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담] 시간여행으로 남편을 살려보자 '첫 번째 키스'

1.jpg

시간여행자와 시간여행자의 남편



- 칸나는 얼마 전 안타까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도쿄의 40대 여성입니다. 아직 슬픔에 잠겨있던 크리스마스에 일이 생겨서 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던 도중 갑자기 붕괴사고가 일어납니다. 허겁지겁 엑셀을 밟아 어떻게든 빠져나가는데... 분명 어두워진 시간에 집을 나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날이 밝고 따뜻한 계절에 어떤 행사 준비가 한창인 마을에 도착합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분명 언젠가 와본적이 있는 곳이라는 기시감을 느끼며 헤매던 도중 한 젊은 남성과 마주친 순간! 마침내 깨닫게 됩니다.


바로 자신이 15년 전 남편과 처음 만났던 장소로 타임슬립을 한 것이죠. 마주친 남성은 당연히 당시 20대 후반의 남편. 너무 당황해서 어리버리하다가 황급히 왔던 터널로 다시 가보니 다행히 현재의 도쿄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냥 황당한 꿈을 꿨으려니 하고 넘기려다가 (젊은) 남편이 또 보고 싶어져서 혹시나 하고 사고가 난 터널로 다시 가보니 또 15년 전 그날 그곳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졸지에 시간여행자가 된 칸나는 자신이 미래의 아내라는 사실은 숨긴채로 만나자마자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결혼할 인연이니 당연하겠죠.) 젊은 남편과 반복해서 데이트를 하게 되는데요. 우연히 현재시점에서 같이 찍은 사진을 보다가 어떤 부분이 바뀐 것을 발견하고 과거로 돌아갔을 때 하기에 따라 시간 역설로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그렇다면 이걸 이용해 사고로 죽을 남편의 운명도 바꿀 수 있을까요?



origin.jpg

젊은 시절 회상씬이 종종 나오는데 마츠 다카코는 긴 머리 가발만 쓰고 약간의 뽀샤시 영화기법의 도움 정도만 받은 것 같은데 거의 '4월 이야기' 시절 느낌이 그대로 나서 보면서 감탄!



- 그리하여 주인공이 남편을 구하기 위해 무한반복으로 과거의 하루를 다시 산다는 타임루프물이 되겠습니다. 이 장르에서 제일 유명한 '사랑의 블랙홀' 등의 작품들이 떠오르고 '소스 코드'나 제니퍼 러브 휴잇 주연의 어떤 영화도 생각나네요. 그리고 최근 한국의 모 대히트 영화도 ㅋㅋ


도대체 왜 이렇게 되는 것이냐에 대한 설정 설명은 거의 "안알랴줌!"으로 퉁치구요. 워킹타이틀사의 모 영화처럼 그냥 시간여행이라는 설정만을 취해서 단순하게는 남편을 구하려는 아내, 더 깊게 들어가면 작가가 바라보는 연애와 결혼생활에 대한 나름의 고찰과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에 방점을 찍는 영화입니다.


중반까지는 반복되는 과거 남편 입장에서 '첫 데이트'를 나름 즐기면서도 별의별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미래에 일어날 사고를 막아보려는 칸나의 여러 삽질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이후로는 둘의 결혼생활에 대해 복잡한 사연이 드러나면서 후반부에 좀 더 감동적인 분위기로 결말까지 향하는 전개인데 설정의 허술함이야 그냥 이런류의 타임루프는 양념에 불과하고 로맨스에 집중한 영화들이 대개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그래서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내리는 결론이 저에게는 설득력이 약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상당히 명작으로 평가받는 모 SF 영화의 엔딩이 생각났는데 뭐인지 밝히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보신 분들이 맞춰보시도록 남겨놓을께요. 어쨌든 저는 그래서인지 감동을 팍! 받아야할 부분에서 그냥 좀 무덤덤하게 지켜봤던 것 같네요. 예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의 최루성 일본 멜로물들을 보며 펑펑 울던 시절에 봤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682402.jpg

젊은 일본 여배우들 중에서 한창 잘나가는 모리 나나와 연기는 부업일 뿐이지만 일본 대배우 반열에 오르고 있는 릴리 프랭키가 되게 하찮은 비중의 조연으로 출연합니다. 세번째 분은 잘 몰라서...



- 일본 드라마계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하고 있고 최근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을 쓰기도 했던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에 관록의 스타 여배우, 떠오르는 아이돌 출신 남배우 조합으로 큰 기대를 모았고 이정도면 꽤 감동적이고 좋았다는 대체적인 반응에 20억엔의 흥행수익까지 올리면서 대박이 났다니 아마 취향에 따라서 저보다 좋게 보실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이런 장르물 좋아하시면 감상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웨이브에 올라와 있어서 봤고 다른 곳에서는 개별구매인 것 같네요.



