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루시,초조한 마음,나는 이래서 쓴다

최근에 읽은 책들 잡담입니다.


[바닷가의 루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은 페이지를 열면 술술 읽게 됩니다. 문장이 복잡하거나, 한 문장의 뜻을 문단이 끝나야 알게 되는 애둘러 쓴 책을 읽다가 이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참 편안하고 재미있습니다. 루시가 주인공인 이 시리즈는 이제 세 권을 읽었는데, 최근에 [이야기를 들려줘요]라는 제목의 신간이 또 나왔네요. 가볍지만은 않으면서 읽는 재미를 보장하는 작가라 팬이 많은 것이 납득이 됩니다. 

[바닷가의 루시] 대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최근에 세 번째 이혼 후 혼자가 된 윌리엄과 두 번째 남편의 죽음 후 혼자가 된 루시가 딸 둘이 매개라는 점도 있으나 오랜 시간을 함께한 관계로 친구이기도 하고 가족이기도 한, 한국인 정서로는 이해가 쉽지는 않은, 어쨌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에 코비드19가 퍼지고, 두 사람은 뉴욕을 떠나 윌리엄이 구한 메인의 바닷가 집으로 갑니다. 이들은 새로운 환경과 인연을 받아들이는 한편 한 집에 다시 살게 되어 서로에게도 적응해야 하고 만나기 어려워진 딸들을 걱정할 일도 생기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전염병과 1기 트럼프의 사회문제라는 외부의 영향을 받으며 전개되는 것입니다. 

 

화자가 작가라서 자전적인 요소가 꽤 들어 있으리라 추측하게 되는 루시 시리즈는 작가로서의 고민이 여기에서 멈춰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이전의 [오, 윌리엄]에서도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오, 윌리엄]에서 몇 번 표현되던 세 모녀의 백화점 미팅과 그 놀이터에 대한 사랑을 수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둘째 딸이 생산지 생산자 착취 문제를 알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제 거기가 끔찍하다네요. 작가는 별 이의나 보충 생각 없이 화자 루시와 딸의 이 전화 통화를 내용으로 슬쩍 넣습니다. 저는 이렇게 쓴 것이 일종의 기법 문제에 그친다고 느꼈습니다. '글쓰는 이 자신이 불편한 문제를 글에서 다루어야 흥미롭다' 이런 비슷한 표현이 소설 속에 나오는데, 작법 강의에서 화자가 학생들에게 한 말이라고 합니다. 사위가 딸에게 했다는 말인 '너네 엄마는 그냥 늙은 백인 여자 얘기를 쓰는 늙은 백인 여자야' 라는 표현도 반박이나 깊은 반추 없이 윌리엄과의 대화에서 옮겨지고 그칩니다. 화자가 작가인데 그래도 될까 싶습니다. 이런 부분을 알고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팬데믹을 피해 각자의 뉴욕 아파트를 비워두고 메인의 해안 주택으로 갈 수 있었다는 것, 그 동안 아파트는 평소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던 고용인이 식물에 물을 주고 관리해 주었다는 것, 이런 것이 가능했던 본인과 이런 것이 가능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 대해 작가가 의식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스트라우트의 소설에서 그 이상의 것은 기대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화자 루시는 어렸을 때 극빈 가정에서 자라 장학금으로 대학을 간 요행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되었고, 이 계층 이동은 이 시리즈에서 본인에게 매우 중요한 글감인데 미흡한 지점에서 파고들기를 그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든 삶이 바뀌는 문제가 되니 쉽지 않습니다만. 

냉정하게 보자면 현실의 행복과 작가로서의 탐구가 너무 쉽게 타협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현실의 행복이 무엇이냐, 라는 것을 또 따지기 시작하면 너무 복잡해지네요. 그냥 물질적인 안락과 습관의 지속이 주는 안정감 같은 것을 떠올리면서 사용해봅니다)     

전에 읽은 올리브 키터리지 시리즈가 더 나은 소설이라 봅니다. 작가를 화자로 설정하는 것은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지 않나 생각했고요. 그래도 이 작품까지 읽고 나니 제가 이러쿵저러쿵하고 있으나, 스트라우트 작가의 소설이 읽는 재미를 담보한다는 것은 분명하였고 최근작도 언젠가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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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마음]

슈테판 츠바이크의 1939년에 발표된 장편 소설입니다. 생전에 완성하여 출간한 유일한 장편이라고 합니다. 츠바이크의 다른 소설을 며칠 전에 샀는데 집에 있던 이 책부터 읽어보았습니다.

