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어가 왜이리 넘쳐나는 거죠

꼭 듀게가 아니라 어디서든 느끼는 건데, 점점 우리나라- 아니 제가 외국에 대해 잘 알진 못해요. 하지만 간접경험등을 통해 본 편린들만 봤을 때-에서는 전반적으로 '싫다'는 말을 하는 게 너무너무 당연하고, 당당하고, 어떤 힘을 휘두르는 것 같은 행위처럼 여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 시트콤 프렌즈를 보다 좀 생소했던 것 챈들러가 개를 싫어한단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왜냐면 일반적으로 개란 ‘좋아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죠. 챈들러가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자 모두 놀라며 어떻게 그럴 수가! 라는 반응을 보였어요.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죠. 싫어하는 사람도 물론 존중받아야 해요.
하지만 분명 “난 개 싫어” 라고 아무 의식 없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동물보호수준은 모두 아시는 대로입니다. 전 이 문제가 서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장면이 연출될 만큼 생명들- 아기, 동물, 식물이나 어떤 일반론적으로 아름답고 보호해야 할 것들에 대해 혐오를 너무나 당당하게 표시하는 것이 뜨악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이게 갈수록 심해져서, 개를 키운다는 사람 앞에서 아주 시크한척 “글쎄, 난 개 싫어해.”라고 말하거나 옆을 지나가는 애들을 보며 얼굴 찌푸리고 “애들은 질색이야” 이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아무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오히려 개를 키우는 사람,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싫다는 사람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가끔 봐요.

왜냐면 그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동물이나 아이를 보호하고 싶으니까요.
이 이야기도 듀게에서 본 것 같은데 저출산 이야기가 주제였던가요?

닉은 기억나지 않는데 “우리나라 같은 유아 혐오 분위기가 팽배한 곳에서 무슨 출산 장려? 웃기는 소리다”라는 내용의 답글을 남기신 분이 있었어요. 전 굉장히 공감했었구요.

어디서나 아이들을 귀찮은 존재, 당당하게 배척해도 괜찮은 생물체 취급을 해도 사람들이 일말의 문제의식이나 죄책감을 못 느끼니까요.


노인에 대해서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존중을 요구하고, 단지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잘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그리고 “전 늙은이들이 싫어요”라는 말을 공개된 장소에서 당당하게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보면 분명 아이를 싫어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건 취향 문제가 아니라 예의 문제일 뿐입니다.

사회적으로 아이들이 존중받지 못하니까, 그런 사회에서 성장했으니까 어른들이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 겁니다.
전 뭔가가 싫다, 혐오스럽다, 보기 싫다고 말하는 게 너무나 쉬운 행위가 되어가고 있는 게 무서워요. 그런 부정적 감정에 부딪혀서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안으로만 꽁꽁 싸매게 되고, 커뮤니티에서 블로그로, 블로그에서조차도 자의식 과잉 같다, 누가 관심 가진다고~ 같은 반응에 부딪혀서 결국은 혼자 마음속에만 꽁꽁 싸매게 되고... 굳이 말하자면 일본에 많다는 폐쇄형 히키코모리들이 등장하는 이유도 이런 부정적 감정에 부딪혀 점점 자기 말을 하지 않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해요.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난 그거 싫어’ ‘보기 싫어’ ‘그런게 왜 좋아?’ 같은 반응이 나오는 데 대해 어떤 마음의 거리낌도 없이 일반화된다면 누구나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되겠죠. 전 그런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배려의 문제라고 생각하구요.
물론 싫을 수 있어요. 보기 싫고 듣기 싫은데 참으라는 말이 아니에요. 다만 어떤 폭력성이 느껴질 정도로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을 부정하는 행위까지 꼭 가야만 하느냐는 거죠.
물론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분이나 일 면면이 ‘애 보기 싫으니까 글 지워’라는 식으로 말씀하신 건 아니죠.

제가 말하고 싶은 게 꼭 이번에 듀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것만도 아니구요. 그냥 이번 일 때문에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걸 쓰고 싶었을뿐....
단지 가수 A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타인에게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반려라면 적어도 그런 부정어를 다이렉트하게 내뱉을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요?

갈수록 그런 것에 대해 무심한 일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 오히려 개를 키우는 사람,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싫다는 사람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가끔 봐요.<- 가끔이 아니라 자주 봐요.
      특히 개 키우시는 분들. 안쓰러울 정도로 남의 눈치 많이 보세요. 개키우는게 뭐가 그리 죄라고..에이구.

      글 전체적으로 많이 동감해요.
      저 자신도 애엄마 될 꺼면서, 앞집아이 시끄럽게 울어대면 신경 곤두 섰다가도 '애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하면서 반성 많이 하거든요.

