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번역제가 구수한, '뛰는 백수, 나는 건달' 잡담입니다

 - 1999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29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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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어울리는 영화, 어울리는 카피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ㅋㅋㅋ)



 - '이니텍'이라는 컴퓨터 기술 관련 회사가 빌런(?)입니다. 주인공은 직원 피터구요. 끔찍하게 비효율적이며 관료적이고 뭐뭐... 세기말에 '나쁜 기업 문화'라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의 총합에 가까운 곳에서 인생을 말려 죽이는 대가로 월급을 받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런데 여자 친구가 박박 우겨서 끌려간 최면 심리 치료사(?)와의 만남이 이 분의 인생을 바꿔 버립니다. 원래는 이 양반이 최면을 걸어서 스트레스를 덜어 주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 후에 그걸 풀어야 하는데, 최면 도중에 심장 마비로 죽어 버리는 바람에 그 최면이 안 풀렸어요.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회사 생활을 하게 된 피터는 자신은 물론 관객인 우리들까지 상상만 간신히 할 수 있었던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데요. 당연히 그것만으로 끝까지 가진 않을 테고, 서서히 최면 빨이 떨어지면서 피터는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게 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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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덕에 행복해진 우리의 피터. 사실 전 잘 모르던 배우님인데 우연히도 아래 moviedick님께서 올려주신 '툴리'에 나오셨네요. 하하.)



 - 진짜로 그냥 번역제가 구수해서 틀어봤습니다. ㅋㅋㅋ 이런 난감한 한글 제목이 붙어 있는 걸 보니 당연히 그 당시에 국내 개봉을 했을 거고 검색하니 곧바로 듀나님의 리뷰도 나오고 그렇지만 전 전혀 몰랐던 영화였거든요. 나오는 배우들도 제니퍼 애니스톤을 제외하면 제게 친숙한 이름들은 없구요. 다만 감독은 알던 사람이었군요. '비비스와 벗헤드'를 연출했던 사람이라고.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작품처럼 위악적으로 막 나가진 않습니다. 대충 회사 생활을 소재로 하는 블랙 코미디에다가 주인공과 동료들은 이런 코미디 영화에 최적화된 둥글둥글 귀엽고 적당히 모자란 양반들 정도. 그러니 그 시절 코미디 영화들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볼만할 거에요.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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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애니스톤이 아주 평범하게 멀쩡한 역할로 나옵니다. 너무 멀쩡하고 상식적이어서 오히려 어색했던... ㅋㅋ)



 - 당연히 주인공이 겪는 직장 생활은 아주 많이 과장이 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부조리하고 삭막하며 불쾌한 방향으로 과장이 되어 있고 그 과장 덕에 웃음이 나오는 구조인데요. 비록 과장은 했을 지언정 무작정 웃기자는 과장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딛고 시전하는 과장인 관계로 웃기기만 하진 않습니다. 동시에 숨 막히고 피곤하고 화가 나죠. 시절이 세기 말이고 한국도 아닌 미국의 그 어딘가가 배경인데도 이렇게 공감성 스트레스가 쉽게 느껴지는 걸 보면 역시 사람 사는 건 어디든 다 비슷하구나... 싶구요. ㅋㅋ 


 그래도 주인공의 반격 및 일탈이 늦지 않게 시작되기 때문에 시청 스트레스가 많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짜증을 심어준 후에 그걸 깨부수는 선 넘은 행각으로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주는 구조가 잘 짜여져서 효과적으로 굴러가고요. 그렇긴 한데...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이게 어떻게든 멀쩡한 엔딩을 맺어야 하는 이야기라는 점이겠죠. 그래서 주인공의 일탈이 극에 달해 저지르는 무언가를 클라이막스의 소재로 삼고, 그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다 보니 막 나가는 즐거움은 결국 약해집니다. 그렇다고해서 아주 건전한 결말을 맺어 버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정상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걸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니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 든달까. 그랬습니다. 기왕 폭주하는 거 끝까지 막 달리지! 비비스와 벗헤드 만들던 패기는 어디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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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의 상대적 멀쩡함이 좀 아쉽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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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할 정도로 튀는 캐릭터 하나가 그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아니 정말 대단해요 이 캐릭터. 걸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 그래도 어쨌거나 재밌게 봤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세기말 개그 영화 정서도 반가웠지만 이야기 자체가 은근 튼튼하게 잘 짜여진 작품이었어요.

