렬했던 영화로는 저도 '매그놀리아'랑 '제리 맥과이어' 정도가 생각 나는데 (아 카메론 크로우 영화들은 진짜 거의 다), 처음에 언급한 두 개는 그리 많이 사용하진 않으면서도 센스 있다고 생각한 경우들이요. 아예 영화를 뮤직 비디오로 만들어 버린 '시티 오브 앤젤' 같은 영화도 나름 괜찮았어요. 전 상실의 시대 같은 경우에는 가끔 음악 때문에 영화를 틀어놔요.
마이너리티 리포트.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이 흐르는 가운데 존 앤더튼이 예지자 시스템을 조정하는 모습은 전율을 흐르게 합니다. '미완성'이라는 곡 제목과 예지자 시스템의 치명적인 결함이 잘 맞아떨어지는 의미심장함도 있고요. 그리고 앤더튼과 애거사의 도망 장면에서 <싱잉 인더 레인>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니까 애거사가 밖에 비가 올거라는 걸 예언하는 것도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어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요. 특히 전자는 음악이랑 조화때문에 엊그제 봤는데 또 보고싶어요. 말이 필요 없는 엔리오 모리꼬네, 부천영화제에서 [아메르] 보면서 영화는 별론데 음악 진짜 죽인다, 했는데 크레딧을 보니 엔리오 모리꼬네의 예전 작업들을 넣은 것 같더군요.
[이터널 선샤인]이랑 [이토록 뜨거운 순간] 보면서는 적재적소에 좋은 곡이 들어갔다, OST만 들어도 좋다, 싶었구요.
오즈 야스지로의 [부초]를 보면서 새삼 느낀 건데, 오즈 영화에서도 은근히 음악이 잘 들어가는 거 같아요. 기승전결의 느낌을 돋구어준달지, 특히 종반부에 음악이 나오면서 끝날 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