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이런저런.

1. 다시 일을 늘려야 하는 날짜가 정해져서 하루하루 소중하게 여기며 빈둥거리고 있습니다. 계속 먹고 자고 하는데도 체력이 올라오지 않네요. 에너지는 쓰는 건 순간인데 채우는 데는 한참 걸리는구나. 를 깨닫고선 앞으론 애껴써야지 하고 있어요. 당연한 말을 하네. 라고 하실 수 있지만 그 당연한 걸 잘 못 해서 의식적으로 계속 스스로에게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아껴쓰는 거 아니고 애껴쓸거에요.


2.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재산이 있다면 뭘 하고 싶어? 라는 질문에 하고 싶은 걸 얘기하고 일은 계속 하겠노라 하는 분들이 많던데 전 정말로 빈둥거리고 싶어요. 거창한 무언가를 하고픈 생각 같은 건 없고 그때 그때 원하는 기후 따라 이동을 하거나 맛있는 걸 먹고 자연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돌아다니고픈 정도입니다. 매양 느긋하게 지내고 싶어요. 오늘 안 되면 내일 하지. 의 마음으로요.


3. 영화 윤희에게. 를 봤어요. 개봉 당시부터 보고팠는데 보기를 미루다가 겨울 영화가 당겨서 보았습니다. 작품이 예상보다 작지 않았고 분위기도 배우들도 내용 전개까지 깨끗한 느낌이었어요.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어 좋았고요. 일본 쪽 주택 내부는 예쁘게 나오고 윤희가 사는 한국의 아파트 내부는 그저 평범하게 나와서 조금 서운했지만 설정 상으로는 자연스러웠으니 불만인 건 아니고요. 윤희가 현실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한 게 참 좋았어요. 최근에 친구가 누구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생각하고 선택하지는 않는다. 라고 했는데 그 말과 겹쳐져서 더더욱요. 이렇게 윤희를 향한 응원이 저를 향한 것, 모두를 향한 것이 됩니다. 영상물, 무대 예술, 문학 작품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참 신기해요.

4. 갑자기 어제부터 김치찜이 당겨서 오늘 저녁 메뉴는 김치찜 먹으러는데 여러분은 어떤 음식으로 마음과 위장을 채우시나요.
    • 2. 저도 직장 일을 너무 못 견뎌서 가능한 가장 빠른 시기에 그만 두었는데, 규칙적인 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거 같습니다. 제 경우 일상 비용을 감당할 정도가 되기를 오래 전부터 계획했어요. 나온 후로 소비도 줄였고요. 신기한 것이 짧지 않았던 직장 일이 그만 두고 얼마 안 있으니 다 잊혀지는 것입니다. 무의식 어딘가는 남아 있겠지만요. 일이 필요한가는 가치나 여건에 따라 다를 거 같고, 놀아도 되는 재산이 있으면서 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일 같습니다.




      3. 영화가 품고 있는 고통이 녹록치 않은데 한국 영화에서 나오곤 하는 악다구니 같은 것이 없죠. 참 무리없이 성숙하게 표현하고 있지요. 겨울 대표 영화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덧. 아래 글은 그냥 지웠어요. 댓글은 이오이오 님만 달아서 양해를 구했는데 이오이오 님과 관계 없이 저 트윗이 불편해져서요. 이해해 주시겠죠?

      • 2. 일을 그만두실 수 있게 일찍부터 준비하셨군요. 부럽습니다. 저는 지금의 상태가 될 수 있으리란 각오를 어느 정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리 되고 보니 제 안의 놀고 먹고 싶은 기질 쪽에서 해보고 싶은 걸 하는 기질에게 항의를 해요.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간 저도 지금보다는 느긋하게 지낼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이영차 합니다.


        3. 네, 거칠게 표현하지 않더라고요. 김희애 배우는 드라마에서의 진득한 감정 표현과 특유의 어투로 유명한데 이 영화에서 덤덤한 듯 밀도 있게 표현하는 게 좋았어요.