 듣자 하니 개봉 당시엔 반응이 별로였다가 시간 흐르면서 열성 팬들을 갖게 된 경우라던데, 차라리 요즘 시국에 나왔다면 처음부터 그냥 평이 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멀쩡하게 잘 만든 블랙 코미디였구요. 막 엄청 웃기고 파격적인 장면들이 줄을 잇는 스타일까진 아니어도 의외로 현실 고증(?)에 충실한 덕에 다 보고 나서 적당히 씁쓸한 감상이 남는 것도 좋았구요. 그러니 어차피 디즈니 플러스 구독하시고, 저 시절에 코믹 영화들 즐기시던 분이라면 한 번 틀어볼만 하실 겁니다. 전 기대보다 재밌게 잘 봤다는 거. 끝이에요!




 + 사실 이 영활 보면서 가장 공감했던 건 상사에 대한 에피소드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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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터 겸 복사기에 대한 이들의 한과 분노였습니다. ㅋㅋㅋㅋㅋ 전세계가 다 그런가봐요. 세상엔 본인 수명까지 멀쩡하게 작동하는 복합기가 드문가 보죠...



 ++ 최면에 걸려 배째라고 활개 치는 피터의 모습들을 보면 당연히 황당하고 웃기긴 합니다만. 가만 생각해 보면 이 또한 리얼리티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왜 주변 사람들 얘길 들어 보면 정말 배째라고 막 나가는 사원은 윗 사람들도 잘 못 건드리고 그런 거 있잖아요. ㅋㅋ 


 사실 저도 예전에 어떠한 사정으로 대략 1년간 윗분들과 거의 매일 들이받으며 지낸 적이 있었는데. 덕택에 성과급은 수년간 최저 등급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이후로 쓸 데 없는 일로 건드리는 사람이 없어져서 한동안 맘 편한 세월을 보냈던 추억이 있네요. 그래서 요즘도 가끔은... (쿨럭;)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최면이 덜 풀린 우리 피터는 주말에 출근하라는 상사의 연락을 씹고 태연하고 집에서 내내 잠만 퍼질러 자고선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는 내 꿈을 이뤘다!'며 흐뭇해 하구요. 오랜 세월 짝사랑하던 회사 인근 식당 직원에게 배째라 데이트 신청 해서 커플이 되구요. 출근은 본인 맘대로 아무 때나 해서 파티션 발로 부숴 버리고 통유리창 뷰를 즐기며 게임만 하고 놉니다. 그러고는 정리해고 대상을 고르기 위해 출동한 컨설턴트와의 면담에서 아무 말이나 솔직하게 막 해버린 결과 이 회사의 근본적 문제를 통렬하게 지적하는 멋진 직원이라는 오해(?)를 받아 잘리긴 커녕 진급까지 해 버려요.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나니 슬슬 최면 효과가 떨어지면서 정상적인 사고력이 돌아오고. 그 와중에 본인의 절친 둘이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자 그동안 자신이 일탈을 감행하는 동안 깨달은 바를 실행에 옮기려는 피터. 절친 둘을 설득해서 그 중 한 명이 '절대 실현하진 않을 로망'이라고 종종 얘기했던 범행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 내용인 즉, 회사에서 은행과 돈을 주고 받는 동안에 생기는 1센트 미만의 푼돈들을 일정 비율로 자기들 계좌에 옮겨서 눈에 안 띄는 횡령을 한다... 는 거였구요. 친구는 이걸 '슈퍼맨3'에서 본 거라고 계속 강조하지만 암튼 저질러 버립니다. 그러고선 이제 퇴사 준비를 하는 주인공들입니다만...


