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호 위섬살수 - 이소룡에게 복수하겠다는 사람들 이야기

1974년 양양 감독 작품
대만에서 만든 부루스플로이테이션입니다.
옛날 영화에서 흔하던 오프닝입니다. 수상쩍게 생긴 남자들이 밀실 테이블에 둘러 앉아 슬라이드를 보고 있습니다. 슬라이드가 끝나자 우두머리 처럼 보이는 (얼굴은 안보이는) 남자가 슬라이드 속 인물을 지목해 처단하라고 합니다.
이들은 스펙터 워너비였던 것 같고(하지만 무척 가난해 보이는...) 가라데 고수라는 간부 N호(몇호인지 잊어버렸어요)를 사진속 남자가 죽였기 때문에 복수해야한다는 겁니다. 복수대상의 이름은... 당룡.
쿵후영화 좀 보신 분이면 대충 눈치채셨을지 모르겠는데, 당룡이라니... 옙, 이 영화, [맹룡과강]의 속편을 지향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니 당룡에게 살해당했다는 조직의 간부는 바로 척 노리스님 되시겠습니다(명복을.....). 대부분 부르수플로이테이션 영화들이 짝퉁 이소룡이 누군가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인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이소룡에게 복수하겠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사람들은 홍콩으로 몰려와 당룡의 지인들을 상대로 수소문합니다.
하지만, 당룡이 영화에 나올 수 없다는 걸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있죠. 걔들만 그걸 모르고 당룡 찾아 삼만리를 벌입니다. 그러니까 당룡이 맥거핀으로 사용되는 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관객들도 몰라야 맥거핀인 거지만....ㅎㅎ
없는 당룡을 내놓으라 하니 뭐 도리가 있나요, 자꾸 와서 귀찮게 구니 당룡의 사제라는 당복-이 영화 주인공입니다-이 나서서 살짝 예절교육을 시킵니다. 그래도 포기안하고 얘들은 계속 사람들에게 집적거리다가, 주인공의 사부(그러니 아마 당룡의 사부겠죠)한테도 털리고, 주인공의 사부의 친구한테도 털립니다.
보다보면 악당들이 불쌍해져요. 뭐 일단 나쁜넘들이긴 한것 같은데 영화속에 나오는 것만으로는 딱히 대단한 나쁜짓 하는 걸 보여준 것도 없이 그냥 사람을 찾겠다는 건데 찾으려는 사람도 못찾고 계속 얻어터지기만 합니다. 거의 영화가 2/3가 지날때까지 영화속에서 나오는 피해자는 이넘들 뿐입니다.
거기다 진짜로 가난한지, 부하들이 행패부리러 갔다 (털리기만 하고) 돌아올 때도 테이블에 있던 먹을 것 같은 걸 슬쩍 챙겨가고 그럽니다. 그러니 더 짠해 보이기도...
뭐 어쨌든 액션 장면은 적당한 간격으로 배치되서 지루하지는 않게 만들고 있습니다.
마지막 1/3쯤 되서부터야 악당들한테 당하는 피해자가 발생하고 영화가 좀 살벌해지기 시작합니다. 악당들은 자기들 실력으로 안되자 가라데 고수, 레슬링 고수, 펜싱 고수 등을 초청해 와서 주인공에게 대항하려 하는데.... 뭐 이것도 [맹룡과강] 마지막 부분의 재탕이죠
그렇게 초청해온 고수들이 주인공한테 다 쳐발리고, 참 불쌍하게들 당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사람들은 주인공이랑 아무 원수진 것도 없는데 하필 주인공이 제일 빡쳤을 때 싸워서 제일 험하게 당하는 화풀이 대상이 됩니다. 그와중에 펜싱 고수는.... 중국무술 대 펜싱이라니, 그때까지 무술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대결구도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걸 잘 살렸으면 나름대로 회자되었을 법 하지만, 펜싱 고수라는 인간이 펜싱칼로 한 건 주인공 옷을 찢은 것 뿐이고, 바로 칼 놓고는 주먹질 발길질만 합니다. 아니 그럴 거면 왜 펜싱 선수를 데꾸왔냐구요.
끝판왕전은 이태리에서 온 흑인 태권도 고수를 상대로 고탑에서 싸웁니다. 이것도 나름 [맹룡과강]을 반영한 거 같고...
주인공의 마지막 필살기가 고자킥... 지금같으면 사람들이 웃겠지만 이 영화는 꽤 진지합니다. 뭐 이소룡도 요즘 사람들 눈에는 그닥 폼나지 않는 기술들을 애용했었으니.... 나름 신경써서 재현한 걸지도...
보통 이소룡팔이 영화라면 이소룡 닮은 꼴을 내세우거나 하다못해 이소룡 푸티지라도 삽입하는데, 이 영화는 이소룡 영화의 속편이 되고싶을 뿐, 본편중에 이소룡은 사진 한장으로도 안나옵니다. 당룡이라는 캐릭터명을 영화내내 사람들이 애타게 불러댈 뿐...
대신에(?) 주인공 배우가 시종일관 이소룡 흉내를 내고있습니다. 주연배우의 예명까지도 당룡입니다. 물론 한국 당룡과는 다른 사람이고, 김태정 선생이 당룡이 되기 한참 전 일이죠.
중국 당룡 선생은 이소룡과 닮은 구석은 별로 없고(오히려 오독 멤버인 나망과 손건을 섞어놓은 듯한...) 뭐 그냥 열~심히 이소룡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근데 이소룡의 그 특유의 몸짓같은 건 상황에 따라 대충 이유가 있잖아요. 분노했거나, 상대방을 도발하거나, 페이크를 치거나 하는 등. 근데 아무 맥락도 없이, 일상 행동을 할때도 부단히 이소룡의 트레이드마크 동작들을 흉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뭐 짭소룡이라기 보다는 이소룡 워너비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뭐 깊이 생각하고 만든 영화인 것 같지는 않고요. 그래도 74년 기준으론 액션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입니다. 대부분 다 이소룡이 보여준 것들의 카피이긴 하지만...
대체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마이너한 작품인 것 같지만 독일에서는 대박났었다는 것 같습니다.
독일어 제목은 [이소룡한테 복수].
설명해주신 줄거리대로라면 저는 깔깔거리며 아주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 나쁜 짓 안 하고도 계속 설움 받는 악당들이라니. ㅋㅋㅋㅋ
참 내 영화 남의 영화 할 것 없이 인기 많고 화제작이라면 이렇게 배째라고 갖다 써먹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합니다? ㅋㅋ 그 결과는 엄청나게 많은 수준 미달 영화들의 범람이었겠지만, 그래도 브레인 스토밍(...)의 재미 같은 게 느껴져서 말이죠. 하핫.
본격적으로 나쁜짓을 하기 전에 주인공이 다 패버려서 제대로 나쁜짓을 할 기회가 없었다는.... 어쩌면 마이너리티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