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고3때 같은 반이었던 한 아이가 생각나네요. 정말...만화에나 나올 법한 애였죠. 두뇌 명석하고 성적은 당연히 톱클래스에 외모도 수려하고 운동신경도 뛰어나며 노래도 잘 하고 친구도 많고...그런 애가 하나 있었어요. 정말 예쁘고 늘씬한데다 모의고사를 치르면 전국에서 몇 백 안에 드는 수준이니 선생님들이 안예뻐할 수가 없었죠. 거기다가 범생 스타일도 아니고 적당히 멋부리고 교칙도 어기면서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사는 성격이었답니다. 워낙 예쁜데다 자신감에 차 있다보니, 교칙을 좀 어겨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아이였어요. 수능시험 모의고사를 치르면 보통 전교에서 자기가 몇등인지, 반에서는 몇등인지를 관심갖잖아요. 그 애는 전국 석차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전교 석차는 별 의미가 없었죠... 그 애는 공군 사관학교의 행정 장교를 지망했었는데, 이 행정 장교는 각 도에서 인구 비례해서 뽑는 인원수가 정해져 있어요. 충북에서는 남자 2명, 여자 1명을 뽑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 여자 1명에 뽑혔는데 별로 어렵지도 않다는 표정이었어요. 참고로 이 행정 장교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 라고 할 수 있죠... (그 애는 시력이 조금 나쁜 편이라 일반 사관생으로는 갈 수 없었거든요) 참고로 행정 장교에만 붙은 게 아니라 서울대 인문대학에도 동시에 합격을 했습니다. 결국은 사관학교로 갔지만요.
근데 한번은 어느 수업시간엔가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선생님은 '한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한 사람 있으면 손들어봐'라고 하셨고 반 애들 전부가 다 손을 드는데, 그 애 혼자서 멀뚱멀뚱 주위를 둘러봤어요. 그리고 그 애가 하는 말이 '아니 자살을 왜 해? 사는 게 얼마나 좋은데 왜 죽어?'이러는 거예요. 순간 조용한 경악과 질투가 반 전체를 휩쓸고 갔지요.... 전 하필 그 애 바로 옆자리여서 그 표정을 아주 잘 관찰할 수 있었어요. 그 애 표정에는 진짜 순수한 놀라움과 자살에 대한 이해 불능이 있었죠.
근데 그 애는 정말 잘난 정도가 너무 명백해서 다들 속으로는 질투를 해도 겉으로는 감히 그걸 내색을 못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러니 자살을 왜 하는지 이해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깝지는 않았다 해도...멀지도 않은 사람이었다면, 사유님도 많이 힘드셨겠어요. 날 선 리플들에 너무 상처 받지 마시고. 그분의 선택을 타인이 알 수는 없겠지만, 많이지쳤나보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어제 들은 슬픈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연초에 광주에서 고아출신의 26세 남자가 자살했습니다.고아원은 만18세가 되면 나와야합니다.18살 학생에게 몇백만원주고 앞으로 네힘으로 살아라고하면 어떻게 살까요.식당종원업,주유소알바를 전전하던 그는 쉬고싶다,라고 했답니다 "
이런 글을 올리신 것이 정말 그 이유를 몰라서인지, 아니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사람의 죽음이 너무 힘들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질문이건 한탄이건 샤유님의 글이 삶이 너무 힘든 다른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셨으면 합니다. 부와 학벌, 외모 외에도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은 많고, 살아가는 것을 견뎌내는 사람도 샤유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