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과 영화에 대한 추억

 

아래 '롤라런' 글을 보고 저도 이런저런 옛날 생각이 나네요.

비디오로 영화 보던 시절 추억, 다들 하나쯤은 있으시겠지요.

(나름 야한 영화랍시고 비장하게 모여보던 초등학교 5학년 당시 '투캅스2'의 추억같은;;)

 

저희 엄마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진 영화잡지 스크린을 십년 가까이 모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셨어요.

밤엔 항상 비디오로 영화 한 편씩 보고 주무셨던 기억이 나는데 가장 또렷하게 기억나는게 어느날 밤 엄마가

영화를 보고 계시길래 나도 보겠다며 자려다 말고 고개를 들었더니 화들짝 놀라며

 '안돼! 이 영화는 너 나이에 보는 거 아냐' 이러시더라구요.

아니 이건....헐벗은 어른들의 세계를 다룬 영화일까..하는 무한한 호기심을 가슴에 품고 결국 그냥 잠들었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튀어나온 비디오를 보니 제목은 '필.라.델.피.아'....

 

보지말라시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날 보게 해주셨어도 제 나이엔 이해를 못했을 거 같긴 해요.

이 영화는 대학가서야 봤어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중에 하나예요.

 

'필라델피아'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엄마가 지금이나 예전이나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고어,슬래쉬,공포,스릴러,피의 축제.....이런 것들입니다;ㅎ

가끔 엄마 보고싶은 영화있으면 저장시켜 줄께, 하면서 인터넷 영화제공 사이트에서 영화를 고르다가

'멕시코 살인마 실화'  '1달간 90명을 살해한 살인집단의 잔혹한 범죄' '유럽을 놀래킨 진짜 슬래쉬 무비' 이런 문구 나오면 흥분하심...ㄷㄷ

 

저희 아빤 영화같은 거 공짜로 TV에서 해주는 것도 안보는 보편적인(이진 않을지도..) 중년남이신데.

 아빠랑 영화와 관련되서 기억나는 건 제가 브루스 윌리스를 워낙 좋아해서 초딩4학년이었나 그 쯤

브루스 나오는 영화라면 다 빌려봤었거든요. 아무거나 다. 어느날은 아빠랑 같이 누워 제가 빌려온 브루스 영화 중 하나인

'컬러 오브 나이트'를 틀었는데 얼마 안가 훌러덩 벗고 나체에 앞치마를 두르고 나오기 시작하는 '제인 마치' ㄷㄷ

저보다 더 놀란 아빠는 '어익후' 라는 외마디 외침을 남기시고는, 그대로 자는 척 해주셨어요; 그러다 진짜로 잠드시고...

전 그대로 영화를 다 봤는데 내용은 하나도 이해가 안갔어요.흑;

 

전 어릴때 영화를 많이 본 거 같아요.

주로 초등학교.중학교 때. 이해하든 못하든 닥치는 대로 많이 봤었는데 지금은 거의 한달에 한편 볼까말까 한 것과 정반대;

그 때 정말 좋아했던 영화가 '열혈남아'였는데 너무너무 좋아해서 마침 아무도 안빌려가는 인기없는 비디오라길래 거의 세 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제가도 너무 좋아서 따라부르다가 다 외우고(심오한 중국어의 세계)....나중에는 비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워크맨에다

두 시간 가량되는 대사를 녹음해서 한 두 달동안 듣고 다녔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영화는 거의 다 더빙이라서 진짜 유덕화와 장학우 목소리가 

아니라고 하길래 좀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도 나네요. 커서는 한번도 안봤어요. 그 때 좋아했던 그 느낌이 아닐까봐 무섭더라고요.

 

잠들기 싫은 새벽이라 그런지 수다가 길어지네요...연휴 전 하루남은 근무일수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 어머님 진정 멋지시군요!
      제 방에서 <하우스 오브 왁스> 보고 있으면 한 숨 쉬고 방문 닫아 주시던 울 어무니.. ㅠ_ㅠ
    • ㅋㅋㅋ 아빠 귀여우세요
    • 저희 집은 아빠가 출장가시는 날이면 엄마가 비디오를 빌려오셨어요.
      그 때 잠자기 전에 같이 본 영화들 중에 기억나는건 러브레터, 철도원.
      어릴 때는 러브레터를 보면서 지루하고 졸렸는데 최근에 다시 보니까 너무 좋았어요.
    • 브루스 윌리스 좋아했어요. 지금도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좋아해요
      나이 들면서 점점 멋있어지는 배우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bogota /의도하지 않게 하우스 오브 왁스를 두번이나 봤습니다 한번은 티비로, 한번은 비디오로요
      두번 째 봤을 땐 오히려 재밌더군요:d 어떤 의미로는 굉장한 영화잖아요
    • 저는 엄마 아빠께서 비디오 가게에서 (헤헤거리시며) 야한 뱀파이어 영화 빌리셨을 때 엄마 아빠한테 조금 실망했었어요.. 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실망할 것도 없었는데..
    • 저 어렸을 때 엄마랑 늑대의 후예들 보러 갔다가 어머니가 막 야한 거 나오면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셨거든요. 근데 그 때 제가 보겠다고 아웅다웅해서 주위 사람들한테 죄송스럽게도 민폐를 끼쳤던 기억이 나는군요...
    • 저희 부모님은 그렇게 영화를 좋아하시진 않아서 딱히 추억이라곤 없어요. 음.. 그나마 생각 나는건 아주 어렸을 때 성탄전야에 TV에서 틀어준 "쿼 바디스"를 훈훈하게 잘 본 기억 정도? .. 생각해보니 오드리 헵번이 나오는 "전쟁과 평화"도 엄마 때문에 보게 된거 같아요.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봐서 나중에 부모님이 영어 완역본을 사다 주셨는데 10년 넘게 안읽고 고히 모셔두고 있답니다 ㅋㅋ 저희 부모님 취향은 나이에 비해 old하신 듯 싶네요.
    • 야한 비디오 몰래 빌려보는데 테이프가 걸려 안나와서 속상했어요... ㅜ.ㅜ
    • 어릴 때 엄마랑,엄마의 아주 친한 친구분이던 '이모'랑 영화관에 가서 <쉰들러 리스트>를 보았던 게 생각나요.
      그때 영화관까지 가서 영화를 보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에, 어린 가슴이 어찌나 설렜던지...
      그런데 들어가서 보니까 온통 흑백영화에, 전반적으로 좀 암울한 분위기에,
      사이코 군인(랄프 파인즈였죠)과 정사를 나누는 여배우의 커다란 가슴이 덜컥 스크린에 비치는 바람에
      완전 깜놀했었죠.
      쉰들러가 무슨 파티 같은 곳에서 많은 여자들에게 키스를 받던 장면과, 줄을 지어 가던 수용소 유대인들의 모습도 기억나요.

      영화를 다 보고 소감을 묻는 엄마와 이모에게, "주인공으로 나온 사람(리암 니슨) 잘생겼다"그랬더니
      "어린 게 남자 볼 줄 아네"라며 이모가 기특해하셨던 것도(ㅋ) 생각나요
      그때 배우 리암 니슨의 존재를 처음 알았죠. 이름이 특이하다 생각했어요. '리암'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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