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 시는..

문학도(갤러거)

 

어둠의 다크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며
서쪽의 웨스트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윈드를 맞았다

 

그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그는 인생의 라이프를 끝내기 위해 디엔드

모든 것을 옭아매는 폭풍같은 스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자신 스스로를 죽음의 데스로 몰아갔다
후에 전설의 레전드로써 기억에 메모리 - 기적에 미라클

 

길이길이 가슴속의 하트에 기억될 리멤버

 

이 시가 아닐까요? 농담이 아니라(...) 일종의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대표적 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어 단어와 영어 단어를 아무 의미 없이 조사만 붙여서 병기하는 화법은 엣지니 시크니 하는 외국어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일종의 자학적 풍자로 기능하기도 하고, 중2병이나 허세 증후군을 반영하기도 하고요. 개그콘서트로부터 비롯된 유행어 코드에도 잘 맞아떨어졌고요(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이 시대의 한국을 놀랍도록 괴상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이런 시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요.

 

사진빨 안 받는 얼굴을 전국의

온 담벼락에 붙이는 건 벼락맞을 일이다

사람들을 진실로 빨아들이는 힘, 사진빨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사진빨은 없고

이빨만 있다 십년 독재 썩은 정치 못 참겠다 갈아보자

안정만이 살길이다 삼분 속성사진으로 벽보에

세숫대야를 들이민 자가, 역사와 구국의 일념을 야그하고

삼분 속성사진 출품 종식 대회는 얼마나 신물나게

수십 년째 리바이벌 벽보만 붙이고 있는 것이냐

 

선거철이 지난 후에도 오래도록 상처 자국처럼

담벼락을 더럽히는 벽보들, 사진빨은 없고

문어빨판 같은 접착력만 있는 벽보들

담벼락에 끈덕지게 붙어 벼락대권을 움켜줘는

순간을 꿈꾸는 망상의 증명사진들

대저, 사진이라 함은 망상이 色으로 증명된 형태요...

 

물론 '어둠의 다크...'에는 언어가 지시하는 몸체가 없긴 합니다만... 이게 인지도를 얻은 과정도 그렇고 참 포스트모던하긴 하네요.

    • 무엇무엇의 무엇무엇. 하는 건 일본식 표현이 들어와서 박힌 거죠...
    • 지금은 없어진 남로당 게시판에서 비슷한 표현을 구사하던 모님이 떠오르네요. 딱 저런 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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