      언제부터 사람들이 남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거기다 대고 당당하게 '난 그거 싫거든' 이라고 말해도 되는 사회가 된건지...씁쓸합니다.
    • 아무데서나 싫어, 저거 진짜 싫어.를 입에 달고 살았던 인간으로서 정말 '돋는' 글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정말 많이 고쳤는데 이상하게 온라인에서는 가끔씩 튀어나와요. 이게 익명성인건가 싶가도 하고, 자아발현인가 싶기도 하고. 완전 간증댓글이네요;;
    • 누가 뭐 싫다는 말을 쉽게 툭 던지면 가끔 화들짝; 할 때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고민? 궁금증?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온라인이니까 그런말 할수 있는거죠;
      오프라인에서 만약 내 친구가 자기 애를 데려왔는데 '난 애 싫으니까 애 좀 치워' 라고 말 하나요?;
      개도 마찬가지죠.. 저는 개를 별로 안좋아하지만 개 6마리 있는 집에서 속으로 '후덜덜'하면서 잔적이 있답니다. 현실세계는 조금 다르죠
      노인하고 비교하신부분도 왠지 수긍을 할뻔 했는데 아이와 노인이라.. 좀 이것도 많이 다른 객체의 비교가 아닌지
    • 사람/ 당연히 오프라인에서는 덜하지만 갈수록 더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서 그래요.
      그리고 노인과 아이... 어떻게 다르죠? 저는 나이가 많고 적고를 제외하면 비슷한 문제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노인은 보호해야 하고, 존중해야 하고, 항상 예의를 지켜 대해야 한다고 학습되어 왔다는 점 외에는 다른 걸 잘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에게서 노인을 싫어하는 이유와 아이를 싫어하는 이유가 많이 겹치기도 하구요.
    • 엥 그런가요. 전 오프에선 유아 싫다는 말 가족이나 절친 한명 빼곤 입도 뻥긋 못해봤는데. 여잔데 애기 관심없다 분위기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터라.. 온라인서나 답답하니 살짝 비출 뿐...


      글고보니 전 개도 싫어하는군요; 무서워서 도망가요 ㅠ ⓑ
    • 사람/ 정말 그런거 같아요. 온라인이니까. 저 강아지 물고빨고 하는데도 지난주에 백구들이 저한테 달려들어 컹컹 짓고 엉덩이(살짝) 물어뜯는데 완전 기겁했거든요, 왜 얘들을 안묶어놓은거야!!하고.. 근데 또 그 주인은 저를 물어뜯을듯 달려드는 백구들이 너무 귀여우셨는지, 우리 백구들..하고 사진 찍어서 올려놓으셨더라구요;;;
    • nightlife/ 저도 실은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다만 싫다싫다는 말을 대놓고 휘두르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처음부터 제가 말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었지 나이트라이프님 같은 분이 아닌걸요.ㅎㅎ
    • 우리나라가 유아 혐호가 팽배한 나라라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는군요. 오히려 저는 반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혹시 납득이 갈만한 실례라도 있으면 좀 들어봤슴 하는군요.
    • Nemo/ 제가 글에서 말한 것으로 부족한가요? 아이를 싫어한다는 말은 공격적이고 당당하게 할 수 있고,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런 발언들 앞에서 주눅이 들어야 하는 분위기요. 가장 위에 비네트님도 자주 본 광경이라고 답글 달아 주셨네요.
      아동 보호에 대한 인식이나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도 아직 아주 낮지요.
    • 보통 '아이를 싫어한다'고 할 땐 아이를 혐오하거나 증오하는게 아니라 단지 (내 자식이 아니면) 귀찮다거나 성가시다는 의미죠.
      이걸 '혐오'라고 표현하는 건 좀 너무 나가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만.
      사실 애들 싫어하는 어른이란 거야 말로 서양 문학에 흔히 등장하는 클리세중의 하나인데요. (물론 동양 문학에도 등장하긴 하지만...)
    • 아이와 동물에 대해서는 뭐랄까.. 한국의 도시 자체가 아이와 동물처럼 작고 약한 것을 배려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강요하는 조건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를 데려갈 데가 없고 동물과 공존하기 힘든 도시 말이죠..
    • NEMO/ 혐오란 말이 좀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질 수 있겠네요. 저도 다른 분의 댓글을 보고 기억에 의존해 쓴 거라 정확히 혐오라는 말이 있었는지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벌레를 싫어하는듯 생리적 혐오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아이에 대해 어떤 혐오에 가까운 부정적 감정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고, 아이의 권리나 즐거움에 대해 기본적 존중이 안되는 건 사실이죠.
      오늘만 해도 아이를 회사에 데려오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사내 보육시설 대신 헬스장을 짓기로 했다는 회사 이야기가 뉴스에 떴더군요. 먼지님 말씀대로 우리나라의 시설들은 아이들을 배려한 공간 자체가 만들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구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를 싫어하는 사회를 피하기 위해 말그대로 '집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그래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조차도 기피하게 되죠.
      저는 이것들이 모두 서로 관련이 있고 맥락이 이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 잘 읽었어요. 예의 문제라는 부분 공감합니다.
    • 주제와 상관없는 글인데 제목보고 <부엉이가 왜이렇게 넘쳐나는거죠> 라고 봐서 순간, 엥? 했어요.
      그래서 다시봤더니 순간 <오징어가... > 로 이해 -_-;;;;;

      가끔 제목들 보고 착시현상 일으킬때가..;; ㅠㅠ
    • 보호해야할 대상이고 그렇기때문에 부정의 이야기는 쉽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 그것이 왜 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여기 계신 분들은 아이로 태어난적이 없고 낳지도 않을 거고 늙지도 않으실 무슨 불로장생약이라도 드신 분들이신가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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