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크게 느끼시나요?

 

저는 한 10년 전에는 이랬던 것 같아요.

 

화가 나면 주먹으로 쳐서 책상도 부수고(몇 번에 걸쳐서 내리친거죠 물론 하하) 시계도 집어던지고 볼펜을 연습장에 계속 내리치면서 연습장에 수없이 구멍도 내고.

 

슬픈 마음이 들 때는, 특히나 누군가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는 "내가 죽어야 돼! 으하항ㅜㅜ" 이런 다소 나이에 안 맞는 멘트가 섞인 오바스러운 통곡을 하기도 했구요.

 

너무 흥분이 되거나 기분이 들뜰 때는 끊임없이 조잘거려서 머리가 빙빙 어지러울 지경에 이르기도 했죠.

 

때로는 이 흥분을 표출하기 위해 개구리처럼 날뛰며 집 안을 뛰어다니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저는 솔직히 근본적으로 성질이 매우 더러운 편인데,, 그 성질마저 이제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게다가 이제 웬만해선 슬프지도 않고 눈물도 안나요.  어느 정도냐면 꽤 가깝던 어떤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무덤덤한 편이에요.

 

흥분도 많이 안해요.

 

이유를 생각해보니까

 

1. 나이가 들면서 감정이 발생하고 표현되는 뇌 회로가 점차 퇴화되고 있다. 제가 지금 적은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많은 나이도 아니긴 하고 한데요.

    어쨌든 그 쪽 뇌세포가 죽어간다.

 

2.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대한 분석을 하게 되어서 이 정신적 습관이 강렬한 감정을 대체하게 되었다.

 

3.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있다.

 

4. 나름 삶에 지쳐서 감정이라는 것을 불러일으킬 의욕이 사라졌다. 즉 지쳐서 감정이 안 생긴다.

 

이렇게 몇가지로 한번 원인이 될 수 있는 걸 추려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 어느 것도 딱 들어맞는 건 없겠고 그냥 복합적일 수도 있겠죠.

 

감정의 물결이 일렁이지 않으니까 언뜻 생각하면 편하긴 한 것 같은데... 그닥 큰 고통도 안 느끼고...

 

그런데 왠지 저 어렸을 때 감정에 휩쓸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던 그 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강렬했고 스스로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만큼 그 모든 것들이 훌륭하고 아름다웠던 것 같기도 하구요.

 

지금은 뭐든 무채색인 것 같아요.

 

듀게분들은 나이가 들면서 감정의 일렁임이 어떻게 변화하셨나요?

 

 

 

    • 조증? 그러나 님 매력있으신데요 +_+
    • 감정을 억누르는건 어렸을때부터 그랬어요 항상 답답했고..
      근데 안느낀다는건 아니죠 애정결핍은 항상 가지고 있고 별로 안달라지는듯
      흥분은 원래 잘 안해요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전 제가 좀 단순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으으~
    • r2d2님 '매력'이라는 표현을 저한테 써주시다니 영광입니다.. ㅋㅋ;
      사람님 사람님은 그냥 항상 어릴 때부터 지금의 저와 같은 상태셨나보네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더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되겠죠 뭐.. 저도 어릴 때 단순했던 게 없어지니까 정말 뭔가 답답한 것 같아요.....
    • 저는 2번이랑 4번이 많은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성격이 자조적으로 변해가고 부당하거나 부조리한 상황에 놓일때에도 화가 나기보단 그저 냉소적으로 참아넘기게 돼버려요. 감정이 격했을 시기에 비해선 지금이 어쩌면 편한것 같지만.. 가끔 스스로 너무 많이 변하고 풀이 죽은것 같아서 걱정도 되네요ㅠㅠ
    • keen님 / 저도 제가 은근 풀 죽은 것 같아서 걱정되는데 저랑 비슷하시네요.; 풀죽는 건 제 생각엔 정말 안 좋은 상황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빨랑 거기에서 벗어나야될 것 같아요...
    • 4가지 다죠 꼭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다고는 할수 없죠 습관의 변화라고도 할수 있죠.
    • 가끔영화님 / 맞아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다는 것보다는 그냥 살면서 생각의 패턴이 변한 거라고 하는 게 좋겠네요..
    • 아마 1번에 가깝지 않을까요? 화도 내버릇하면 자꾸 별 일 아닌 일로도 화가 난다잖아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죠.
      퇴화라기보다는 훈련된 것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두뇌의 회로구조가 자리를 잡은 거죠.
      전 혼자 오래 살다보니 영화나 음악 같은 것에 감동을 느끼면 제어가 안 돼요. 원래도 좀 사소한데에 쓸데없이 감정을 낭비하는 편이긴 한데 옆에서 그 꼴을 보고 손가락질을 해 줄 사람이 없으니 점점 악화일로를 걷게 된 것 같습니다. -_-;;; 전 이게 귀찮고 불편해요. 별로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지도 않고 -_-;
    • 제어장치가 완벽해져서 이젠 제어장치가 필요없게 되면 그것도 탈이네요.
      그깐 감성까지 사라지면 이를 어째 전 로보트 같아질거 같기도
    • 27hrs님 전 영화나 음악에 감동을 받고 제어가 안 되는 일은 고등학교 때 이후엔 없었던 것 같아요. 하긴 사소한 데에 감정을 '낭비한다'고 생각되면 불편하고 귀찮을 수 있겠네요...
      가끔영화님 / 제어장치가 완벽해질 수 있을까요? 아마 로보트가 되지는 않으실 거예요..
    • 저도..어렸을 때는 나름 감정을 많이 느꼈는데 지금은 많이 덜 해졌어요.. 사실 감정이 풍부하면 그만큼 상처도 더 많이 받잖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감정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정작 감정이 없어지니 이게 마냥 좋은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ㅠㅠ 저도 어렸을 때는 화가나면 제어가 잘 안되니깐 막 던지고 부시고 그랬거든요. 근데 요즘은 책이나 영화를 봐도 예전만 못하고, 화가 나도 옛날처럼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더라구요. 그런데 가끔 보면 전 여전히 욱하는 성질이 남아있는 것 같고...아니 왜 안 좋은 점만 그대로인거지^^;;;; 언급하신 4가지 다 들어맞는 것 같아요.. 아, 제 경우에는 워낙 평소에 감정 표현을 잘 안해서 그런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심리학쪽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지 않나요? 예를 들어 즐겁지 않아도 웃음을 지으면 뇌가 자동적으로 엔돌핀을 생성한다..이런거 말이에요. 아무튼 저도 요즘 풀이 죽은 것 같고, 속에 느껴지는 에너지가 예전만 못한 것 같아서 이 글에 공감이 가네요.

      27hrs// 아..그래도 전 27hrs님이 부러워요. 그 영화나 음악의 매력을 가장 잘 느끼실 수 있는거잖아요..
    • 다들 나이 들면 그렇지요 뭐. 현실적 경험을 바탕으로 거기서 벗어나는 기대나 희망같은 게 거의 사라지잖아요. 그게 좋은 면도 있지만...무미건조해진다는 어쩔 수 없는 결과인듯.
    • 열대야님 / 열대야님 볼수록 저랑 비슷한 게 많으신 것 같아요. 욱하는 성질이 가끔보면 남아있는 것 같다는 것까지도요.. ;;ㅋ
      밀레니엄님 / 원래 다들 그런건가요.. 나이가 나중에 훨씬 많이 들어도 항상 생동감있는 감정을 갖고 살고 싶은데 말이죠..
    • 저랑 비슷하신 분을 만나니 좋은데요^^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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