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탐 일기 1.
3주에 한 번, 돌아오는 일요일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게 애인과의 데이트 루틴 중 하나입니다. 책을 빌릴 때마다 '연장해주세요-' 하고 2주 + 1주로 빌리는 편이죠. 좀 더 많이 빌리고 싶을 때는 도서관 두 곳을 1주 간격으로 빌려 퐁당퐁당을 만듭니다. 요새는 그 정도로까지 책탐이 나지는 않네요. 사실... 완독을 하긴커녕 열어보고서라도 반납하면 다행인 편이죠. 신기하게도 책을 3주 보관(?)하고 있으면, 재미가 쪽 빠져서 그런가 관심이 쑥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번 주 일요일에 책 반납을 해야한다는걸 토요일에 알았는데, 3주가 그렇게 지나갔다는게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너무 빨리 지나가서요. 분명 지난 주는 아니고 지지난주 쯤에 빌린 것 같았는데 한 권도 못 열어보고 반납한다고? 하며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뭔가, 그러고 나니 대출 책 일기나 써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도 안대고 지나가서 말이죠. 약간의 듀게 활성화에 돌도 하나 얹고요. (그런데 안 읽고 반납하는 경우가 수두룩빡빡하기 때문에 이미 부끄럽군요 ㅋㅋ.) 일단은 처음이니까 저번 빌렸던 책들을 먼저 써 봅니다. (당연하게도 거의 한 번도 못 읽음.)
- 엉엉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일전에 [키오스크 학교]를 인상깊게 읽어서 한 권 더 빌려봤는데, 한 3쪽 읽고 반납하게 되네요. 엉엉..
- 투쟁의 역사 성찰의 기록: 한국 노동운동사 1987 ~ 2025
책으로 찾아보는 노동운동 책 중 한 권인데, 보통 책으로 나온 이야기들은 그다지 현장감이 없어서 교과서처럼 지루하기 마련입니다. 혹시하고 빌렸는데 결론은 펼쳐보지도 못하고 반납했습니다.
- 광물전쟁
애증의 책인데요. 희토류 갈등 등과 함께 꽤 탁월하고 즐겁게 쓰인 책인데, 아마 3번은 빌린 것 같습니다. 즉 두 달 이상 들락날락했다는 거죠. 그런데 첫 장 정도만 읽고 더는 못 읽었습니다. 한 타임 쉬고 빌리려고 보내줬네요.
- 전쟁과 책
언제나 욕심껏 손대는 벽돌책입니다. 도서관 왔다갔다 할 때 중량만 늘려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집요한 면이 있어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을 것임에도 한 챕터 정도 읽었네요. 겉으로 보면 서로 상극일 것 같지만, 책들이 얼마나 전쟁에서 활약(?)했는지를 알 수 있을 거라서 언젠가 다시 빌리게 될 것 같아요.
다음은 빌린 책들인데요.

여러 사람들에게 이 단어가 인용되서 유명한 책입니다. 뭐랄까 인용될 때 명확하게 쓰이기보단 무리를 비난하기 위해서 짧게 사용되는 편인 것 같긴 하지만요. 그 시절에 군중 심리라는게 어떤 식으로 묘사되고 접근되었나 궁금해서 빌려봤습니다. 대충 훑어보니 예시와 인용들이 많이 들어간 걸로 보여서 현장감이 느껴질거라 예상되네요.

최근 [단 한 번의 삶]을 읽은 후에, 여행 앞 뒤로 [여행의 이유]도 읽었네요. 김영하의 소설은 [빛의 제국] 밖에 안 읽었지만 (그리고 [퀴즈쇼]를 빌렸는데 고대로 반납했습니다, 왜케 못 읽는지.) 에세이는 정말 잘 읽히더군요.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빌릴까 봤는데, 아예 여행 에세이라 그런건 원치 않아서 보류했는데 이 책이 있더라구요. 두께로 봐서는 1/4 이나 읽으면 많이 읽었다 칭찬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정도? 김영하 강연에 참여한 후에 '말을 잘하네'하고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으니, 확실히 홍보차 강연을 여기저기 하는건 효과가 있겠습니다.

