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인데다 두서없는 뮤지컬 생명의항해 후기
돈주고 보고 싶어지는 뮤지컬은 아닌데 초대권이 생긴 덕분에 친구와 함께 봤었습니다.
국립극장은 처음 가는거라서 많이 헤맸어요.
1막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전쟁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미군 위주로 진행되서인 것 같은데.
미군들 말투도 번역체이고..;
뮤지컬 가사(+대사)에 오그라듬은 디폴트라고 생각하지만
"뜨겁게 외쳤던 대한민국 만세" 라든가 "공산주의 치하의 그들의 삶이..." 운운은
좀 심하게 오글거렸어요. 그 외에도 '말'이라기보단 연설조에 가까운 대사가 전체적으로
깔려 있었는데 이게 오히려 너무 많으니 콕 찝어서 생각이 안나네요.
[공산당이 싫어요 미군은 좋아요] 가 말하고 싶은 전부인 뮤지컬에 너무 많은걸 바라는 거지만요.
보고 온 지 며칠되서 디테일하게 생각나는건 별로 없네요. 초반의 다양한 세트에 비해
2막으로 들어가니 흐름이 느려지고 한시간 내내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메러디스빅토리호만 보려니
좀 지겨운 감이 있었습니다. 물론 극 자체가 재미있었더라면 세트야 신경도 안썼겠죠.
마지막장면이 다가올 수록 사족에 가까운 씬들이 많아서 축축 늘어지는데다
비슷한 넘버의 반복으로 내가 지금 뮤지컬을 보고 있는건가 전쟁영화를 되감기 하면서
보고있는 건가 싶을 정도; 정민이 자살시도 하려다가 포기하고, 애를 낳고 나서 다 함께
하선하면서 합창하는 장면으로 끝나면 그래도 좀 덜 지겨웠을것 같네요.
주연으로 홍보 된 주지훈과 이준기는 생각보다 주연같지 않습니다.
비중은 전체적으로 비등비등하게 주되 흥행을 위해서 인기있는 두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고
홍보를 한 느낌이랄까요. 전문 뮤배가 아닌 만큼 윤공주나 문종원, 김다현에 비하면
노래는 둘 다 거기서 거기예요. 이준기는 성량이 크고 울림통이 좋으나 음정이나 감정표현이
서툴고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것에 자신이 어색해 하는 느낌이고, 주지훈은 한번 했기 때문인지
음정이나 감정표현, 캐릭터 컨셉은 괜찮은데 반대로 성량이 너무 작고 목소리에 힘이 없었어요.
기본 음은 좀 여린 톤 같은데 억지로 힘있는 소리를 느낌이라 목에 무리가 가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차라리 둘의 장점을 합치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둘 다 무언가 하나씩 부족하더군요.
뮤배가 아닌 영화/드라마 배우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만큼 했으면 그럭저럭 잘 했다
라고 평가할 정도는 되는것 같지만... 제대 후에는 뮤지컬도 좋지만 좀더 오랜 시간을 들여서
훈련을 하고 나왔으면 하는...
그건그렇고 주지훈은 앤티크에서 호감을 가진 뒤에 뮤지컬에서 두번째로 만났는데,
여전히 참 예쁘더군요. 잘생겼다를 떠나서 몸이 만들어내는 태가 정말 예뻐요.
걸음걸이, 움직이는 동작, 옷태, 하나하나 너무 멋져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어요.
그래서 초반에 비중이 적은게 안타까웠(...) 어차피 제대로 된 극으로 즐기기 위한게
아니라면 보는 재미라도 많으면 좋을텐데!
이준기는 왕남에선 예쁘고 일지매에선 귀엽다 라고 생각했는데 군대가서 마음고생을
한건지 얼굴이 많이 상했더군요. 어서 살을 찌우셔야 할것 같아요.
게다가 부상까지 당했으니.. 빨리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문종원, 윤공주는 위의 두 배우의 모자라는 스킬을 채워주는 역할을 맡은듯 했어요.
헌데 이분들은 또 이분들대로 너무나 무대에 익숙한 사람들인데다 극 자체가
영 별로이니 연기에 확 몰입한 느낌이 없어서 노래만 들으러 온 기분이...
요약하자면 잘하는 사람들은 밍밍하고 못하는 사람들은 밍밍하진 않으나 숙성이 덜되어서 따로 노는 느낌?
출연 배우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볼만한 극이지만
딱히 좋아하는 배우가 없다면 굳이 돈과 시간을 투자할 만한 뮤지컬은 아닌것 같습니다.
ps. 끝나고 배우들과 토크? 같은게 있었는데 (이 날만 그랬다더군요)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앞자리로 뛰쳐나가는 일본팬들을 보니 예의있고 조용한 일본인도 옛말이던데요.
아니면 한류에 심취하다보니 한국식의 열정적인 팬질에 동화된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