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게 하고 싶은 게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닐까요.

 

 전 원래 음악이나 문학 쪽으로 예술을 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소질도 꽤 있었고요.

 

 아마 그 쪽으로 쭉 나갔으면, 음대는 꽤 상위권 음대 중 하나는 갔을거라고 확신하고..

 문학은 모르겠네요. 문학으로 대학 갈 수도 있겠..죠? 잘 모르겠음. 이 쪽은.

 

 

 

 

 아무튼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는데

 요즘은 기본적인 맞춤법이나 한국어 단어 사용도 모르겠고 쓰는 글을 보면 공대생스러워서 문학은 무슨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생각해요.

 음악? 음악? 음악.. 같은 건 나이를 놓치면 한계가 있죠. 절대 벗어날 수 없어요. ㅎ 일정 나이 지나고 시작하면 취미 생활 그 이상은 절대 안되더군요.

 

 주위에 한국에서 S급 음악가들이 (주요 시향, KBS 교향악단 출신들) 이 경제적으로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걸 보면서

 왜 개인 레슨이나 그런 것도 불경기에는 뚝 끊기더군요.

 

 난 쟤들보다 재능 없는데 음악 안 하기 다행이야 하고 생각해 본 적도 많고, 소설가로 데뷔한 친구가 살아가는 걸 보면서

 저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남에 돈 꿔가면서 메꾸고 다니는 동네 백수와 경제적으로 다를 바가 하나도 없는 걸 보면서 그런 길을 선택하지 않음을 여러번 안도했죠.

 

 

 

 문제는 이런 일 거치고 나니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졌다는거죠.

 저만 그런게 아니라 제 주위 애들이 대부분 그래요. 유유상종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던 재능을 잃어먹는 건 순식간이고,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죠.

 전 방황하거나 주어진 기회를 붙잡지 않는 타입은 아니여서 주어진 세속의 기회를 붙잡고 열심히 하긴 하지만 그게 딱히 좋아서 하는건 아니예요.

 지금 여기까지 온 것도 어떻게 온 거인지도 모르겠고 주위의 편견과 달리 사실 제 일에 별 애정도 없어요. 그렇게 보일 뿐이죠.

 

 그냥 돈이나 많이 벌고 몸 건강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예쁜 여자들 많이 만나고 그렇게 희희낙낙 살고 싶다는 속물적 소망만 마음 속 가득 남았네요.

 이렇게 늙어갈까봐 두렵긴 해요.

 나만 그러는 것도 아닐꺼라고 생각하고요.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건 어쩌면 매우 보편적 소망일지도 몰라요.

 그냥 밥이나 잘 먹고, 험한 꼴이나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네요. 이제는, 그냥 그렇게 생각해요.

 

