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비추] 햄릿을 낫토에 비비고 와사비에 찍어서 드셔보세요 '끝이 없는 스칼렛'

- 중세 덴마크 국왕 암렛이 야심 넘치는 동생 클로디어스에게 암살당합니다. 주인공인 왕녀 스칼렛은 복수를 시도하지만 되려 자신이 죽음을 당하고 맙니다.
이렇게 사망한 스칼렛은 '죽은 자들의 나라'라는 곳에서 깨어나는데 이곳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 죽을 망자들까지 모두 모여있는 일종의 판타지 저승공간인데요. '끝이 없는 곳'이라는 장소에 도달하지 못하면 영원히 사라져버리게 되는데 과연 스칼렛은 복수를 달성하고 그곳에 갈 수 있을까요?

- 그러니까 '햄릿'의 기본설정을 가져와서 호소다 마모루식의 판타지/SF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인데 작년 시사회 이후 분위기가 심상찮더니 공개/개봉 후 드디어 빵 터져버렸습니다(?). 사실 감독의 최근작 '미래의 미라이', '용과 주근깨 공주'에서 평가가 계속 갈리고 하향세였는데 그럼에도 '미래의 미라이'는 오스카 장편애니 후보에도 올랐고 '용과 주근깨 공주'는 필모 최다 흥행수익을 거두는 등 어쨌든 성과가 있으니까 역시 자기는 옳다고 믿었는지 이번엔 정말 하고싶은대로 폭주해버렸는데 드디어 평가/흥행 양쪽 모두 박살나버렸네요.
스칼렛이 복수를 하려다 실패하는 초반 10여분 정도의 오프닝은 어쨌든 꽤 볼만했는데요. 막상 주요 무대가 되는 '죽은 자들의 나라'에 넘어오면서부터 급격히 모든 게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전작의 가상 사이버 공간도 그랬는데 설정상으로는 다양하게 써먹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최선인가? 싶은 전개만이 반복됩니다.
결국 복수를 할 것인가 아니면 용서와 사랑(?)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의 여부가 주인공의 고뇌인데 이미 초반부터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뻔히 보이는데도 관객이 그걸 순간적으로 망각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것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괴물의 아이' 때까지만 해도 뻔한 가족주의 중심, 찬양 메시지로 가도 최소한 재미는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스칼렛 캐릭터 부터가 그냥 외형 예쁜 것 빼고는 별다른 매력도, 개성도 없는데 조연들도 하나같이 도구적으로 캐릭터 만들기 교과서에 나올 것 같은 존재들이라 어제 막 봤는데도 이름이 제대로 기억나는 애가 하나도 없네요.
그리고 아마 이 작품에 관심있으셨던 분들은 안좋은 쪽으로 소문이 하도 많이나서 알고 계실 것 같은데 후반부 중요한 순간에 '라 라 랜드'를 연상시키는 뮤지칼 댄스 시퀀스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거 감동이 목적인지 웃기는 게 목적인지 아니면 관객들 킹받게 하려는 게 목적인지 참 헷갈리고 난감했습니다. 물론 이런 대자본 들여서 만드는 작품에서 일부러 열받게 하려고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진짜 좀 감독님한테 묻고 싶었어요;;;

- 최근작들이 계속 비판을 받아도 그나마 작화 만큼은 항상 예쁘고 좋다는 게 꾸준히 지켜지는 장점이었는데 이번에는 3D 비중이 많아지면서 그것도 조금 애매합니다. 그나마 나쁘지 않았던 점을 꼽자면 비주얼이긴 한데요... 그리고 액션도 원래 '썸머 워즈'나 '괴물의 아이'에서 과장되더라도 박진감 넘치고 재밌게 잘 뽑았었는데 이번엔 그것도 애매..
그나마 최근에 목소리 연기 디렉팅도 이상하다는(특히 '미래의 미라이') 반응이 많았는데 이번엔 괜찮더군요. 심각한 각본과 대사를 진지하게 감정 넣어서 연기하느라 참 고생이 많으셨다는 생각만...
넷플릭스에 올라와있는데 당연히 비추천하구요. 나는 너무 황당해서 재밌다고 느껴지는 망작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하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 주인공 스칼렛 목소리 연기는 귀여운 아역배우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상당했던 아시다 마나가 맡았는데요. 어느새 21살이 됐더군요.

(우리에게 익숙했던 모습)

(최근 모습)
아역 때 너무 잘나갔던 친구들이 성인 커리어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찾아보니 아시다 마나는 최근까지 꾸준히 여배우 인기순위 상위권에 들고있고 연기력도 쭉 인정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생활에도 전혀 잡음이 없고 학업 병행도 착실히 해서 대외적인 이미지도 거의 최상이라고 하네요. 저는 아역시절 국내에서 유명했던 일드 '마더' 정도 말고는 별로 본 출연작도 없지만 하여간 잘 자라고 계시다니 괜히 흐뭇합니다.
[끝이 없는 스칼렛] 자체는 제가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고 와서 이 게시판에 글을 좀 쓴 적이 있는데, 그 때 글에 쓴 내용 일부를 여기 가져와 본다면 "100점 만점에 50점은 넘는다 생각하는데 50점 짜리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습니다만, 이 영화의 50점은 TV나 모니터에서 보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는 된다는 것입니다." 뭐 60점이면 가작이고 극장에서 돈을 들여 볼 가치는 있는데, 사람마다 재미가 있느냐는 다르겠죠.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그냥 시간 때우기 삼아 틀어놓고 보면 되는데, 정작 사람들에게 이미 나쁜 이미지가 반쯤 각인 된 상태라 볼만한 부분도 그냥 무심코 흘릴 것도 같기도 하고 말이죠. 머 개인적으론 인물 작화보다 배경이나 모래폭풍 같은 환경 표현의 작화가 더 인상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아시다 마나는 사실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나마 아역 시절은 딱 하나 마츠야마 켄이치하고 같이 나왔던 "버니 드롭"이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있어서 그거 본 정도네요. 나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만, 원작 만화의 결말은 사람에 따라선 꽤 평이 갈리겠죠. :DAIN_
제게 있어서 아시다 마나의 대표작은 '퍼시픽 림'도, 일본 작품들도 아닌 바로 타코야끼 굽기였는데요.
언제부턴가 화제가 안 되길래 가라앉으셨구나... 했는데 여전히 잘 살고 있었다니 괜히 반갑구요. ㅋㅋ
이 애니메이션은 그냥 뭔가 분위기부터 제 취향이 아니라 관심은 별로 안 두고 있었고. 다만 개봉시 흥행 폭망이 화제가 되고 완성도에 대한 논란이 잠시 뜨거웠던 것 정도... 밖엔 거의 몰라요. 전에 DAIN님께서 적어 주신 소감 글과 이 글의 내용이 제 지식과 인식의 전부이니 아마 앞으로도 안 보게 될 것 같군요. 하지만 글은 잘 읽었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