25세 호프밀러 소위의 경험을 전해 듣는 구성인데 다 읽고 나니 왜 이런 구성을 취했는지 의문입니다. 그냥 '내 젊은 날을 회상해보면' 식으로 바로 1인칭 화자가 말해도 될 텐데 말입니다. 예전 소설에서 직접 말하기 보다 우연히 만난 이에게 전해 들은 식이라는 구성을 즐겨 쓰는 건 1인칭 화자는 작가 자신이다! 라는 의심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일까요.

소설은 흥미진진했습니다. 삼분의 이 지점 정도까지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와 이야기 자체의 재미가 감탄스러웠어요.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이 주인공 소위의 우유부단함과 마음 약한 사람 특유의 감정에 휘둘리는 번복이 몇 번이나 반복되자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제목이 초조한 마음이라도요.

큰 댓가를 치르고 섣부른 연민에 대한 교훈을 얻는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민의 종류를 두 인물 유형으로 나누어 보여 주는데 전부를 걸 수 없으면 시작도 말라는 얘기 같아서 무리한 설정 아닐가 의아함이 남네요. 저는 군대에서 단조로운 인생 경험을 했을 뿐인 소위가 안타깝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분량을 중편 정도로 줄였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했는데 역시 하나마나한 생각이지요. 츠바이크가 망명 중에 이 소설을 출간했는데 어쩌면 제가 모르는 숨은 의미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신 분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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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래서 쓴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뭉크 관련 책을 읽기 전에 분량이 매우 적은 이 책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읽고 있어요. 90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책인데 막 넘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내용이 많아서 되새김질하느라고요. 

2017년에 예일 대학에서 무슨 상을 받고 강연하기 위해 쓴 글이라고 합니다. 다 읽고 나서 후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네요. 가방에 넣어다니기 좋고 조금씩 읽고 생각하기도 좋은 거 같아서 글쓰기나 책 잘 읽는 거에 관심이 있으시면 추천드립니다. 아직 다 안 읽어서 섣부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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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새해 들어 산 책들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월요일을 보내셨으니 돌아서면 주말이 와 있을 겁니다. 저녁 맛 있는 거 드세요. 참 저는 요즘 폴 바셋에 나타(오리지널)에 빠져서 1일 1개 꼴 먹고 있어요. 살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래도 맛 있는 간식 발견해서 좋네요. 재료가 좋은 것 같습니다. 묵직한 크림의 뒷맛이 깔끔합니다. 





 

    • 엇 얼마전에 슈테판 츠바이크 저 책이 트위터에서 마구 추천을 받던데 여기서 또 보니까 뭔가 인연이 닿은 것 같네요 근시일내에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엇 예전에도 다른 책으로 비슷한 말씀 들은 적이 있는데 신기합니다. 책은 재미있습니다.  

    •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계속 읽으시네요. 마음에 맞으시는 거겠죠? : )

      츠바이크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전부를 걸 수 없으면 시작도 말라는 건 현실에선 불가하지 않나 해요. 보통 그걸 의식하지도 못하며 살기도 하고요. 다 걸고 있는 건지 아닌지를요. 시작은 그게 아니었는데 어느 새 다 걸고 있는 걸 깨닫게 될 수도 있고요. 연민은 조심스럽죠. 어떤 방향으로든요.


      포르투갈이 에그타르트가 유명하다는데 이름이 그러하니 그 나라 스타일을 참고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맛있는 간식은 행복이죠.


      새로 구매하신 책 얘기도 올려주세요.
      • 저보다 소설을 많이 읽는 고수들이 재밌다는 건 역시 재밌구나 다시 깨닫습니다.


