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탐 일기 3.

놀랍게도 이 일기를 쓰니까 책 읽는데 도움이 됩니다. 확실히 다시 빌릴 때 이걸 써서 올려야 한다는걸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니까요. 계속 못 읽었다고 쓰는 것도 부담스럽잖아요. 조금 다른 소립니다만, 게시판 글쓰기 모양도 바뀌고, 읽을 때 모양도 바뀌어서 마음도 뭔가 좀 달라지는게 있네요. 저는 노트에다 연필로 글 쓰는 것과, 연습장에다 볼펜으로 글 쓰는 것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휴대폰 글쓰기와 PC 글쓰기, 노트북 글쓰기도 각각 다 다르겠죠. 그런고로 듀게에 글 쓰는 것도 이 전과는 근본적으로 무언가 달라져버렸으니 이젠 완전히 같은 톤으로 이어 쓰지는 못하겠죠. 뭐 어찌되었든간.


반납하는 책부터 이야기해봅시다. .. 라고 하기 전에, 좀 구질구질하지만, 이번 3주 중에 일주일 반 정도는 정말 코감기에 걸려서 아주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일주일 반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 소리를 하고 싶지만... 다들 이번 환절기에 감기 피해가셨는지 싶네요. 여러 종류의 감기들을 다양하게 겪어보지만 코감기를 이래 고생한건 또 새로웠습니다.


- 소상공인을 버린 AI

안타깝게도 열어볼 기회가 없이 반납했습니다. 왜인지 선거철(?)이 되니까 더 읽을 맛이 떨어지더군요.


- 재미의 조건

생각보다 흥미로웠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반납했어요. 다음번에 다시 빌릴 마음이 있습니다.


- 서울의 어느 집

듀게에 힘입어 완독했습니다! 띄엄띄엄 읽긴 했습니다만 재미있었어요. 다른 것보다 저자가 보통 집 고치는 사람들 책과 약간 궤가 달라서 재미있었네요. 어떻게 다른지 묻는다면, 예산이 풍족하지 않고 남들이 별로 안 고르는 것과 별로 하지 않는 것들만 골라 했다는게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선택해야 하는걸 힘들어하는 편이라 저의 건축/인테리어 취향 없음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선택의 마라톤은 도무지... 못할 꺼에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실제 가격보다도 유행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는 지점이 선뜻 다가와서 (아무리 비싼 것이라 해도 오래 묵히고 안 팔리면 그냥 악성 재고가 되어 아주 싸진다고 함) 딱히 유행에 관심 없는 저로서는, 그런 방법이 있긴 하겠구나! 하고 머릿 속 한 켠에 놓아두었습니다.


- 30/3 산문선

되는대로 열어서 읽다가 반납했습니다. 차례대로 읽진 않았고, 정말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 있어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 재미가 있더군요. 남은 부분이 많긴 했지만 버릇없이 케익 파먹다 넣어두는 것처럼 그냥 반납했습니다. 흠...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이한열 추모사였네요. 저자와 같은 학교, 같은 학번, 같은 학과를 다녔다고 합니다. 학과 자체는 커서 가끔 지나치다 얼굴 보는 정도라고 하는데요. 그 시절 그림이 아주 또렷하게 그려져서 맘이 파인듯 기억에 남았네요. 많은 것들의 디테일들이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구나 싶었던 장면도 있었고요. 여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빌란 책


- 부채로 만든 세상 (재대출)

이 책은 생각보다 파격적이고 이상한 소리를 하는 책이었습니다. 은행은 자본주의 세계의 원칙대로라면 다 망해서 없어져야 하는 사업인데 룰을 안지키고 잘도 살아남고 있다. 완전 다 부숴버려야 한다, 고 해서 무슨 소리를 계속 하나 하고 다시 빌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이상한 소리를 진지하게 하는 책을 좋아합니다. 너무 뻔한 소리보다는... 다만 믿어주지는 않고 즐기기만 하는 편입니다 ㅋㅋ.


UFO

개인적으로 이번 회차에는 시간이 생겨서 벽돌책들을 몇 권 빌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3주만에 결코 다 읽을수는 없을테지만, 그냥 핥아서 맛만 보는거죠. 벽돌책들은 적어도 그 주제에 대해서 분량만은 그렇게 많이 털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 하에 쓰이기 때문에 대체 뭔 소리로 그 분량을 채우냐, 그리고 그 골조는 어떻게 잡냐, 하는 그 궁금증에 빌리기도 합니다. 특히 이 책은 UFO!를... 굉장히 두껍게 저술했기 때문에 도대체 뭘로 그 많은 소리를 다 했을까 하고 빌려봤습니다. 저자도 뭔가를 붙잡고 진행해야 할텐데, 아마 무슨 중심 서류철 같은게 있는 거겠죠? 여튼 미스테리 흥미진진합니다.


조선의 갈림길

왔습니다 또 왔습니다. 저는 일제강점기 시기에 이상하게 관심이 가요. 그 시대를 관통해서 현대까지 살아온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그 디테일이 궁금하거든요. 그런데 역사는 정말 못 해서 읽고도 또 잊고, 읽고도 또 잊어버립니다. 뭐 그런들 어떠하리 하고 또 재미있게 읽으려고 빌렸습니다. 이건 약간 포스트-일제 이야기긴 합니다만 뭐 어떤가 싶습니다. 음, 완독 확률 13%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워런 버핏 바이블 완결판

제가 이 쪽 책을 전혀 읽지 않거든요. 부동산? 주식? 코인? 경매? ... 서점에도 때되면 물밀듯 밀려왔다 썰물처럼 사라지는 장르인데, 요새 또 상당한 분량으로 신간 도서에 우르르 몰려들고 있습니다. 신간 코너의 한 라인 정도는 투자 책이더군요. 독서모임 중에서도 이런 책들만 주구장창 읽는 장르파들도 계시고. 안 읽는데 왜 빌렸냐고요? 음, 대출의 원칙 중에서 이런게 하나 있어요. 아무 관심이 없지만 특정 사람들이 매우 좋아한다면, 무슨 내용인지는 한 번 보자, 라는 식으로요. 특히 저랑 정반대에 있으면 더 좋아요. (이재명을 고발하는 어떤 사람 책이나, 문재인이 간첩이라는 증거 100개를 다룬 책 등...) 뭔 생각 하는지 궁금해서 빌려보게 되거든요. 이것도 그런 마음으로 빌려봤습니다.


