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트럼프, 임성근)


 1.엄청난 인기를 만끽하던 임성근이 하루 아침에 셔터를 내렸어요. 오래 전에-또는 얼마 전에-음주운전을 했기 때문이죠. 임성근은 어떻게든 방어를 해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죠. 나름대로 영상을 올려서 선빵을 치는 최선의 대응을 했지만요. 음주운전이라는 키워드는 어떻게 무마를 해보려고 해도 어떤 사람의 활동을 끝장낼 수 있는 거니까요. 정치인이나 종교인은 끝장낼 수 없지만 연예인은 끝장낼 수 있죠.



 2.사실 잘 모르겠어요. 기자에게서 '나는 네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연예인은 뭘 해야 할까요? 사실 어떤 사람의 음주운전 기사를 내겠다는 선언은 기사를 쓰겠다는 게 아니예요. 상대의 사회적 활동에 완전한 멸절을 내리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과도 같죠. 우리나라는 절대로 중간지대가 없으니까요.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거나 활동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거나죠. 


 '약간 욕먹으면서 활동하는'정도의 중간지대는 단 1mm도 허용이 안되는 곳이거든요. 어떤 사람이 약간 욕먹는다는 것은 곧 영원히 욕먹는 것과도 같으니까요. 시간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완전한 멸절이 달성될 때까지 멈추질 않거든요.



 3.사실 대부분의 '밝혀진' 불법 행위는 이미 경찰이나 법원에서 죗값을 치럿기 때문에 밝혀진 거예요. 그리고 그게 일반적인 사람들도 저지를 수 있는 수준이거나 남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면 그냥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봐요. 


 임성근을 실드치려는 건 아니예요. 임성근은 본업실력은 좋지만 언변이나 포장술이 별로라 아주 롱런은 못할 것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아주 롱런을 못할 사람이라도 한순간에 모든 공공 영역에서 퇴출되는건 글쎄요.



 4.휴.



 5.저번에 썼듯이 나는 트럼프를 매우 혐오하지만, 그래도 트럼프의 대응 방식만은 이해가 가요. 기자가 대통령을 몰아세우려고 할 때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젠틀하고 여유있게, 그리고 진지하게 기자와 대화를 해줘야 할까? 물론 그러면 최고겠지만 요즘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당사자간의 것이 아니예요. 


 기본적으로 유명인과 유명인이 아닌 사람의 대화는, 유명인이 아닌 사람이 대중들에게 물어뜯을 거리를 던져보려는 방식으로 흘러가거든요. 그런데 그 방향이 옳든 그르든, 수백 수천조원의 예산을 휘두르고 밀어붙이는 권력자의 발걸음이 권력자가 아닌 사람의 혀에 의해 지연되는 것이 맞는 걸까? 또는 평생동안 노력해서 얻은 요리 실력만큼은 진짜인 사람이, 폭로 한번에 그 요리 실력마저도 폄하되는 것이 맞는 걸까? 뭐 그런 궁금증이 들어요. 


 기자들은 기자들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훼방놓기밖에 없거든요. 물론 더이상 진행되면 안 되는 일에 훼방을 놓는 건 옳은 행동이긴 해요. 



 6.그러나...내 생각엔 더이상 진행되면 안 되는 일도 때론 그냥 끝까지 진행되도록 놔둬야 해요. 더이상 진행되면 안 되는 일을 자꾸 중간에 멈춰버리면, 대중들은 뭔가를 보고 배울 기회가 없거든요. 


 요즘은 군중들의 '훼방 놓기'가 그야말로 최극에 달한 시기예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훼방 놓기'가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죠. 무언가를 문제삼고 훼방 놓는 게 최고의 권력이 되어버린 세상에 염증을 느낀 놈들이 트럼프도 뽑은 거니까요.



 7.트럼프 사단의 사람들은 위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에 기자와 대화하지 않아요. 기자가 뭔가 불편한 질문을 하는 순간 '당신은 기자인 척 하는 좌파 활동가'라는 공격으로 받아치죠. 


 옛날 같으면 상상조차 못했을 정도로 천박한 대응이지만 실제로 저건 먹혀요. 원래 기자를 상대로는 아무리 불편한 질문이 들어와도 진지하게 대응해야 했죠.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조차 '꼬투리 잡기, 훼방 놓기'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까요. 천박한 대응이 아니라 ㅂ신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쿨한 대응쯤으로 봐주는 사람들도 많죠.



 8.군중들의 '타인을 문제삼고 싶어하는 욕망'이 적당한 수준에서 다스려졌다면 연예인들 중에 몇 명 정도는 자살을 안 했을 거고 트럼프도 애초에 당선되지 않았겠죠.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에 사과도 더 많이 했을 거고요.


 타인을 문제삼으려는 인간의 습성은 적절한 자정 작용으로 기능할 때도 있었지만, 모두가 키보드와 마이크를 지닌 세상에서는 부작용을 더 낳는 것 같아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사람은 더이상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멍청이가 되어버리는 세상이 된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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