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슴이 아파요...

제 형제자매중 한명은 대학교 졸업할때쯤 많이 아팠어요..머리가요..

정말 급작스러운 일이었고,너무 심해서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사회생활을 할만큼 많이 나아졌는데 이게 완전히 나을수는 없는거고,계속 약을 먹으면서 다스려야 하는 병이라고 하더군요...

뭔가 좀 거세가 된 사람처럼 달라진 부분들이 있지만 가족으로서 크게 변한 부분은 없고,단지 본인이 많이 힘들어 해요..원래 좀 소극적이었던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뇌 손상을 입고 나서 기억력이나 그런부분들이 많이 나빠진건지,새로운 일을 배우는데도 너무너무 힘들어하고,너무 두려워 하고 그렇습니다.

 

수많은 일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새로 시작했어요..

정말 그럴필요까지는 없었던 것 같은데 몇개월 전부터 책이 빽빽하도록 맨날 공부하고,가르쳐야 할 요점들 다 적어두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원래 뭐를 해도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기도 하구요.체력이나 정신력은 정말 많이 약한데 뭔가를 안하면 죄책감같은게 드는지 그렇게 뭘하든 하루 종일 붙잡고 있어요.

 

낮도 많이 가리고,사람들을 어색하게 생각하고,살아오면서 우여곡적을 많이 겪은 만큼 상처와 자격지심도 많고,그렇지만 전혀 상대에게 공격적으로 대하거나 나쁘게 말하는법이 없는 사람이에요.그냥 폭력적인 부분이 거세된 사람같기도 하고..가끔은 지나치게 바보스러워서 답답하면서도 안쓰럽고 그렇거든요.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한적 있대요. "사람이 착한것도 정도가 있는거지..이건 바보도 아니고.."..좀 그런 느낌의 사람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데...처음인데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부분도 있고..원래 성격도 있으니..잘 했을리가 없죠..어느정도 참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한데 워낙 새로운일에 두려움도 많고 실패도 많이 겪어서 지레 겁을 먹는 면도 있었을 거에요..제가 그 수업을 들어보지 못해서 모르겠는데...아이들이 나쁜소리를 했대요..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것도 있는데..자기가 자신이 없고,아이들에게 미안한부분도 있고 하니까..애들한테 물어봤나 봐요.수업이 어땠냐고...그 수업에 치이고,심드렁한 아이들은 여러가지를 쏟아냈겠죠..수업이 재미도 없고 그냥 딱딱하다..이전 선생님이 더 나은것 같다..기타 등등...

정황이 없어서 문제가 있으면 그냥 별점만 날리고 했나본데 몇몇 불량한 아이들은 그냥 면상에 대고 "주든가 말든가"식으로 대꾸하고 막 그러나봐요..

 

집에 와서...너무너무 자책하고,자기같은 사람이 가르쳐서 아이들에게 몹쓸짓 하고 있는것 같다고 통곡하는데..너무 가슴이 아파서..

 

생각하는 것 만큼 나쁘지는 않았을거라고 봐요..

몇달동안 잠 줄여가며 새벽까지 수업준비해갔고..이사람이 원래 말을 못하거나,누구를 가르치는 방법이 후지거나 그렇지는 않거든요.저도 학창시절때 공부를 해봐서 아는데 상당히 꼼꼼하고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고 말도 조리있게 잘하는 편이구요..단지 처음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한 상황에서 뻣뻣하게 굴었을건 빤하지만요..

 

아이들만 가르치는게 아니에요..점심에는 또 무슨 다른일을 해서..거의 하루종일 밥도 못먹고 그렇게 속으로는 죄책감과 자책과 자격지심으로 가득차서 자기를 괴롭히다가 집에와서 거의 자책을 넘어 정신적인 자해를 하는 그런 극악스러운 상황입니다..

 

가족으로서 너무나 슬픈건..절대 이 분.. 무시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아이들까지 사람이 쉬워보이니까 막 대하는것 같아서...
사실 가르치는 일 이전부터 그냥 사회내에서 너무너무 무시를 받고 그렇게 치이고 살아왔어요..뭔가 거세된 그 느낌들 때문에..충분히 더 인격적으로나 존중받을수 있는 사람인데..그 겉에 드러나는 그런 점만 보고 그렇게  쉽게 취급당하는게 너무 슬퍼요..절대 남에게 해꼬지 하거나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냥 바보처럼 듣고만 있거든요..