돌아갈 집이 없어서 아프리카로 퇴근했어

마지막 책입니다. 나머지 책들이 좀 벽돌벽돌스러운 지점이 있어서, 숨통을 터보고자 하나 빌려봤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가장 체험적으로 먼 세계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닐까 싶습니다. 음, 인도네시아와 호주도 좀 먼가 싶은 생각도 있는데... 여튼 그 두 세계를 디테일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계속 역사>통사>여행서>개별사 식으로 뱅글뱅글 도는데요, 사실 개중에서 여행서는 잘 안 빌려보는 편이긴 합니다. 딱히 무슨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요. 그래도 여행서가 좋은 지점이라고 한다면, 그 지역의 최신성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는 점이 있을겁니다. 다른 책들은 나이가 많이 먹어서, 그래서 2026년(혹은 25년)에는 거기가 어떤데?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니까요. 이 책도 어쨌든 신간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빌렸네요.


이번 회기에는 좀 빡센 책들을 많이 빌려버렸는데, 과연 다음 대출 때까지 뭐...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후후.




 

    • 오! 이번엔 좀 읽으셨어!!! 했다가 코감기와 이어지는 책 목록이 쉽지 않았다는 점 인정입니다(내가 왜ㅋㅋㅋㅋㅋ)
      그래도 오늘도 글 잘 봤습니다. 꾸준히 책 빌리시는 것도 제 기준에선 엄청 대단하십니다!!
      • ㅋㅋㅋ 모든게 마음대로 잘 되진 않네요. 그래도 한 권 다 읽었으면 어디냐, 하는 편입니다 후훗.

        잘 봤다고 하시니 또 힘이 납니다! 다음 회기에도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맞습니다.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글을 적으면 예전과 많이 다른 모양으로 글이 떠 버리는데, 그래서 이것저것 전과 다르게 적어 보려고 하게 되는 것이 확실히 그릇이 내용물에도 영향을 미친달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뭐 결국 최대한 예전과 비슷한 모양으로 적는 데 만족하며 그냥 살 것 같긴 합니다만. ㅋㅋㅋ

      저도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하루 한 개는 글 올려보자' 라는 식으로 몇 년을 살고 나니 이제 집에서 시간이 나면 일단 영화부터 하나 봐야지... 라며 스스로를 압박하게 되고 그렇습니다. 덕택에 아무 것도 안 하고 날리는 시간이 적어진 건 좋은데, 가끔은 스스로 좀 피곤하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고 그래요. 언젠가 휴가 기간이라도 셀프 설정하고 그냥 놀아 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구요. 하하.

      제가 워낙 책을 안 읽긴 하지만 많이 읽던 시절에도 거의 손을 안 댔던 게 여행 관련 책들이었어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높은 확률로, 특히 인기 많은 책들은 꼭 이상하게 감성 터지면서 봉창 두드리는 느낌의 교훈 같은 걸 주려는 경향들이 있어서 말이죠. 선택하신 마지막 책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제목만 봐선 또 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긴 합니다만(...)

      • 오랜 격언, 새 부대에는 새 술을, 이란 말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는 이유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ㅋㅋ. 참 기묘한 일이죠.


        로이배티 님은 완전한 전업(?) 작가가 되신 것이죠. 루틴에 맞춰서 글감을 수집하고, 매일매일 글을 쓰시니 하루키도 울고 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심지어 남들은 돈이라는 미끼를 물기 위해 쓴다면, 로이배티 님은 오로지 글쓰기만을 위한 글쓰기를 하고 계시니까 더 두려운 존재! 이제는 전업(?) 작가 휴가(?)까지 생각하고 계신다니 아무래도 찐입니다.


        이쪽 계열에는 '전업 여행 작가'라는게 있어요. 어찌되었든 아마추어(?) 여행 작가들보다 한결 다른 지점들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앤드류 솔로몬인데, 이 사람의 정말 찰진 각각의 여행기들은 아직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전업 여행 작가... 가 이 사람 맞나? 헷갈립니다.) 뭐 그 다음에는 해외 파견 기자들이 쓰는 나라 이야기인데,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괜찮은 글들이 되고. 대충 이런 글이 마지막 부류에 들어가는데, 작가 아닌 일반인이 인생에 독특한 경험을 하고 글로 안 쓰곤 못 배기는 상태가 되어 내놓은 책들이죠. ㅋㅋㅋ 당연히 독특한 경험이니 감성 봉창이 들어가기는 하는데, 그게 또 일반 사람들의 매력(?) 아닌가 생각합니다. 간지러울 수 있지만요. 지금 안식년 (5년 일하면 20일의 유급휴가를 준답니다! 고 회사 어딥니까!)으로 출발하는 부분까지 읽었는데,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ㅋㅋ.

    • 아니 역시 책친자 클라스
      빌란책이라는 문구를 보니 빌린 책이겠지만 빌런 책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ㅋㅋ 또 오타가. 바쁘게 써서 오타가 많네요.

        지적하셨으니 이 오타는 그대로 둘까 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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