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한건지 잘못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길을 가는데 어떤 어린 남자애가 저에게 차비를 좀 달라고 하더군요.

 

물어보니 중학교 2학년 학생이라고 하고 집이 신당동인데 차비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친구랑 같이 있는데 차비가 없어서 집에 못 가고 있다고.

 

그래서 차비가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어보니까 8000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왜 차비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니까 집에 어떻게 가는지 잘 몰라서 그렇다고 말하더군요.

 

지하철 타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래도 되고..'이런 식으로 말끝을 흐리더라구요. 차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죠.

 

순간 고민했어요. 얘가 진짜 차비가 없다면 정말 도와주고는 싶은데

 

만약 얘가 가출 청소년이거나 비행 청소년이라면 돈을 주는 것이 오히려 이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사회적 해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이렇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할 정도면

 

돈이 필요한 이유가 차비 때문이든 가출했기 때문이든 절실한 상황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3000원을 지하철비로 줬어요. 일단 닥친 위기 상황은 모면하라는 의미였어요.

 

그런데 제가 잘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잘못한 건가요 잘한 건가요? 듀게분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겠어요?

 

제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현명한 것이었을까요?

    • 저희 학교에도 그런 애들 많이 있어요. 사기죠. 그냥 일이천원 뜯는게 귀찮아서 팔천원이나 불렀나보네요. 그래도 삼천원 건졌으면 꽤 괜찮은 장사에요. 그런식으로 몇번만 뛰면 한시간도 안되서 몇만원 금방 모여요. 친구가 레포트때문에 직접 해봤는데, 정말 한시간도 안되서 시급 4500원의 배로 벌수가 있었어요. 다음부터는 도와주지 마세요.
    • 그냥 안줘도 되요. 저도 예전에 아저씨가 차비 없다고 해서 3천원 정도 준 적 있는데 후회했어요. 그렇게 돈 모으는거라고 하더라구요. ;
    • 저라면 경찰서는 가봤니? 라고 먼저 물어볼 것 같아요 정말 돈이 없는 상황이면
      경찰서만큼 확실한데도 없잖아요 가출 청소년일 경우 주기도 안주기도 뭐한 상황이네요
      가출 청소년이 순순히 제 손잡고 경찰서를 가지도 않을테고 그것 참
    • 저라면 안 주겠지만 줬다해도 그냥 3천원일 뿐이잖아요;; 그게 그 아이의 앞날에 뭐가 그렇게 심대한 영향을 끼치겠어요;
      끼쳤다해도 지 탓이지 -_-
    • 1-2천원이면 모를까 8000원을 부르다니 대단하네요 -ㅁ-;
    • 그렇군요..;ㅜ 알려주셔서들 감사해요. 제가 미처 그런 식으로 사기칠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떠올랐었네요. 그냥 멍청한 짓을 한 듯 하네요..;;
    • 12년 전 쯤 4천원을 부른 학생이 있었어요. 5천원짜릴 줬죠. 바로 다음날 같은 자리(신촌역)에서 절 기억 못하는지 똑같은 대사를 읊으며 4천원이 필요하다 하더군요. 기가막혀 짧은 욕 한마디를 하며 지나쳤어요.
    • 휴대폰으로 한번에 가는 버스를 찾아서, '내가 지금 현금이 없어서 교통카드 찍어줄게' 했더니 도망가더라고요.
    • 요즘 애들 중2라면 거의 다 핸드폰 갖고 있는데...
      정말로 차비가 없었다면 아무한테나 구걸하는 것보다는 가족이나 다른 친구한테 전화했을 거 같아요.
    • 집에 가는 차비가 없어서 그랬을것 같지도 않고 받은 돈도 아마도 쓸모없는 짓으로 날려버렸겠지만... 너무 슬퍼하거나 후회하지는 마세요. 어쨋든 disorder님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정도의 큰돈도 아닌걸요.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그런 사람을 대하는 것도 좀 너무 삭막하잖아요. 뭐 다음번에 또 그런사람을 만나면 무시하게 될 확률이 크겠지만 이번은 그랬던거죠.
    • 8천원이나 불렀다니, 사기 확률이 크지만.
      그래도 저는 0.1%의 진정한 사람 때문에 그런 아이들을 보면 물어보고 차비 줘요. 진짜 곤란할 수 도 있는 사람을 위해서요.

      아주 예전에 중학생쯤 되는 애가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와 점심 먹을 돈이 없다고 해서 만 원을 줬었는데, 경제학 시간에 현물지원이 더 낫다라는 수업을 들은 기억이 나서 뒤쫓아갔더니 햄버거를 사먹더라구요. 제가 아이들에게 이거 말고 '밥'을 사먹으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나이대에는 밥보다 햄버거도 너무 먹고 싶을 것 같아서 그냥 뒀어요.-_-; 음, 어떤 사람들은 그 아이들이 정말 배가 고팠다면 그걸로 쌀을 사서 밥 해 먹었을텐데 고작 햄버거나 사먹다니 사기아니냐,라고 하는데 전 아직도 그 아이들이 정말 배가 고팠고 단지 어려서 뒷 일 생각안하고 햄버거 사먹고 싶었을거다,라고 생각은 해요.

      저라면 "그 아이도 집에 가는 차비는 천 원 수준이었겠지만,이 참에 돈 좀 더 받아서 밥도 사먹고 싶기도 했겠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 볼수록 저랑 비슷한 성격이신거같아요-_- 씁쓸합니다..(바보같은면이 다 비슷해서)
      저번에는 마을버스 기다리는데 (줄이 길었음) 비닐봉지로 발을 싸고 거기에 다 헤진 신발을 신은 어떤 남루한 여자가 버스비가 없다고;
      근데 마을버스가 900원인데 동전을 다 뒤져도 850원이었나;(지폐는 일부러 없는척 함)
      그냥 적선하는셈 치고 꺼낸거죠 물론 10000% 걍 내 손해인데.. 제 바로 옆에서 줄서있던 여자분이 제 등쪽을 쿡쿡 찌르면서 주지말라고 몰래 말씀하시더라구요. 근데 걍 웃으면서 줬음;;; 아무튼 안주는게 답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2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9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3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0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