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나 화가 등의 생가에 가본 경험 있으신가요

전 딱 한 군데, 필라델피아에 있는 에드거 앨런 포우의 생가에 가 봤는데요

소설 '검은 고양이'에서 아내의 시체를 파묻었을 것만 같은 반쯤 무너진 벽을 보곤 깜짝 놀랐지만

또 어떻게 보면 아픈 아내의 병 구완을 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신혼집 같기도 하더라구요

비좁고 작은 3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천장도 몹시 낮았고 가구는 모두 사라지고 복원하지 않아 텅 빈 상태였습니다.

첫번째 부인이 폐병에 걸렸다고 했었나 그래서 각방을 썼다고 하더라구요

 

에드거 앨런 포우의 음습한 낭만과 무척 어울리는 집이라 바쁜 일정에도 짬을 내어 가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었지요.

 

이외에는 생가란 곳에 가본 적이 전무한데,

기억에 남는 작가나 화가 혹은 음악가의 생가에 가보신 적 있다면 추천 부탁 드립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근방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기억해 놨다가 가보려구요.

 

생가란 것이 들러봤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폐허 같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머나먼 과거의 숨결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착각도 들고 좋은 경험이었거든요.

 

    • 김남주 시인의 생가에 갔었는데 시인이 고등학교시절까지 쓰던 방 그대로 보존해놓고 계시더군요.
      아마 집관리하시던 분은 사촌분이셨던 것으로 기억하고 오래되고 허름한 촌가옥이였고 시인이 쓰던 방은 정말 한명 누우면 꽉찰 비좁은 흙벽 방으로 기억합니다.
      인상적인건 그 좁은방의 벽을 채우고 있던 누렇게 변색된 책들이였죠.
    • 전 미국 애틀란타 갔을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작가 마가렛 미첼의 생가에 갔었는데 복원해놓고 (그 사람이 쓰던 가구랑 소품도 좀 있었어요!) 투어같은거 해주더라고요. 책은 안 읽어봤고 영화만 봤었는데 가이드가 너무 열정적이어서 재미있었어요.
    • 그린그린/ 이것도 웃긴 생각이지만 시인의 생가가 너무 유복하고 풍족해 보이면 왠지 좀 외로운 기분이 들 것 같긴 해요
      저도 가 보고 싶네요!
    • 저는 권진규 아틀리에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권진규의 작품같은 공간.
      <지원의 얼굴>을 구웠(을지도 모를) 화덕을 쳐다보며, 이 춥고 습한 공간에서
      작가가 허리를 구부려 작품을 꺼내고 넣고, 그러다 작업실 곁의 사람 몸 하나
      겨우 뉘울 수 있는 작은 공간에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울컥했어요.
    • 봉평 놀러갔다가 우연히 이효석 생가란데를 갔죠.근데 그냥 음식점....거기서 메밀배추전 맛나게 먹고 왔었습니다. 별 감흥은 없더군요. 진짜 생가가 맞나 싶기도 했고.
      오히려 언젠가 시립 미술관에선가 도스도에프스키의 친필 원고랑 그가 쓰던 모자를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되게 기분이 묘했어요. 와 이 전능해보이는 나머지 거의 작은 신같이 여겨지는 작가가 실제로 살았던 사람이었네? 와 머리 디게 작다, 글씨 못써!!하면서요.ㅎㅎㅎ
    • 유갓더파워/ 앗 마가렛 미첼 생가 재밌을 것 같은데요! 이 작가는 생전에 돈 많이 벌지 않았었나요?? 집 좋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백년 후엔 해리포터를 쓴 롤링의 생가도 보존되겠죠 이렇게 생각하니 섬찟.
    • 전 버지니아 살때 토마스 제퍼슨 생가에 가봤어요. (작가나 화가는 아니지만...)
      복원을 잘 해놨더라구요. 경치도 좋고. 이곳저곳 소소한 볼거리가 많았었지요.
    • 쇠부엉이 / 이효석 생가는 모르겠지만, 근처에 있는 이효석 박물관은 작가 개인을 기리는 박물관 중에서는 상당히 훌륭한 곳입니다. 보통 지자체에서 홍보용으로 대충 만들어 놓은 별 것 아닌 박물관이겠거니 했는데, 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고 이효석 개인에 대한 애정도 큰 사람(들)이 담당한 박물관이라는 게 곳곳에서 느껴지더군요. 구비한 자료들도 좋고 전시 구성도 뛰어납니다. 우연히 들렀다가 가슴이 그냥 막 선득선득해져서 나왔어요. 이후에 단체로 재방문을 할 일이 있었는데 두 번을 가 봐도 좋더군요. 그 곳을 못 들러보셨다니 아쉽네요. 기회 되시면 다음엔 꼭 들러보세요.
    • cecilia/ 앗 가봐야겠어요 거기 저도 현재 근방에 있는지라 ㅋㅋㅋ