만화책입니다. 갈수록 읽기력이 떨어진다는 기분이 듭니다. 하도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들을 읽지 못하고 반납하니까 그럴 때마다 만화책으로 물을 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요새는 만화책도 못 읽고 반납하기 부지기수라서 맘을 더 비운 상태입니다. 심지어는 집에 읽지 않고 사놓은 만화책들이 쌓이고 있어서, 살다 보면 이럴수도 있구나 싶습니다. 책 자체는 음식 그림으로 유명한 저자의 만화인데요, 과일들이 잔뜩 나옵니다. 이걸 보며 힘을 돋아 과일을 먹어야 할텐데요, 너무 게을러서.. (잘못하면 딸기도 놓치게 생겼어요.)

이상하게 자가 건축하는 책들을 좋아합니다. 일단 실무적인 이야기인데다가 문제 발생 > 해결의 끊임없는 반복이 발생해서 보통 알려지지 않는 소소한 암묵지들이 기록되어서 (앞뒤가 안맞는 말이란건 알지만)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같은 시기에 빌린 [건축과 교수는 이렇게 집을 짓는다]도 있으니 이 장르(?)를 이상하게 끌리는구나 싶습니다. 참고로 인테리어에는 아무 관심도 없으며 시골에 자가를 갖거나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약간... 이런 책을 쓰시는 분들은 자산이 많으신 편이라서 이입이 크게 안 되는 지점이 있지요. 하지만 알 수 없는 취향으로 계속 빌리게 되는데. 이 책도 두 챕터나 읽으면 많이 읽고 반납할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에 단 한 권만 빌렸다면 이 책을 빌렸을 겁니다. 설명을 쓰긴 하지만 결국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는 감각을 집중해서 손으로 책 등을 이렇게 지나치다가 꽂히는걸 꽉 잡는게 보통이고 왜 좋아했는지는 나중에 붙는듯 해요. 작은 책이라 여유만 있다면 완독할 것 같고, 아무래도 내용은 또 전부 잊어버리겠죠. 빌리기 전에 서서 펼쳤을 때 나왔던 대목은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새들도 상실을 많이 겪는다', 흠... 새들이 겪는 상실이란 뭘까, 알을 잃어버리는 것? 보금자리를? 아니면 철새가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동료를? 그러나 다음에 나온 문장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들은 깃털을 매 번 잃으며 상실을 겪는다.' 확실히 모르는 내용이네, 하며 책을 골랐네요.
간단하게 써봤는데, 그럼 3주 뒤에 봬요. 얼마나 읽었을지.
[전쟁과 책]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표지에 이 사람 그 사람이군요. 독서가였다는 스탈린 이야기도 나올 듯요.