        덧. 네, 저는 괜찮아요. 다른 글 또 많이 올려주실거죠?
    • 단독 가정에게 제일 접근이 어려운 메뉴가 찜류입니다. 직접 만들자니 번거롭고, 조금 해서는 그 맛도 안나고 사먹자니 내 입맛에 맞는 곳을 찾기가 힘들고…

      김치찜 너무 먹고 싶습니다ㅜㅜㅜ 근데 집에 김치도 없ㅋㅋㅋㅋㅜㅜㅜ


      빈둥거리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길!!!
      • 찜류 해 먹기 부담스럽죠. 전 맛에 대한 기준은 내려놓고 사먹고 있어요. 체력이 좋아지면 해먹으려고요. 당분간은 포기입니다. 음식 해드시는 거 좋아하시잖요. 요즘은 무슨 먹부림 하셨나요.


        천천히 가면 좋겠는데 몹시 빠르게 가고 있네요. 하하.
    • 1. 아껴쓰지 않고 애껴쓸 거다. 라는 말씀에 왜 공감이 될까요. ㅋㅋㅋ 남은 방학 소중이 애껴 써야 하는데 뒹굴뒹굴에 전념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가네요.




      2. 전 일단 휴직 1년 한 후에 다시 하던대로 일을 계속할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방점은 '일단 휴직 1년 한 후에'에 꽂혀 있죠. 잠깐 쉬면서 충전하고 다시 일하고 싶은데 먹고사니즘의 압박을 벗어나기가 어렵네요. 그래서 요즘 제일 부러운 게 휴직하는 사람들입니다. ㅠㅜ




      3. 영화가 참 내내 정갈하고 예쁘면서도 얄팍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렇게 예쁨을 추구하다 보면 내용이 공허해지기 쉬운데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4. 얼마 전에 제가 정말로 나이 먹었다고 느낀 게 김치찜이나 동태찌개가 갑자기 미친 듯이 당겼을 때였는데요. ㅋㅋㅋ 아니 그러니까 원래부터 좋아했던 분들이야 얘기가 다르겠습니다만 전 안 좋아했거든요. 이젠 특별히 맛있는 게 먹고 싶을 때 햄버거 파스타 이런 것보다 이런 한식이 먼저 떠올라서 슬퍼진 인간입니다. 하핫;;;

      • 1. 애끼는 게 더 줄로 휘어감아 잡아당기 듯한 느낌이잖아요. 크크.


        2. 휴직 말씀 전에 하셨던 거 기억이 나요. 세상 먹고사니즘의 압박을 이기기는 쉽지 않아요. 주변에 휴직하시는 분들 계시나요. 주변에 있으면 더 하고 싶어질 수도 있는데, 흑.


        3. 리뷰 올려주셨죠. 지인이 의외로? 안 봤다고 해서 추천했어요. 그 예쁨도 선이 적당하다 생각했는데 굉장히 꼼꼼하게 계산해서 이렇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말씀처럼 얄팍하지 않은 면도 좋고요.


        4. 햄버거 파스타보다 현실적으로 더 접근도가 떨어지지 않나 싶어요, 이런 한식류가요. 그 슬픔은 찜 한 젓가락, 찌개 한 수저 드시면 싸악 사라집니다. 때때로 돌아오기도 할테지만요.
    • 2. 태고난 성향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고 진도를 착착 내는 성취감이
      중요해서 은퇴해도 자원봉사 일이라도 찾을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깨닫고 있습니다;;;; 은퇴가 그리 멀지는
      않아서 그 후의 일을 생각하다 보니 그런 결론을 얻게 되더라고요.



      3. 주인공이 일본 종업원에게 짧은 일어로 말하다가 우리말로 속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마음 속에 숨겨두었던 감정을 말도 안 통하는 사람에게 토로하는데, 또 그게 말을 알아들은 관객이 듣기에도 너무 소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소망이라서요.

      • 2. 그런 깨달음이 있으면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돼요. 어떤 업무든 은퇴 후에도 성취감 얻는 일 하시면서 보람차게 보내실듯요.


        3. 그 장면 저도 좋았어요. 바텐더의 태도도 참 좋았죠. 그 소망을 꺼내기까지 윤희에게 오랜 시간과 아픔이 있어서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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