 

상황이 극단적으로 내몰리니까..자꾸 전 딴생각 먹을까봐...너무 무섭습니다...오늘은 절 아침 일찍 깨워서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막 있는신경질 없는 화 다 부리고서 제가 만들어줬어요..얼마나 급박했으면 그랬을까 싶어서요..

수업 잘 되었는지 전화를 해봤는데..전화기가 꺼져 있네요...어제 너무너무 힘들어하다가 오늘 또 힘들게 준비해서 어려운 발걸음 띄는거 배웅해주었는데..혹시..나쁜 생각 품을까봐...

 

자주 하는 얘기가 그런 얘기에요 "세상에서 제일 나쁜게 착하면서 무능력한 사람인것 같다고.."

 

그냥 너무 슬퍼요..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어떻게 사는게 좋은건지도 모르겠고...그냥 행복하고 스트레스좀 안받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 무슨 말씀은 못 드리겠고 기운 내셔요. 형제자매가 자신을 믿고 아껴준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될 거예요.
      학생들 강사 앞에서 대놓고 그러는 경우도 있고 앞에서는 아첨하고 뒤에서는 뒷통수 치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다들 한 번씩 겪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편하지 않을까요.
    • 정말 굳게 믿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게 힘이 될 거에요.
      그리고 위로가 되실지 모르겠지만... 애들은 원래 그래요;;; 저도 성인반 가르칠 때는 나름 잘 가르친다는 얘기 들었는데 애들 강의 하려고 했을 때는 시강인가 하고 애들이 재미없다고 그래서 쫓겨났어요;;;
    • 주근깨님 글을 읽으니까 제가 다 슬프고 가슴이 아파 오네요. 저렇게 열심히 사는 분도 계신데 전 너무 편하게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고요.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한달 전부터 잠도 줄여가며 준비하신건데...분명 아이들에게 통하는게 있을거라 믿고 싶어요. 이런 경우엔 제가 이런 저런 조언을 드리기 보단 그냥 같이 기도해드리고 싶네요....주근깨님도 힘내세요.
    • 제가 다 속상하네요. 제가 해봐서 아는데요. 아이들 특히 초,중학교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이 아니에요.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다루는 일'이죠. 그리고 그 아이들 뒤에는 학부모가 있으니...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특히 요즘 아이들은 예의가 부족해서 하고싶은 말, 가려서 해야 할 말을 그냥 막 하죠. 저는 그냥 아이들이 정말 지긋지긋해지더라구요. 이 일에는 요령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이게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가족분이 정말 힘드시겠어요. 정신적, 육체적으로 정말 힘드실거에요. 그래도 꼭 힘내셔야해요..
    • 학원강사라면 너무 스트레스 많은 직업인데요ㅠㅠ
      애들이 무리떼가 되면 정말 예의도 없고;; 막말하고.. 게다 원장에 학부모에.. 이리저리 휘둘려요.
      초반에 기 못잡으면 계속 고달프실거예요.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으시면 차라리 과외같은 일대일 수업이 어떠실까요?
    • 너무 마음이 아픈 글이네요. 안타까운 맘에 어줍짢은 조언 드리자면 학원 강사는 성격 버리는 일이에요. 즉, 원래 '나 성질 더러운 거 알지' 이런 분이 잘해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애들이 떼로 있는 거랑 일대일은 천지차이. 과외 추천합니다. 돈도 더 될 거에요. 과외는 성격이 좀 유해도 실력만 있으면 할 만하니까. 꼭 힘내시라고 전해 주세요-
    • 저도 잠시의 경험이었지만 아이에게 싸이코라고 별명 들었어요. 직접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고요.
      몸싸움(나가라는데 안 나가는 애랑)도 해봤네요. 헤어질땐 좀 서운해 해주던데요.
      글 다보지는 않았지만 힘드신가보네요. 좋은 날도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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