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추천] '100미터.' 100미터와 10초 사이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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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칼'과 '체인소맨'처럼 작년에 극장가를 뒤집어 놓지는 못했지만 작품 평가면에선 제일 좋았다고 할 수 있는 역시 동명 만화 원작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 주인공 토가시(위 사진 오른쪽)는 어린나이에 이미 100m 달리기에서 두각을 드러내 단거리 육상선수의 꿈을 꾸고 있는 초딩입니다. 어느날 새 학교생활에 별로 적응을 못하는 전학생 코미야(위 사진 왼쪽)가 길에 쓰러져서 헉헉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데 알고보니 그냥 무턱대고 탈진할 때까지 달리는 게 취미라네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다시 강조하는데 초딩입니다;;) 더 힘든 달리기를 하면 힘든 삶이 좀 희석이 된다나요? 어쨌든 토가시는 자신의 주특기 분야라서 제대로 달리는 자세라던가 호흡법 등을 가르쳐주고 덕분에 실력이 늘어가는 코미야와 친해지게 되고 코미야도 점차 진지하게 달리기에 빠져들게 되는데...



- 그리하여 이 두 소년이 앞으로 어떤 관계로 발전하게 되며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초등학생 - 고등학생 - 성인 세 시기로 나눠서 지켜보는 내용입니다. 고등학교 파트 까지는 그냥 적당히 재미있지만 좀 전형적인 일본 청소년 스포츠물이었는데 마지막 성인 파트가 예상 외의 전개와 이런 장르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다른 종류의 감흥을 안겨주더군요. 어떻게 보면 단거리 달리기라는 종목을 다루는 스포츠물이지만 그 달리기 자체보다 100미터라는 짧은 거리에서 대략 10초 정도의 영역에서 아주 찰나의 기록차이로 희비가 엇갈리고 이후의 미래까지 걸려있는 압박감 쩌는 상황을 반복해서 겪으며 살아가는 인간들이 '그래서 여기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우리는 왜 달리는 거야?' 따위의 질문을 던지며 나름의 답을 찾는 인생철학을 아주 비중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성인 파트에서도 기껏해야 20대 중후반 정도의 젊은이들인데 초딩, 고딩 파트 때부터 이런 대사들과 혼잣말들을 하는 걸 들으며 어린 것들이 벌써 똥폼 잡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처음에는 들었었지만 생각해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평생을 거의 이것만 보고 말그대로 앞으로 달리기만 하며 살았는데 충분히 평소에 저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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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아주 간단한 규칙이 있어, 대부분의 일은 100미터를 누구보다 빨리 달리면 다 해결돼."



- 달리기 장면들도 당연히 중요도는 떨어지지 않구요. 특히 로토스코핑 기법을 주로 활용해서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이 악물고 집중해서 움직일 때 나오는 표정이라던지 역동적인 동작들을 박진감있게 구현해놨습니다. 주인공 둘 외에 조연으로 나오는 주변의 다른 라이벌 선수들도 적은 등장비중 대비 은근히 기억에 남는 개성있는 캐릭터성과 대사들을 부여해서 더 풍미있는 감상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특히 '현실도피'라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어떤 대사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 작년에 국내개봉도 했었는데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왔습니다. 길이는 1시간 40분 정도이고 이 장르치곤 나름 깊이가 있는 메시지와 스포츠 액션의 재미까지 다 잡은 작품이라 어지간하면 다 좋게 보실 것 같네요. 그리고 후기에서 참 많이 언급되는데 엔드크레딧 흐를 때 나오는 노래도 꼭 끝까지 들으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거기까지 보셨으면 엔딩의 감흥에 잠깐 젖어있고 싶으실 것 같지만요.




