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티비] 건전하게 재밌습니다. '맵다 매워! 지미의 상담소' 잡담
- 2023년에 시작했고 3시즌 까지 나왔지만 당연히 전 첫 시즌만 봤겠죠. 에피소드 열 개에 편당 30분 정도씩 하구요. 스포일러는 없어요. 워낙 뻔한 이야기라. 특별한 엔딩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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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스터가 이렇게 투 샷으로 결정된 건 다 해리슨 포드의 스타 파워 때문일 겁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그 생각은 더 강해지구요.)
- 제목 그대로 미국의 상담사 '지미'의 이야기입니다. 1년 전에 아내를 사고로 잃었고 고등학생 딸 앨리스와 함께 사는데 워낙 격하게 슬픔에 잠겨 살다 보니 관계는 망했죠. 직장엔 매우 삐딱한 투덜이 영감 폴과 지나치게 활달한 핵인싸 개비가 있구요. 옆집 사는 참견쟁이 리즈 아줌마가 늘 거슬리지만 지난 1년간 딸을 자기 딸처럼 돌봐줬으니 함부로 들이 받지는 못하겠고. 암튼 그래서 자기 삶 하나 건사 못하는 주제에 매일 찾아오는 다양한 고갱님들의 인생 한탄을 감당할 수 없었던 지미는 결국 선을 넘어 폭주하며 고갱님들의 삶에 직접 개입해버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과연 이게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스타트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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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xked up! 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의 상담사 지미가 주인공이구요. 저 대사가 잘 어울립니다. 완전 망한 상태로 시작하고 시도하는 모든 일을 망치거든요. 일단은요.)
- 어차피 건전 발랄 코미디 시리즈입니다. 시트콤에 가까운 길이와 형식으로 전개되구요. 그러니 완전히 선을 넘어 버리는 살벌한 일 같은 건 생기지 않겠죠. 매 화마다 지미와 수많은 등장 인물들은 후회할 짓을 저지르고 사방에 분노와 짜증을 쏟아내지만 매 화마다 깔끔하게 다 해결되며 훈훈한 엔딩을 맞구요. 그렇게 지미가 망치고, 수습하고, 망치고, 수습하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모두가 가까워지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다가 10화에서는 참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피날레를 맞아요. 다음 시즌 떡밥을 거하게 던져 버리긴 하지만 어쨌든 메인 스토리는 그렇구요.
여러모로 참 모범적인 이야깁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하나씩 품고 가는 메인 고민이란 게 다 가족에 대한 거에요. 딸, 아내, 부모 등등. 그러니 보편적으로 먹히는 테마가 되겠고. 이게 또 쓸 데 없이 자극적인 수준까지 선을 넘는 일이 전혀 없구요. 캐릭터들의 개성은 충분히 잘 살려 주지만 역시 매운 맛을 마구 첨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충분히 공감할만한 인물들에게 쉽게 이입할만한 고민들을 던져주고 그걸 질질 끄는 일 없이 매 화에서 충분히 깨끗하게, 그리고 보기 좋고 훈훈하게 마무리. 그렇구요.
매 에피소드마다 캐릭터들을 다양한 상대와 엮어서 누구 하나 증발하는 일 없이 골고루 챙겨주는 태도도 좋고. 장르 특성상 모두가 수다쟁이에 재치 있는 드립들을 과도하게 잘 치지만 그걸 또 각자가 각자 개성에 맞는 대사들로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도 좋고. 게다가 이게 또 웃깁니다. 애초에 웃기라고 만든 드라마이긴 하지만 어쨌든 웃기는 데 성공을 해요. 그러니 정말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하게 잘 만든 드라마다... 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제 취향 아시죠? ㅋㅋㅋㅋ 매 순간 순간 재미는 있는데 에피소드 하나가 끝나면 다음 걸 재생하는 게 살짝 망설여지는. 그런 증상을 겪으면서 좀 '꾸역꾸역' 봤습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어쨌든 재미는 있으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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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흑인 할 것 없이 다채로운 인종 분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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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동성애자들을 꺼리지 않는 참으로 요즘 드라마스런 캐스팅과 스토리를 자랑합니다. 보다 보면 '정말 요즘 미국은 저런가?' 라는 게 가끔 진지하게 궁금해지곤 해요.)
- 제가 갑자기 취향이 아닌 걸 알면서도 이걸 고르게 된 건 '세브란스'를 틀 때마다 자꾸 이 드라마의 광고가 떠서 그랬던 건데요. 정확히는 해리슨 포드가 나온다! 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소소한 일상 코미디 드라마 속의 해리슨 포드를 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말이죠.
그런데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정말로 너무 좋았습니다. 포드 영감님의 그 화려한 필모그래피에 이 역할보다 멋진 역할, 강렬한 역할 같은 분명히 쎄고 쎘겠지만 이만큼 정을 주며 훈훈한 기분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캐릭터는 [개인적으로는] 없었던 것 같거든요. 은퇴할 날이 다가온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까칠한 독거 노인 상담사... 역할인 것인데요. 저에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걸 꼽으라면 다 이 영감님이 나오는 장면들로 고를 것 같아요. 사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이란 게 다 미국식 코미디, 시트콤들에서 자주 보던 인물들이고 이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그걸 포드 영감님이 본인의 스타 파워 & 연기로 되게 잘 살려냈다는 느낌. 그러니 포드 영감님 좋아하는 분들은 꼭 한 번 보시도록 추천해드리고 싶구요.
