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도 오래 갖고 있으면 한 재산이 되죠.

가끔씩 온라인 헌책방 돌아다니면서 옛날에 재밌게 읽었던 책들 구입하고,

예전엔 단골인 도서대여점에서도 잘 안 나가는 옛날 만화, 무협지 등을 구하곤 하는 취미가 있습니다.

 

'소오강호-동방불패'라든가 '천룡팔부',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나 '아테르타 연대기'며 한혜연의 단편집, 원백대의 소설 '측천무후' 등을 그렇게 구했죠.

사실 '소오강호' 번역본은 '아, 만리성'으로 사고 싶었는데, 이게 옥션이나 인터넷 헌책방에선 10만원의 고가로 거래되는 터라..ㅜㅜ(정가의 몇배야 대체-_-)

 

좀 전에 '첩혈쌍웅' 뮤비를 보다 갑자기,

 '너무 비정해지진 말게. 최고의 경지에 이르려면 비정을 넘어 다정해야 하네.'란 고룡의 소설 '다정검객무정검(소이비도)'의 구절이 떠오르면서,

'아... 날도 선선해지고 하니 갑자기 고룡 소설이 땡기네'란 욕구가 물씬!

그러나 책이 내 수중에 없다->도서관엔 지금 대출 정지 중이다->헌책방이나?

...하며 검색했다가 6만5천원~8만원의 고가로 거래되는 그 책을 보고 좌절 중입니다ㅜㅜ

 

그러게... 절판된 책도 갖고 있음 한 재산이라니까요.(이른바 헌책테크?)

특히 유명한 무협소설의 경우는 정식으로 출판된 적이 없이 거의 해적판이고(정식 출판된 건 아마 김영사의 김용 원작 '사조삼부곡' 정도.),

이미 절판된지는 십수년이 넘어 수십년에 가깝고, 그러므로 재고는 한정되어 있고, 그러니 헌책들이 돌고돌고도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특히 '아, 만리성'은 소오강호 번역본 중엔 재일 재미지다고 정평이 높은 바, 구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은 거의 없어 정가의 몇배로 가격이 뛰어올라 버렸죠.

(하긴 '베르사이유의 장미'도 지금 구하려면 프리미엄 붙습니다만.)

 

그냥 날도 쌀쌀해지고 하니 왠지 김용소설보단 고룡 소설이 땡기는데, 김용 소설은 그나마 도서관에라도 거의 전 작품이 비치되어있는 경우가 많으나,

고룡 소설은 있다 해도 각 대여점이나 도서관 별로 서너개 정도라(이 양반이 워낙 다작을 하셔서) 구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검은 원래가 무정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인간으로서 어찌 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꽃은 다정할수록 빨리 시들고, 사람은 다정할수록 초췌해져 간다. 그러나 꽃은 언젠가 시들고, 사람도 언젠가 초췌해 지는 것. 사람에게 정이 없다면 그 무슨 재미가 있으랴?'

-<소이비도(다정검객무정검'의 대사 中 일부>-

 

사실 이 소설은 예전에 읽을 땐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너무 칙칙하고 꿀꿀하고 우울하거든요.

게다가 남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를 자기 의형제한테 보낸 것부터가 여자인 제 입장에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이었고,

게다가 이거 원작으로 한 대만드라마 '소이비도'의 내용이 아주 속을 득득 긁어놓다못해 머리에 쥐나게 하는 내용이었는지라 그닥 인상이 별로였죠.

특히 고룡 소설의 인물은 워낙에 상식적으로 이해 안되는 싸이코들이 많고, 여자캐릭터들은 성녀 아니면 초절정미인의 악녀로 이분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런데.. 점점 나이들다보니 고룡의 소설들도 마음에 들어오게 되더랍니다.

그의 유쾌한 인물들은 그 나름대로, 우울한 주인공들도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태도나, 굉장히 우울한 성격이면서도 마지막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지향하는 주인공들이나.

뭐.. 좀 전에 '첩혈쌍웅' 보다가 '다정한 킬러'? 란 생각이 스치며 연상작용으로 '다정검객무정검'의 주인공인 이심환까지 떠올라버렸지만요-_

 

 

    • 저는 헌책 테크 보다 제 선생님의 선생님이 번역하셨지만 절판하신 책 다 구하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 저기 쑤시고 다녀서 구하고 나머지는 제본 떠버렸는데 그 제본뜬 책들 다 구했으면 좋겠어요 (오죽했음 꿈에서 제본뜬책 구하는 꿈까지 꿨겠습니까)
    • 흠...이번에 책벼룩하면서 절판된 만화책을 절반가격에 팔아버린 게 무지 후회되는군요.
      근데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책이라... 무협지처럼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책도 아니었고... 그 가격이 아니었으면 안팔렸을거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해봅니다.
    • 헐 고룡 문장이 저렇게나 좋았군요
    • 책 사이에서 서식하는 놈들은 흔히 책벌레라고 하는데
      정식이름은 먼지다듬이 라고 합니다.

      먼지다듬이 벌레는 1∼7㎜의 미소 곤충으로
      습하고 더운 곳을 선호하며 잡식성으로 균류, 꽃가루, 마른 식물, 곡물가루
      또는 곤충의 시체 등을 먹으며, 실내에서 서식하는 경우는 먼지도 섭취할 수도 있습니다.

      주요 서식처로는 책, 가구, 습한 바닥, 배관틈새, 벽 틈새 등인데,
      녀석의 퇴치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안의 습기를 제거하는 겁니다.

      습도를 낮추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없앨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보일러 가동, 다른 계절에는 환기를 통해서 실시)

      다른 곳이 아닌 책이기 때문에 책만 건조하게 유지한다면 충분히 없앨 수 있습니다.

      살충제를 사용해 제어하는 방법이 쉽기도 하지만 뒤처리가 남기 때문에
      또한 약제가 책에 지속적으로 접촉하면 책 자체도 상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세스코 질답란에서 퍼왔어요. 전 이것 때문에 오래된 책에 대한 정을 뗐습니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무협소설입니다. 소이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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