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내친 김에 '부고니아' 매우 간단 잡담이구요
- 작년 영화구요. 런닝 타임은 1시간 59분. 스포일러는... 딱 결말에 대한 정보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적겠습니다만. 원작과 비교를 하다 보면 본문에도 이런 내용 저런 내용 많이 튀어 나올 테니 조심해 주세요. 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ㅋㅋㅋ
![]()
(벌이 죽은 소의 시체에서 자연 발생한다고 믿었던 옛날 사람들이 만든 용어라는데... 폼은 나지만 와닿는 게 없어서 좀 애매한 제목 같기도 하구요.)
- '지구를 지켜라!' 가 해외 영화 마니아들에게도 유명한 작품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무려 22년만에, 그것도 헐리웃에서, 그것도 아리 애스터 제작에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으로 리메이크가 될 줄은 몰랐죠. 이 소식을 처음 듣고 '아니 그 정도였나!?' 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게 공개되고 나니 평가는 또 되게 좋았고. 그러다 보니 대체 무얼 어떻게 고쳐서 어떻게 다시 만들었을까... 라는 게 많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넷플릭스에 올라온 걸 보고 곧바로 보... 려다가 원작을 먼저 다시 본 거였고 그렇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결론은...
![]()
(웃기려는 건가? 싶은 장면들이 웃기진 않고 그냥 괴상하게만 느껴지는 건 요 감독님 스타일이기도 하고 원작도 비슷했기도 하고...)
- 아마도 원작에서 드러내는 주제 의식이 요즘 시국에 너무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진행된 리메이크가 아니었나 싶어요. 뭔 소리냐면, 상당히 원작에 충실한 리메이크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만 갖다가 새로운 이야기 짜고 그런 거 아니구요. 얼핏 보면 많이 바꾼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안 그래요. 어차피 2003년에 나온 한국 영화, 그것도 한국적인 배경과 소재, 인물을 잔뜩 때려 박은 영화를 2025년 헐리웃에서 리메이크를 하니 어쩔 수 없이 고쳐야만 할 부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빼고 보면 정말로 똑같거나 최소한 비슷하게 유지된 내용들이 바뀐 내용들보다 훨씬 많구요. 다만 또 이게 요르고스 란티모스 쯤 되는 사람이 만든 영화이다 보니 본인 스타일은 그대로 살렸겠죠.
요약하자면 원작을 최대한 존중하고 살리되,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라는 건 명백하도록 만들었다... 라고나 할까요. ㅋㅋㅋ
![]()
(원작에선 그냥 대놓고 비극, 멜로드라마로 보여줬던 주인공의 과거지사들이 리메이크에선 이런 당황스런 장면들로 짧게 묘사됩니다.)
- 그러니까 대충 이런 식입니다.
원작에 잔뜩 들어 있던 키치하게 웃기는 '그 시절 B급 취향' 장면들은 싹 다 사라지거나 톤다운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병구의 상상 속 액션 장면 같은 것 말이죠. 많이 드라마틱한 느낌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건드리기 위해 존재했던 설정, 장면들도 마찬가지 운명을 겪었구요. 한국인들이 아니면 이해가 어려울 것 같은 부분들(때타올과 물파스!!)도 거의 삭제. 결과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퍽퍽하고 삭막해졌습니다.
좀 오락가락하거나 꼭 필요하지 않았다... 싶은 장면, 캐릭터들도 대거 숙청당했습니다. 병구를 뒤쫓는 형사들 이야기는 아예 사라졌다고 보심 돼요. 그래도 원작의 명장면(?)을 그대로 남기기 위해 경찰이 나오긴 하지만 비중은 크지 않아요. 대신 그 경찰 캐릭터에게 '병구의 비극적 성장 과정' 드라마를 살짝 부여함으로써 원작의 주제 의식은 최대한 남겨 보려고 애를 썼던 듯 하구요.
원작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던 '스릴러 영화 클라이막스의 의무 방어전' 스런 몸싸움 장면도 아예 사라졌습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그런 장면을 연출해 넣는 것 자체가 참 상상이 안 가는데, 전 이게 참 맘에 들었어요. 저는 그 의무 방어전 장면들이 정말 지루하고 싫거든요. ㅋㅋㅋ
21세기 미국 영화! 라는 정체성에 어울리게 손질된 부분도 있습니다. 순이 캐릭터를 남성, 그것도 사촌 동생으로 바꾸고 순이의 그 이해 못할 성격을 발달 장애 설정으로 바꿔서 자연스럽게 만든 게 대표적이겠구요. 뭣보다 납치 당하는 CEO가 자수성가한 여성이 되었죠.