        마음 약한 자의 별생각 없는 연민이 너무 심한 벌로 이어지는 소설인데 그 과정은 무척 흥미롭지만 마지막엔 평범한 인생에겐 과합니다, 작가님이여, 하게 되네요.


        생긴 건 에그타르트인데 매장에 쓰인 이름이 나타라서 뒤늦게 그게 그건 줄 알았습니다.ㅎ 폴 바셋은 호주에서 온 거 같던데 자기 회사 고유 메뉴명이 있더라고요. 함 드셔보세요.

        • 나타 먹어본 적이 있어요! 나타가 아니라도 다른 매장의 에그타르트를 가끔 먹기도 하고요. 집 근처 디저트 가게의 슈크림을 좋아해서 그걸 먹는 게 제 기쁨인데 아무래도 자제하게 되네요.
          • 나타가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내지는 포르투갈에서 에그타르트를 부르는 말이라고 들었어요. 회사에서도 그렇게 홍보하는 걸 본 기억이 나서 말씀드려 봤습니다. 허나 제 기억은 정확치 않을지도요.
            • 슈크림, 커스터드 크림 넘 좋아하는데 나이 생각하면서 먹어야 해서 슬퍼요. 우리나라는 에그타르트라고 부르지만 포르투갈 오리지날 이름이 나타라고 하네요. 기억하시는 게 정확한 걸로. 

    • 대학 시절 후배님이 회사 다니다 포르투갈 쪽으로 출장을 다녀온 후 에그 타르트에 빠져서 직장 때려 치우고선 아예 회사를 차리고 계란빵(본인이 이렇게 말합니다 ㅋㅋ) 장사를 하고 있어요. 십 년이 넘게 하고 있으니 그럭저럭 잘 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이 양반이 사업을 시작할 때에 비해서 요즘엔 맛 좋은 에그타르트를 너무 사방에서 접할 수 있어서 전망이 밝을지는 모르겠네요. 뭐 그간 많이 벌어 뒀을 테니 제가 걱정할 필욘 없겠지만요. ㅋㅋ




      사족에 꽂혀서 쓸 데 없는 얘기만 하는 것 같지만 그 중에 제가 정말 꽂혔던 맛있는 에그 타르트집이 있었는데. 정말 열심히 사먹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못 버티고 망했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좋아하는 디저트집은 다 오래 못 가고 망하는 징크스 같은 게 있어요. 제 입맛에 문제가 있나 봅니다... ㅋㅋㅋ 

      • 결단력과 열정이 훌륭하신 후배님이시네요. 


        저는 맛 있는 걸 못 먹어봐서 최근까지 에그 타르트에 관심이 없었는데 얼마 전에 지인이 포르투갈 여행을 하고 제가 빵 좋아한다고 몇 개를 가져다줘서 먹어봤어요. 맛이 좋구나, 했는데 폴 바셋 거도 못하지 않은 맛이었어요. 좋아하셨던 그 집 거랑 비교할 겸 함 시식해 보시고 평가를. 

    • 나타, 플랑, 에그타르트 차이점이 뭘까요. 찾아보니까 설명도 애매한 것이 그냥 각 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인가 싶기도 하고요.

      전 예전 프로젝트 근무지 앞에 빵집에서 사 먹었던 건자두 넣은 플랑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께 자체가 통통하고 건자두 때문에 상큼하고 아주 맛도리였고 가격도 괜찮았어서(2,500원이었나) 자주 먹었었어요.

      살 좀 오르면 어떻습니까 원래 겨울에 찌고 봄에 빠지는 거에요ㅎㅎㅎ 이렇게 또 먹는 얘기만 잔뜩ㅋㅋㅋㅋ
      • 플랑, 플랑은 몰랐어요. 대충 찾아보니 프랑스식 에그타르트라는 말이 나오는데 크림을 싸고 있는 것이 페스츄리가 아니고 사브레 같은 비스킷인가보네요. 나타보다 비주얼이 크고 묵직한 모양이에요. 언제 함 먹어볼게요. 폴 바셋 나타는 포르투갈이 원산지라고 된 걸 보니 냉동 상태로 수입한 것 같아요.


        봄에 빠지겠죠..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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