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Feat.아니다 이 악마야 라는 부정의 부정..)

아, 원래 영화제목이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였더군요. 하지만 오늘 다루려는 이야기는 악의 문제같은 이야기입니다.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가 가진 교리의 불완전성 문제, 신의 이름으로 학살하든,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든... 어릴 때는 모든게 당연한 만화속 대사였지만, 커보면 알죠. 대체 누가 죄를 묻더라도 누가 벌을 내리는 겁니까? 신? 인벌? 누가 용서를 할 자격이 있는 걸까요?


아무튼 요즘 드는 생각이 이래요. 인터넷 식 사고법 말입니다. 네티즌 식 사고법이어도 좋겠지요. '그래서 넌 뭘 할 수 없는 ㅈ밥들'이 시전할 수 있는 부정주의, 그리고 해체주의 입니다. 그것은 상대가 미국 대통령, 언젠가 나타날지 모르는 은하 대통령 자포드 같은 사람도 아니고, 신도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 상대의 권능이든 마음이든, 진심이든 그런 건 일반인도 다를게 없으니, 다 똑같으니까 격하하고 부정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어렴풋이 공통적으로 아는 지식이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난 어떤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를 주고 싶어요, 누가 또 그럴듯한 소리를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거랑 상반되어서 반박해야만 해요. 아니면 이 모든 상황이 통제할 수 없음에도 내가 듀게같은 곳에 이야기를 하면 뭔가 달라질 거 같아요. 그래서 내가 아는 걸 저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들이 내 이야기에 동의해주길 원해! 내가 글을 썼으니까 이제 답정너 식으로 동의하면 내 생각은 인정받았으니, 다른 사람들도 그게 맞다고 인정한거야!


그걸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요 서양에서 요즘도 공원에서 발언권을 줘도 사람이 모일까요? 아닙니다. 그냥 내가 익숙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소에서 즉, 듀나게시판 같은 곳에서 그럴듯하게 말하는 거에요. 어떤 종류의 인셉션을 실행하는 생각심기, 또는 기존에 누군가가 가진 생각을 다 바꾸려는 해체주의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익명 게시판일 수록, 네티즌들의 불량한 습성이 모일 수록, 예의도 없어지고, 인간성마저 사라지고, 기존의 명제, 논리들을 파훼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제대로 된 사실, 명제, 진리인지는 상관없고, 자신이 보기에 부조리한, 또는 어긋난 것이기에 잘못되어 있으니까 어떻게든 틀린 거고, 내가 한소리 하는 건 당연지사 입니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은 특정 대상의 모든 걸 해부합니다. 그들의 생각까지 읽어내려고 하고 죽은 듯이 살기를 예측하거나 죽을 수도 있다고 보죠. 선지자가 되려는 것, 또 전부 알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상대도 그저 한낱 인간에 불과함을 알면서도 그걸 증명해야 합니다.


아니 왜?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데 문제 있어?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는건 그 사람의 문제를 덮어버리는 거라고! 난 잘못을 지적한 거고 이것도 마찬가지야!


이런 게 저는 익명이든, 닉네임이든 인터넷 게시판 문화에서 아주 잘 일어나기 쉽다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때 인간들은 숭고해지기 어려운 생물임을 명제로 삼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고통과 파괴, 망가...는 아니고, 사람을 현혹하는데, 그렇다고 저마다 사연이 있는 라쇼몽도 아닙니다. 그냥 민희진과 뉴진스를 보호하려는 행동은 영웅주의, 우상숭배, 팬덤효과로 단순 치부하고 본인이 맞다는 거에요. 댓글에서는 누군가 읽고 반박하면 또 주장을 말하고 자기증명하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어야 하고요.


하지만 간과되는 점이 있었습니다.


이건 누군가가 처벌받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거에요. 오히려 알게 모르게, 또는 티나게 티나지 않게, 거대 자본과 영향력을 업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건 부당한 일이고, 누군가가 마음에 안드는 상대에게 시도할 수 있었던 거대한 악의 손길 같은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수적 피해를, 저런 건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보호해서는 안돼 라고 퉁치는 건, 마치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저는 이 말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는데)이라고 할까 악의 전체주의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냥 그런 평범한 사람의 습성이기도 하겠지요. 어떤 소악마적 자질 말입니다. 


이 모든 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는 것도 당연히 여긴다면, 그가 앞으로도 돌맞는 것은 당연하겠죠. 이렇게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사라지지 않으니 끝나지 않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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