 해킹을 시전한지 고작 이틀만에 수십 만 달러의 돈이 들어와 버립니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게, 평소에도 자잘한 업무 실수가 잦던 친구 녀석이 해킹 코드를 짜면서 빼돌릴 돈의 소숫점을 잘못 찍어서 말이죠. ㅋㅋㅋ 그래서 단박에 다 티가 날 상황이 되어 버렸고. 입급 통장도 정직하게 피터 명의로 해 놓았으니 이제 다 같이 망한 거죠. 감옥행이구나... 하며 좌절해서 서로 비난하며 싸우는 셋이구요. 돈세탁이라도 해 볼까? 하고 머리를 굴려 보지만 결론은 '우리는 하다 못해 범죄를 저지르려고 해도 아는 게 없어서 인터넷에 돈세탁 개념을 검색해야 하는 머저리들이야!!!' 로 귀결되며 좌절. 밤새 고민한 피터는 결국 친구들을 꼬드겨 주동자 역할을 한 게 자신이고, 아무리 회사가 나빠도 범죄는 더 나빠. 라는 평범한 도덕적 결론을 내리고 자수를 결심합니다.


 그래서 인출했던 수십만 달러와 자신의 단독 범행을 주장하는 편지를 봉투에 담아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회사에 들어가 웬수 같은 상사의 사무실 문틈으로 밀어 넣구요. 곧바로 후회하며 꺼내려고 발버둥 쳐 보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서 포기하고 돌아서는 피터. ㅋㅋㅋ 그러고 다음 날 이제 죄값을 치르러 출근을 하는데...


 이 회사엔 너무나도 존재감이 없어서 5년 전에 해고를 당했는데도 아무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꼬박꼬박 월급을 주고 있던 직원이 하나 있었거든요. 당연히 하는 일도 없으니 계속 무시, 구박 받으며 자리가 점점 구석으로 밀려나다가 급기야는 지하의 창고 구석까지 가서 처박히고. 게다가 컨설턴트들에게 '어라. 왜 해고한 사람에게 월급을 주고 있었죠?' 라고 지적을 받아서 월급까지 끊겨 버린. 하지만 본인이 진작에 해고 당했다는 걸 스스로는 아직도 모르는 그 직원이... 회사에 불을 질렀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회사는 활활 타고 증거가 될 컴퓨터도 타고 자백 편지도 타고 다 타버려서 피터와 친구들은 부자는 되지 못했지만 감옥행은 면하게 되구요. 마지막 장면은 그 타 버린 회사 복구 인력으로 취직해서 삽질을 하고 있는 피터의 모습입니다. 이대로 괜찮겠냐고 묻는 친구에게 '맨날 햇살 받으면서 땀 흘리며 일하니 오히려 만족스럽고 좋네' 라고 진심으로 대답하는 피터. 이렇게 건전 행복하게 엔딩을 맞다가...


 갑자기 머나먼 어딘가의 휴양지가 보이구요. 아까 그 방화범 직원이 선베드에 앉아 회사에서와 똑같이 사회성 떨어지는 말투로 직원들에게 막 클레임을 걸고, 하지만 직원들은 그 말을 알아 듣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고... 이런 풍경을 보여주며 진짜로 엔딩입니다. 그러니까 이 아저씨가 피터의 돈봉투를 챙겨서 부자가 됐다는 거. ㅋㅋ 그리고 본인의 범행을 인멸하기 위해 불을 질렀고 그 덕택에 피터와 친구들은 무사해졌다는 거. 이렇게 모두가 행복한(?) 엔딩이네요.