그 외엔 뭐, 영화가 대단히 란티모스 영화 답습니다. 느릿느릿 무뚝뚝, 삭막한 분위기. 움직임이 거의 없는 정적인 카메라 구도에 대체 이게 뭔가 싶은 장면이 길게 이어지다가 갑자기 터져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장면. 애절한 상황을 다루면서도 니들 감히 이거 보면서 감정 이입은 꿈도 꾸지 말라는 듯한 연출. 아마 원작의 존재를 모르고 보는 사람들은 요 감독이 그냥 평소에 하던 거 한 번 더 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봤을 것 같더라구요. ㅋㅋ
![]()
(유괴범 콤비를 이렇게 바꾼 건 꽤 좋았어요. 원작의 순이보다 리메이크의 돈이 훨씬 설득력도 있고 정도 가고 그랬네요.)
- 다만 그래서 이게 효과적이었냐. 그러니까 굳이 리메이크를 할만 했다고 고개가 끄덕여지더냐... 라고 묻는다면 좀 애매한데요.
원작이 워낙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컬러풀'한 영화였잖아요. 그걸 이렇게 모든 방면에서 톤다운을 시키면서 풀어가니 좀 애매한 기분이 듭니다. 원작의 매력 포인트들을 느낄 수 없는 건 당연하고. 대신 그걸 란티모스 영화스럽게 잘 번안해서 풀어내긴 했는데... 예를 들어 백윤식의 사장님 캐릭터는 정말로 한국에서 그런 기업들 운영하며 자기 회사 사람들 골수까지 뽑아 먹고 내다 버리는 재수 없는 기업인들 느낌이 낭랑하잖아요. 그래서 보면서 더 빡치게 되는 효과도 있구요. 이걸 엠마 스톤이 연기하는, 현대적으로 이미지 메이킹 참 잘 하는 여성 CEO로 바꿔 놓으니 빡침이 많이 줄어듭니다. ㅋㅋㅋ 사실 이건 감독의 의도였던 듯 하기도 해요. 클라이막스에서 엠마 스톤의 캐릭터가 하는 행동이 백윤식 캐릭터가 했던 행동과 많이 다르거든요. 근데 '굳이 이 캐릭터를 그렇게 묘사해서 더 좋아질 게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흠...;
그리고 매우 단순하게 말해서 영화가 '덜 재밌습니다'. ㅋㅋㅋ 란티모스의 다른 영화들보다 못 만든 건 아닌 것 같은데, 재미는 확실히 덜했어요. 근데 확실히 말은 못 하겠네요. 이게 제가 원작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으니까요. 보통 란티모스 영화들 보면서 느리다는 생각을 한 적이 딱히 없는데 이걸 보면서는 그 생각을 자주 했던 게 정말 이 영화의 템포가 늘어지는 건지 원작과 비교 때문인지... 어쨌든 결과는 같지만요.
![]()
(제시 플레먼스는 정말 그간 출연작들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지저분하고 더럽고 못생긴 캐릭터를 맡아 열연합니다. 정말 얼마나 지저분해 보이던지... ㅋㅋㅋ)
- 하지만 개인적으론 원작보다 맘에 들었던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형사들 파트를 없애 버려서 주인공들 이야기에 깔끔하게 집중할 수 있게 한 건 신의 한 수 같았구요. 순이 캐릭터를 조카 남자애로 바꾼 것도 원작에서 거슬리던 부분이 사라졌으니 좋았구요. 전체적으로 군더더기들이 거의 제거된 미니멀한 이야기가 된 것도 맘에 들었습니다. 음악의 활용도 이 쪽이 좀 더 제 취향이었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건 스포일러 위험이 있어서 구체적으로는 못 적겠지만, 클라이막스부터 엔딩까지 엠마 스톤 캐릭터가 보여주는 행동이 백윤식의 캐릭터보다 설득력이 있어서요. 훨씬 덜 얄밉기도 했구요. ㅋㅋㅋㅋ 그렇다보니 결말의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데, 전 그 달라진 느낌이 더 맘에 들었어요. 야박한 듯 안 야박한 듯. 냉소적인 듯 온정적인 듯 오묘한 느낌 때문에 좋더라구요.