그 외의 다른 캐릭터들도, 그걸 연기하는 배우들도 다 좋아요. 주인공 지미 캐릭터야 당연히 중요하고 매력적이지만 또 '주인공'에게 흔하게 주어지는 역할, 연기, 캐릭터들의 조합이라 살짝 덜 재밌는 면도 있는데 그걸 배우님이 참 잘 해주셨구요. 개인적으로 포드 영감님 다음으로 좋았던 게 지미의 직장 동료 개비와 절친 브라이언이었습니다. 둘 다 이런 코미디에 빠지지 않는 늘상 과도하게 에너지 넘치는 오버액션 수다쟁이 깨발랄 인물들입니다만. 제가 원래 이런 캐릭터들을 싫어하거든요. 부담스러워서... ㅋㅋㅋ 근데 여기 이 두 분은 그런 제 취향을 극복하셨어요. 아니 그냥 너무 귀엽더라구요. '대략 이런 사람들'은 현실에서 곁에 두고 싶지 않은데, '이 사람들'은 현실에서 친구 하면 정말 즐겁고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아주 성공한 겁니다. 전 정말로 이런 캐릭터들 싫어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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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신예 배우가 이런 대스타님과 함께 연기하는 건 어떤 기분이려나요. 출연작을 본 건 없어도 어떤 사람인지는 다 알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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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충분히 웃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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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방향으로 훈훈해서 재밌게 봤어요.)
- 그래서 뭐... 19금 드립과 상황들이 종종 튀어나오는 것만 빼면 참으로 모범적이고 건전한 가족 시트콤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잘 봤습니다.
꽤 진지한 인생 고민들을 다루는 것 치곤 좀 가볍지 않나. 라는 생각이 안 들었던 건 아니지만 애초에 장르가 그런 쪽이란 걸 감안하면 충분히 할 만큼 했다 싶었구요.
스트레스 유발하는 빌런 캐릭터도 없고, (굳이 따지자면 주인공이 가장... ㅋㅋ) 매 화마다 이야기들 다 깔끔하게 수습해주고, 그렇게 보는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도록 이야기를 조율하면서도 또 진지한 감정은 충분히 진지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네요.
제가 이런 장르를 좋아했다면 신이 나서 바로 시즌 2, 3을 달리겠지만 그건 많이 무리겠구요. ㅋㅋㅋ 한동안 또 피와 뼈와 살이 난무하는 불건전 시리즈들 즐기다가 다시 생각날 때 다음 시즌도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만족스럽게 잘 봤어요. 끝입니다.
+ 어쩌다 보니 연속으로 '미모의 동양인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백인 남자' 이야기를 두 개 보게 됐네요. 요즘 헐리웃에서 동양인들 열심히 챙겨주는 건 좋은데요, 아직은 더 더 더 먼 길을 더 가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흑인 캐릭터들을 다루는 태도와 관점은 꽤 쿨하고 세련된 드라마였는데 말이죠.
++ 작은 역으로 릴리 라베가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리즈로 정이 든 분인데 그게 벌써 몇 년 전 드라마인지... ㅋㅋ 그리고 나중에 해리슨 포드와 엮이는 미노년 의사 역할 배우님의 과거 경력을 검색해 보고 또 '세월...' 이러고 있었죠. 이전 작품들 중 대표작이 무려 원조 '베이워치' 시리즈더라구요. 하하;
재밌습니다. 제 평소 취향 밖의 작품인지라 조금 적응이 필요했지만 분명히 재밌었어요. ㅋㅋㅋ 마지막 쿠키에 가까운 에필로그 장면 하나만 빼면 이걸로 엔딩이라 우겨도 될만한 깔끔한 마무리도 좋았구요.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애플티비 계정이...
맞습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플루리버스였는데 이제 막 시작한 시리즈라... 또 제작진의 전적을 생각하면 그게 한 두 시즌으로 깔끔하게 맺어질 것 같지도 않구요. ㅋㅋ
테드 래소 들이미셔도 되긴 하는데, 제가 첫 시즌 중간쯤 보다가 접은 시리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웃기는 게 '와 역시 재밌네. 사람들 좋아하는 게 이유가 있네' 라고 생각하며 접었다는 거에요. 너무 건전합니다 제겐... ㅋㅋㅋㅋㅋ
포드는 역시 1923의 늙은 카우보이 두목보다도 이런 정색하는 척 하는 코미디가 좋아요 / 영화 쪽 커리어를 보면 적당한 시기에 스승, 멘토로 넘어갔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도, 나이 좀 더 먹고서도 오래 전성기를 누릴 때도 '배우'라기 보단 '스타'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분이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사실 연기력이야 오래 전부터 충분했지만 그래도 너무 스타였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