    •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오신 유명하신 분인데 잘 모르신다니 섭섭 ㅎㅎ

      • 아. 제가 제 또래에선 참으로 보기 드문 밴드 오브 브라더스 대충 본 사람이어서요. ㅋㅋㅋ 그러고보니 저 얼굴이 확 떠오르긴 하네요. 참 군인 어울리게 생긴 분...

    • 아 이거 해외 영화팬들 사이에서 컬트작으로 제법 인기가 있던데 국내에는 당연히 정식으로 접할 수 없는 작품이겠거니 지레짐작했는데 이런 구수한 제목으로 들어와 있었군요? ㅋㅋㅋ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궁금했는데 조만간 챙겨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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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 리빙스턴은 '툴리'도 그렇고 다른 영화들에서 간간히 봤었는데 아무래도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윈터스 옆에 붙어 다니는 장교 캐릭터'로 뇌리에 박혀있는 분이시죠. ㅋㅋㅋ 제니퍼 애니스턴도 여기 나왔는지는 몰랐네요. 99년이면 '프렌즈'로 쭉쭉 뜨고있을 시기인데 이런 영화에도 나왔다니 신기하네요.



      • 본문에도 적었지만 요즘 나왔으면 그냥 매끈하고 재미나게 잘 뽑은 블랙 코미디 소리 들으면서 적당히 인기 끌고 잊혀졌을? 그런 느낌인데 시대를 앞서가고 망하는 바람에 컬트까지 되었나 봅니다. ㅋㅋ 어쨌든 잘 만들었으니 시간이 아깝진 않으실 거에요.




        이렇게 사진으로 보여주시니 더 확실히 기억나는군요. 압니다 이 분! 몰라 뵈어서 죄송하구요!!!




        제니퍼 애니스톤은 이 시절에 이런저런 영화에 하찮은 역할(...)로 종종 나오고 그랬죠. 그걸 보면서 헐리웃은 드라마판이랑 영화판이 되게 다르게 굴러가는 동네인가보다...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외의 다른 프렌즈 멤버들도 매튜 페리 정도를 제외하면 영화 쪽에선 딱히 흥한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구요.

        • 이 시절은 미국 TV 시리즈가 매년 새시즌이 나오고 최소 20+ 에피소드 방영하던 때라 촬영기간만 6개월 내외 이런 식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인기 시리즈 출연하는 와중에는 스케쥴 문제로 아무리 인기가 올라가도 선택 옵션의 한계가 있다보니 영화계에 진지하게 도전하려면 인지도 올려준 시리즈에서 하차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죠. 그래서 시청자들한테는 안좋은 소리도 듣고 ㅎ




          애니스톤도 톱스타급으로 뜬 거에 비해 당시 그런 한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추측이 되네요. 그래도 당시 프렌즈 6인방은 성과와는 별개로 주연급으로 영화출연 자주 했던데 그만큼 프렌즈가 대단한 인기였구나 싶죠.

    • 아.. 저 양반 어디서 봤더라? 였는데,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온 분이네요.  선량/잘생기고 예의 바르나, 뭔가 약간 부족한 캐릭에 잘 맞는 분 같아요. 

      • 인상이 딱 그런 것 같아요. ㅋㅋ 이 영화에선 내용상 거기에서 살짝 맛이 간 돌아이 역할인데 이것도 재미나게 잘 해주셨네요.

    • 안 그래도 요즘 [단절: 세브란스]를 시즌 2까지 달리고 있는데, 겉 설명만 들어보면 가족유사성이 느껴지는 영화라서 뭔가 땡기네요. 영제는 '사무 공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이 정도로까지 황당한 역제라니 ㅋㅋ 패기가 느껴집니다.

      • 이야기의 톤은 전혀 다르지만 비합리 비인간적 기업 문화 풍자가 주제이니 패밀리로 묶을 수 있겠네요. 


        딱 그 시절 한국식 번역제의 구수함이 있죠. 당시엔 이런 제목들 보면 구리다고 욕도 많이 했는데 요즘 생각엔 단순 음역 표기보단 차라리 낫지 않나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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