![]()
(물파스를 대체한 로션(?)을 박박 바른 모습인데요. 백윤식이 그냥 빤스 입은 대머리 아저씨로 보였다면 엠마 스톤은 그냥 외계인처럼 보여서 이거 비주얼이 스포일러 아냐? 라는 생각을... 하하;)
- 그래서 결론적으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스타일 좋아하시고. 아니면 요즘 미국 인디 영화들에서 자주 보이는 그 '하이 컨셉'스런 분위기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그냥 즐겁게 보실 수 있을 법한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원작의 키치한 재미, 비극적 드라마 같은 걸 특별히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이게 뭐여... 라며 실망하실 수도 있겠구요. 특히 줄거리를 결말까지 다 아는 입장에선 흥미가 강하게 생기질 않으니 감상이 좀 심심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결말이 확 달라질 순 있으니 아예 느슨한 기분이 되진 못했습니다만. ㅋㅋㅋ 마지막으로 저 '하이 컨셉'. 이 표현 들어가는 영화들은 나랑 안 맞더라... 이런 분들에겐 더 별로일 수 있어요.
저야 뭐 요 감독님 영화들을 대체로 재밌게 보는 편이라 그런지 괜찮았어요. 잘 봤구요. 뭐... 그러합니다. 끝이에요.
+ 리메이크작이라는 걸 은근슬쩍 안 드러내려는 듯한 홍보와 크레딧으로 욕을 좀 먹기도 했다는군요. 마지막에 한국 관련 장면이 한 번 나오는 게 그래서 그런 거였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호기심에 외국 리뷰들을 찾아 보니 원작에 대한 언급이 없는 리뷰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건 좀 억울한(?) 기분인데요. ㅋㅋ
++ 절묘한 시대상 반영 중 하나를 까먹었군요. 원작의 주인공은 그냥 망상에 빠져 독학으로 음모론을 창조해내잖아요. 이 영화의 테디에겐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팟캐스트가 있습니다. ㅋㅋㅋ 그렇게 새로운 풍자 영역을 추가하는데... 본문에 적으려다 지나친 얘깁니다만. 거칠고 직설적이며 심지어 멜로드라마가 잔뜩 들어가 있었던 원작의 세태 풍자와 비판이 오히려 이 세련된 2025년 영화보다 더 적절하게 와닿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솔직히 이 '부고니아'는 정확히 어디를 찌르고 싶은 이야기인지 좀 헷갈립니다. 그냥 인간은 다 싫다는 거였을까요. 허허.
+++ 거의 결말 부분에서 원작과 크게 달라지는 부분만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순이 대체 캐릭터인 돈은 주인공 테디가 경찰 캐릭터를 속이기 위해 나가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엠마 스톤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는 절망해서는 '사랑해 형'이란 유언을 남기고 총으로 자살해 버립니다. 엠마 스톤은 돈이 입고 있던 옷에서 열쇠를 꺼내 탈출하려 하지만 그때 총소리를 들은 경찰을 어쩔 수 없이 죽이고 돌아온 (원작과 같은 방식으로 죽입니다) 테디가 자길 죽이려고 하자 원작처럼 '니 엄마를 살려줄게!'라고 외치구요.
원작에서 백윤식이 엄마 치료약이라며 먹이라고 한 벤젠은 엄마가 간발의 차이로 먼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뻥이었는지 아닌지 확인을 못하죠. 여기선 워셔액을 먹이라고 하는데 주인공이 그만 성공해 버리고, 그래서 죽습니다. 돌아와서 화를 내는 주인공에게 '아니 당연히 그거 주사하려다가 붙들릴 줄 알고 탈출할 시간 벌려고 그랬지 왜 그걸 성공하고 x랄이야!!!' 라고 오히려 화를 내는 엠마 스톤... orz
원작과 마찬가지로 엠마 스톤은 주인공이 병원에 다녀오는 사이에 테디의 비밀들, 외계인인 줄 알고 일반인들을 잔뜩 잡아다 죽였다는 걸 알고는 (백윤식처럼 오열하는 게 아니라) 완전 싸늘하고 근엄하게 테디를 꾸짖어요. 그러다가... 테디를 모선에 데리고 가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고 둘이서 자기 회사로 돌아가는 건 또 비슷하네요.