      소개해 주신 곳들 다 진짜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떤 데 가면 진짜 작가의 아우라가 아직 남아 서성이는 것 같고 소름끼치거나 울컥할 때가 있어요
      좋아하는 작가들이 친필로 휘갈긴 글씨 보면 역시 가슴이 뜨거워질 때가 있구요
      여행 가면 생가를 돌아다닌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인데 자꾸 잊어먹어요
    • 가장 인상적이었던 생가는....시인 '신동엽'님 생가였어요. 거기서 1박2일 동안 조그만 스터디모임 워크샵을 해서 더 기억에 남는거 같아요. 전시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후배들? 에게 열린 공간으로 남겨져 운영되고 있는게 참 좋았습니다.
    • 들판의 별/ 제가 봉평 간 것이 따져보니 무려 98 년도였더군요. 박물관은 본 기억이 없는데..있는데 못 들렀는지도요.
      정보 감사해요. 봉평 갈 기회되면 챙겨 들러봐야겟어요.
    • 쇠부엉이 / 아.. 그 때는 없었을거예요;;
    • /philtrum 사시는 곳 근처에도 있지 않을까요
      /soboo 거기서 박을 하셨다면 참 인상 깊은 경험이 되었을 듯이요
    • 저도 봉평 이효석 박물관 가봤어요. 막연히 메밀꽃 필 무렵만 알고있던 작가여서... 가보고나서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전체적으로 시대를 잘못 타고난 모더니스트의 인상을 받았어요. 그 시대에 아침마다 빵에 버터를 발라 커피와 먹었다니 참...
    • settler/ 혹시 하며 클릭했다가 배 아파 눈물 흘릴 뻔.. 이번 여름 미국 여행 때 포우 생가를 가려고 일행들의 양해까지 구하며 애를 썼건만 제가 도착한 날이 하필 휴무였던 화요일이었던 거지요. 분명 제 여행 책자엔 여름에 휴일이 없다고 적혀 있었을 뿐이고.. 아아 부럽습니다.

      Atlanta에선 마거릿 미첼이 묻힌 묘지와 마틴 루터 킹 생가를 갔었네요. Miami 근처 Key west에선 헤밍웨이 생가를 갔었구요. 그런데 이 역시도 개장 시간이 지나 겉에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다 보니 참 운도 지지리 없군요.
    • 이효석 생가도 아닐 뿐더러 전시된 유물이 실제 유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어떻게 결론 난 건지 모르겠네요.
    • 다들 이효석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셨군요. 저도 봉평의 이효석 기념관이 너무나 좋았어요. 단 한권의 책으로만 알던 소설가인데, 기념관 방문 뒤에는 이효석에 대한 인상 자체가 달라지더군요.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모더니스트...

      국외로는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했던 집과 그의 장례를 올린 성당,고흐의 아를 아틀리에,프로이트의 연구실,헤르만 헤세의 유년시절 집과 그가 다닌 기숙학교(<수레바퀴 밑에서>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배경이 된)을 가보았고, 생가는 아니지만 클림트의 무덤을 방문했었네요. 저는 좋아하는 작가의 흔적을 찾아갈 때마다 왠지 순례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짠해지고,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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