    • 눈치코치/ 그게 인생의 목표인 사람은, 굳 라이프라도 행복한 라이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 헉 아트님 남자분이셨군요...()
    • 그래도 20대엔 허영심과 맞물려 되고 싶은 이미지를 표방하긴 하지않나요? 너무나 당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거 없다는
      젊은이들을 측은해하며 보는 어른들의 눈빛은 ㅡ 참 가증스럽죠.
    • 최근 어떤 행복론 책에서 스쳐 본 이야기인데 행복이라는 개념을 우리가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그 높은 기준을 맞추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면 오히려 더 불행해진다고 하더군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충만, 즐거움의 개념이라면 항상 엄청난 자극에 노출되는 셈인데 항상 그 상태인 게 꼭 좋을 것 같지는 않아요.
    • 글쎄요. 그게 그렇게 너무나 당연한 건가요. 전 이제서야 어렴풋이 그걸 찾아가는 중이라서. 오히려 10대 때는 그저 모든게 다 지겨웠어요.
    • 우디와버즈/ 그런 어른들의 눈빛은 가증스럽고 역겹죠. 난 니들보다 훨씬 고학력이고 잘나고 열심히 살았거든, 아 니랑 내랑 학벌이 같아도 내 또래들이 더 열심히 살고 더 많이 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음 ㅋㅋ 이라는 저의 뼛속깊은 속물적 생각이 제 머리속에 반사적으로 들죠.
    • 하고 싶다는 건 엄청난 고생을 각오할 정도의 의지 아닐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동네 백수 노릇까지도 감수하면서요.
      그런데 사실 험한 꼴 안 보고 사는 것이 만만찮게 힘든 일이죠...
      제 주위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상태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더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대는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게 당연한 시기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는 게 힘든 것이 당연한 시기인 것 같아요.
    • 속물적으로 사는게 어때서요? 남한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됩니다. 결국 자기만족이 지고지선이죠.
      사회적인 이슈에 참여하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실천들(쓸만한 정치인, 정치단체 후원, NGO참여 및 후원 등등)도 결국 자기희생의 차원이 아니라 그를 통하여 즐거울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고 보구요. 게다가 20대라면? 어휴~ 제가 20대에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하거나 외면했던 것을 얼마나 지금 후회하고 있는데요....
    • 흠. 저는 저 아래 김형태의 글에 왜 이렇게 날선 분위기가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어른의 꼰대질로만은 보기 힘들지 싶은데요. 일단 그 원글에서 질문한 사람이 '취직이 안돼요'라던지 '먹고살기 힘듭니다'같은 얘길 한것 같아보이지만 사실 그게 아니잖아요. 디자인을 할지, 영화감독을 하고 싶은지 갈팡질팡 하면서 실은 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있는(이게 중요하죠) 도피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잖아요. 디자인이나 영화감독이나 다 자기의 센스나 노력여하에 따라서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는 직종아닌가요. 학력이나 인맥같은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제일 우선하는건 자기 실력인 세상인데 저러고 있으니 하는 소리같이 보이던데....이거는 지금의 엿같은 한국사회의 문제가 아니고 북유럽식 복지국가의 할애비쯤 되는 나라에 가도 똑같을 거같은데요.
    • art, 우디와버즈 / 그런 어른들에게는 '하고 싶은 일' 즉 그 욕망이란 것이 대체로 그냥 사회적으로 주어졌었죠. 산업화, 민주화가 당면과제인 사회에서 개인들의 욕망도, 직업구조도 복잡할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들은 그들 다음 세대가 왜 그렇게 주저하고, 괴로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 그림니르/ 저도 좀 과하게 까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질문한 사람의 상황에 대한 답이 아니라 저마다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여 읽게되면서 반감이 생기는게 아닐까? 이해가 가더군요.
    • 그림니르 / 저도 동의합니다. 칼럼이 아니라 상담글인데 사회비판을 할 수는 없죠. 노력, 능력, 실력, 성취, 성공, 개척정신 같은 말들을 우파들이 자기들 용어로 선점해서 그렇지 그 개념들은 사실 자체로 존중받을 가치들이죠. 북유럽 복지국가가 아니라 사회주의 사회가 오더라도 저 개념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오래가지 못할 거라 봅니다. 지나친 무조건적인 알레르기적 반응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봐요.
    • 그림니르/ 삶의 질과 행복의 지향점이 다르고, 현재 일반적인 행복의 척도가 다른 상태에서 다른나라와 비교할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갈팡질팡하고 갈등하는걸 그저 개인적인 고민이라고 볼수도 있고, 중고교 시절 제대로 된 자아실현의 가치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한 젊은이의 사례로 볼수도 있는거죠. 어른의 꼰대질로 보는건, 아래 세대의 달라진 상황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편협한 어른'들의 시선을 말하는 거겠고요.
    •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재능이 뭔지 , 원하는 것이 뭔지 알면서 현실과 사회의 이유로 타협하면서
      그것이 정당화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듯이 이야기 하는 것이 정말 싫군요.
      그냥 그렇게 사시길.
      어차피 남탓하건 자기 탓하건 뭐라도 해보려 열심히 살건 자기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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