anan-2433.jpg

그냥 보너스로 둘 다 이쁘게 나와서 올려보는 작품 홍보용 잡지 커버

    • 마츠 다카코는 뭐랄까 특유의 엉뚱함이랄까 조심스러움 같은 게 느껴지는 배우에요. 사카모토 유지와 함께 작품을 많이 하네요. 작가가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오마메다 토와코와 세 명의 전남편은 마츠 다카코를 위한 작품이라고 느낄 정도였거든요. 포스터 속의 두 사람 모두 예쁘네요, 참.
      • 맞아요. 그 특유의 엉뚱함이 다른 일본의 스타 여배우들이랑 뭔가 차별화 되는 매력을 부여해주는 것도 같아요. 언급하신 그 드라마는 검색해보니 재밌을 것 같네요. 전남편 중에서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에 외계인으로 나오셨던 배우가 있어서 뿜었어요. ㅋㅋ

        • 저는 전 남편 중 한 사람으로 먼저 접하고 나서 외계인으로 나오는 걸 보게 됐어요. 전 남편일 때는 더욱 찌질해서 토와코 이 대인배! 를 외치게 됩니다. 토와코에서도 보편적으로 인기 없는 이미지의 캐릭터로 나오는데 열도 받지만 웃겨요. 전 남편이 아닌 남자들도 요상하긴 매한가지라 토와코, 그만둬 소리가 절로 나오고요. 뒤로 가면 오다기리 조도 나옵니다. 작품은 연애물이면서 연애물이 아닌 관계물이고 본격 마츠 다카코 팬 만들기용 영상물이에요. 은근 속 터지지만 끝까지 보게 되고 재밌어요. 강력 추천이에요!!!
          • 안그래도 일드 본지가 꽤 오래됐는데 속 터지지만 재밌다니 두렵지만 시도해보겠습니다. ㅋㅋ 마츠 다카코는 4월 이야기랑, 고백 말고는 출연작 별로 본 것도 없는데 그래도 자칭 팬이긴 합니다.

    • 타임 루프물이라면 봐야지!!! 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작가님 이름을 보고 멈칫 했습니다. 일본에서 레전드 작가님이시고 해외에서도 널리 인정 받는 건 알지만 깐느에서 상까지 받은 '괴물'을 보면서 아 이 분 이야기는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 라고 생각했거든요. ㅋㅋ 그래도 드라마도 아닌 영화니까, 마츠 다카코도 나오는 타임 루프물이니 봐야겠지요. 추천 감사합니다!

      • 괴물만 보면 흐음. 이러실 수도 있는데 드라마나 다른 작품 보시면 괜찮으실 수도 있어요. 저도 괴물 봤고 작가가 쓴 드라마도 봤는데 언뜻 같은 사람이 썼다고? 싶었다가 뭔가 그 미묘한 흐름이나 상황 표현을 생각하니 작가가 사용하는 작법을 상황에 따라 옮기기만 한 건가 싶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능력자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괴물처럼 무거운 작품보다는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을 권해 봅니다.
      • '괴물' 바낭글 쓰셨을 때 문제라고 생각하셨던 부분을 글로 따로 또 써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이 작가님 필모를 쭉 보면 그 작품이 퀴어라는 소재도 그렇고 평소 스타일에서 벗어난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신경을 덜 쓴 디테일이 많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괴물 직전에 썼던 긴 연애관계에 대해 다룬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역시 작품이 상당히 좋았고 흥행도 대박났던 걸 보면 이런 로맨스 기반의 작품에서는 기본은 항상 하시는 것 같으니까 이것도 적당히 기대치 조절하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마츠 다카코도 나이가 믿기지 않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우시구요. 

    •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상당히 명작으로 평가받는 모 SF 영화'가 궁금한데 혹시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ㅎㅎ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가 어떻게 끝날지 완전 스포일러가 되는 셈이라 그렇게 써놨는데 상관 없으시다면 옆을 긁어주세요.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

메인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개편과 관련된 몇몇 정보들. 9 303 05-11
622 [왓챠바낭] 제목대로의 이야기일 리는 없다고 알고 봤지만. '슈퍼 해피 포에버' 잡담입니다 29 00:25
621 블루투스 헤드셋 목에 걸어도 음악 재생 되나요? 2 80 05-22
620 마이클 잭슨&믹 재거 ㅡ the state of shock 45 05-22
619 26년간 저의 큰 영화 스승님이셨던 임재철 영화평론가님 추모 행사가 필름포럼에서 5월 22일, 23일에 진행… 131 05-22
618 [쿠팡플레이] 옛날엔 이렇게 재밌지 않았는데? '도망자' 잡담입니다 8 205 05-21
617 (*스포) [마이클] 보고 왔습니다 4 146 05-21
616 [애니비추] 햄릿을 낫토에 비비고 와사비에 찍어서 드셔보세요 '끝이 없는 스칼렛' 3 117 05-21
615 "나 프린스랑 사이 안 좋아" 2 174 05-21
614 [왓챠 영화 4탄] ‘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에쿠우스‘ 11 177 05-20
613 the Jacksons의 Can you feel it 4 88 05-20
612 [쿠팡플레이+파라마운트] 이게 왜 재밌죠. '총알 탄 사나이(2025)' 초간단 잡담입니다 8 280 05-20
611 [디플] 감질맛나는 '더 퍼니셔: 원 라스트 킬' 6 213 05-19
610 (쿠플) 하우스 메이드 ........... 제법 괜찮네요. 4 243 05-19
609 [게임바낭] 게임인 듯 게임 아닌 듯, '믹스테이프' 간단 소감입니다 6 184 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