[한 권으로 읽는 김영하 30년의 산문들]은 처음 봅니다. 인터넷 서점에 검색해도 없는 걸 보면 판매용이 아닌 것인가? 출판사에서 30년 기념으로 조금만 찍었을 수도 있겠네요. 저역시 김영하의 책은 에세이를 더 재미있게 읽어요. 작가에게 실례일 수 있지만 좋은 소설 쓰기란 그만큼 지난한 일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에세이 쓰는 솜씨는 정말 좋으니 뭐.
후르츠 칵테일 맛있죠.ㅎ 저도 오늘 모처럼 세 권짜리 만화책을 주문했는데 말입니다. 집수리와 아마도 새와 인생을 연결짓는? 책까지 제가 생전 안 살 책이라 넘 신선합니다. 요즘은 서점이 드물고, 대형 서점은 큰 맘 먹고 나가도 책이 눈에 잘 들어오는 진열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의 관심 책 반경을 넘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주 구경하러 가려고 마음(만)먹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빌리는 것만도 그 책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안 읽으셔도 참 좋은 일 하십니다.ㅎ 글 잘 읽었어요. 3주 후에 이어지는군요!
[전쟁과 책] 저자는 한 주제를 집요하고도 깊게 파는걸 잘하나 보더군요. 이전 책은 [도서관의 역사]로 이 쪽도 보통 도서관을 다룬 책보다는 훨씬 집요한 것 같아서 손이 갑니다. 전체적으로 슬쩍슬쩍 둘러봤을 때 새로웠던 개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도서관이 폭격을 꽤 당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중립 건물이 아니라 군사 정보들을 관리하는 핵심 구역이었기에. 2. 책은 전쟁에서 상당히 열심히 일한다. 사상 전쟁의 병사로서 참전한다. 3. 전쟁은 책들을 상당량 없애버린다. 특히 이념적 책보다 대중적인 책들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멸절시킨다. 나중에 다시 빌릴 듯 합니다.
김영하 책은 [30/3 산문선]이라고 검색하면 나올 거에요. 이게, 30/3이라는 3개의 세트로 되어 있는데 그 중 한 권입니다. 현재 김영하의 책들은 김영하 아내 장은수 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만 나오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빠르게 절판시키진 않을 것 같습니다 ㅋㅋ.
thoma 님과 만화책이라니, 무슨 책을 읽으실지. 생각보다 독서가들이 도서관에 안 다니더군요. 저희 동네는 땅값과 건물값이 싸서 그런가 생각보다 독립서점들이 많이 생겨서, 주말에 마음이 넉넉하면 여기 저기 가보거든요. 거기서도 새로운 책을 찾기 좋습니다. 도서관은 한 번 가면 반납할 때 어차피 가야 하기 때문에 루틴이 구성될 수 있어요, 파이팅입니다. 3주 후에 아마도 못 읽고 반납하는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군요 ㅋㅋ.
아하, 30주년 기념으로 나온 세트. 본 건데 기억을 못했네요. 장편 한 권은 [빛의 제국]을 넣었더라고요. [검은 꽃]을 대표작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만화책은 [동경일일]입니다. 마츠모토 타이요라는 작가 작품인데요, 논픽션이고 만화 편집자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어떤 편집자의 인생책 중 한 권이라 해서 오랜만에 만화책을 구매했어요.
오, 이름도 들어본 적 있고, 보니까 괜찮은 만화책 같군요. 전자책 구매 장바구니에 넣어야겠습니다. 김영하는 [빛의 제국]을 쓰면서 심력이 많이 들어갔나 보더랍니다. [검은 꽃]은 어떤 내용일지.
어떤 도서관은, 연장한 시점으로부터 대출 기한이 늘어나는 경우라던가 당일은 연장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말씀하신걸 들어보니 그 곳은 연장해달라면 해주실 것 같습니다 ㅋㅋ.
저도 누구나 그런지 알았는데, 어떤 분들은 도서관에서 꼭 필요한 책 한 두 권만 빌린다고 하더군요. 쏘맥 님도 대출 가능 권수를 꽉꽉 채우시는 편일까요. 저는 빌리는 걸로 이미 욕망이 만족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 언제나 반납 전 날에 열심히 조금이나마 읽고요.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ㅎㅎ.
노동 운동사... 오래 전에 비슷한 류의 책을 한 권 선배 때문에 읽게 된 적이 있었는데.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조금 읽다 포기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막 생생한 현장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시작했는데 이건 족보도 아닌 것이... ㅋㅋㅋ 물론 그런 기록도 중요하겠지만 읽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어요.
책 제목이 뭐 이리 무성의해? 라며 생긴 호기심으로 '엉엉'을 검색해 봤어요. 무성의한 제목 같지만 이런 저를 보면 효과적으로 잘 지었네요. 하하;
나름대로 이것저것 읽어왔는데, 역시 썰이 최고인 것 같아요. 기억에도 쏙쏙 남고. 다큐멘타리도 확확 와닿고. 통사는 결국 교과서 비슷하게 될 수 밖에 없는듯 합니다. 일단은 객관적으로 뭔가를 남기고 싶은 거니까.
[엉엉]은... 쓴 걸 다시 읽어보니 책이 재미 없어서, 같은 뉘앙스인데 실제로는 제가 게을러서 못 읽었지 책 자체의 전개는 상당히 궁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