- 여담으로 바로 며칠 전에 국산 '나쁜 계집애 달려라 하니'를 봐서 그런지 비교가 안될 수가 없더군요. 지향하는 톤이나 타겟 관객들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뭐 다른 건 그렇다쳐도 그 단거리 달리기가 단조로울까봐 S-Run인가 하는 걸 넣어버린 결정은 좀 더 많이 고민을 했어야하지 않나 또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할 수 있는건데 말이죠. 하하;

    • 넷플릭스에서 볼까 말까 했는데요. 비교적 짧은 러닝의 극장용이고 주제도 신선하고 해서..
      추천작이니 연말 휴가 끝나기 전에 함 봐야겠습니다. 
      근데 제가 어렸을적 체력장 할때 윗몸 일으키기 하고 멀리뛰기는 잘했는데 유독 
      100미티 달리기를 못했어요 연습을 해도 잘 안되더라구요 이건 선천적인게 아닐까했죠 ㅎㅎ 
      • 등장인물들이 너무 주제와 메시지를 나이에 비해 성숙하게 철학적으로 명대사 읊는 것에 거부감만 없으시면 대부분 재밌게 보실 것 같아요.




        저도 딱히 운동신경이 딸리거나 하는 타입은 아닌데 100미터는 정말 느렸습니다. 초중고 통틀어서 항상 반 최하위권 ㅠㅠ 좀 선천적인 게 맞는 것 같아요.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육상선수들도 커리어 내내 기록은 몇초 줄이지 못한다고 들었어요.

    • 안 그래도 애니가 땡기던 터라 글 읽고 바로 봤습니다.

      저 둘 중에 누가 나쁜 놈일까, 새로운 인물이 등장 할 때 마다 저 놈이 나쁜 놈일까. 하면서 봤구요ㅋㅋㅋ(역시 단순한 나놈)

      인물들의 대사를 들으면서 ‘이거 너무 다 맞는 말만 하는데? 애들이!!! 아이들이!!!’했어요ㅎㅎ 하필 말의 해 초에 올라온 100미터 달리기 선수들이 말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니. 너무나 도덕적이고 교육적이잖아요!!!!ㅋㅋㅋㅋ

      덕분에 잘 봤습니다. 글 감사해요. 하니 신작 볼까 말까 고민중이었는데 너무 비교 될거 같으니 살포시 넣어두어야겠어요

      • 누가 나쁜 놈일지 긴장하면서 보셨다니 어쨌든 덕분에 더 재밌는 감상이 되시지 않았을까 싶구요. 하하; 그 중간에 니가미 예전 학교 '자칭 라이벌'로 나오는 놈이 뭔가 빌런 역할을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다가 그냥 바보 개그 캐릭터였던 ㅋㅋㅋ




        진짜 너무나 도덕적이고 교육적인 인생철학 교과서 같은 말들만 하죠. 그래도 보다보니 와닿더라구요. '나쁜 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원작 만화 추억의 캐릭터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으시다 뭐 그런 게 아니라면 저도 추천하진 않습니다.

    • 그게 매년 수백 수천 편의 애니메이션이 쏟아져 나오는 일본 사정과 어린이용 컨텐츠를 제외하곤 손에 꼽을 만큼 밖에 안 나오면서 나오는 작품 하나 하나가 손익 분기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한국 사정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 시장이 크고 넓으면 이렇게 순수한 달리기로 승부하는 작품도 하나 만들면서 흥행도 바라볼만 하겠지만 한국이야 뭐. ㅠㅜ 




      암튼 그토록 건전한데 그게 또 먹히는 이야기라니 그냥 잘 만든 작품인가 보네요. 덕택에 찜 목록을 하나 늘려 봅니다. ㅋ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

      • 네 그런 엄청난 현실의 차이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하필 최근에 비슷한 소재 애니를 연달아 보다보니 비교가 될 수 밖에 ㅠㅠ




        건전하다기보단 인생을 100미터 달리기에 올인하고 살아온 남자들의 낭만과 철학! 뭐 이런 느낌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나중에라도 재밌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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