다만 여기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그렇게 주인공을 유인해서 처치했던 백윤식과 다르게 엠마 스톤 외계인은 진짜로 테디를 우주선으로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본인 말로 '여기서 오래 지내다가 지구인들 스타일에 물들었다'라는데 그래서 측은지심이 잠시 생겼던 듯 하구요. 하지만 '혹시라도 사기 치면 니들도 다 죽을 거야!' 라면서 테디가 자랑한 사제 폭탄이, 모선으로의 전송 장치인 벽장 안에서 맘대로 폭발해 버리는 바람에 테디는 머리통이 몸에서 뜯겨 나간 처참한 몰골로 사망. 하이고 이 중생아... 라는 표정으로 그 머리통을 잠시 지켜본 엠마 스톤 외계인은 잠시 후 어찌저찌해서 모선으로 돌아가요.
이후는 대략 비슷합니다만, 우리 황제님(원작에선 왕자였나 그랬고 그래서 중요한 결론은 다른 캐릭터가 내렸죠)께선 원작보단 그래도 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요.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라는 표정도 짓고. 결국 인간을 포기하긴 하는데 요술 같은 뭔가를 활용해서 전세계의 '인간만' 즉사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전세계의 아무 사람들이 다 자기 일 하다 말고 쓰러져 죽은 모습을 정말 한참 동안 다양하게 보여주다가 엔딩이구요. 그 와중에 한국어를 배우는 재외 국민 학생들 교실 같은 모습이 잠깐 비춰지고 그러네요. 암튼 그렇게 끝이에요.
에마 스톤 캐릭터를 두 남자가 제압하는 예고편을 보면서, 젊은 미녀를 두 남자가 납치해서 고문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성적 요소 없이 풀어낼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다행히 란티모스 감독님이 저열한 성적 판타지 따위는 가볍게 내다 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 주셨어요. 결론적으로는 요즘 시대에 맞는 리메이크가 나와서 반가왔습니다.
아예 테디가 대놓고 '그런 거 방지하려고 이렇게 했어' 라고 설명하는 장면도 나오고 그랬죠. ally님 말씀 듣고 보니 거기에 그런 영화 외적인 맥락도 있었겠네요. 전 그냥 테디의 희한함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란 생각 밖에 못 했거든요. ㅋㅋ
말씀대로 여러모로 요즘 시대, 21세기스런 리메이크였는데요. 그래서 이거 보고 원작이 궁금해진 서양 사람들이 열심히 여기저기 뒤져보는데 서양 쪽에선 당연히 구할 수가 없고 dvd도 안 판다고 좌절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래된 한국 영화란... ㅠㅜ
특이하지만, 재미가 없는.... 그 특이함도 진부해진, 그래서 별로였던 영화였습니다.
애초에 란티모스 이 사람 영화들이 호오가 되게 갈리기도 하구요. 또 저도 보면서 리메이크이기 때문인지, 영화가 은근 얌전하고 안전한 느낌이라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전 괜찮았다라는 쪽이구요.
마지막 엔딩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을 보면 그냥 인간이 원흉이고 다 싫다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하; 이 감독 필모에서도 어차피 현생 인간들은 다 글러먹었다 이런 생각을 평소에 하는 것 같고 말이죠...
각본 자체는 평하신대로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현재의 미국으로 이식하면서 꼭 필요한 부분만 바꾸고 나머지는 원작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한 것도 같은데 원래 장준환 감독이 직접 하려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하차하고 란티모스가 맡으니 아무래도 감독 특유의 터치가 또 미묘하게 여러 군데에서 차이를 만들어내고 다 보고나서 되새김질 해보니 전 굉장히 원작과 느낌이 확 다른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었어요.
원작을 처음 볼 때는 병구가 미친놈이긴 하지만 너무 불쌍해서 제발 병구가 맞기를 바라면서 보게 된다면 이건 이미 결말까지 다 알고 있는데도 주인공을 "어휴... 저 xx 그래 뭐 끝까지 해봐라." 이렇게 보게된다고 할까요? ㅋㅋㅋ 그건 묘사된 캐릭터가 그렇다는 것이고 제시 플레먼스는 뭐 언제나처럼 지독하게 훌륭하게 너무 잘하더군요. 이번에 오스카 남주 후보 떨어진 것에 대해 말들이 꽤 나오고 있는...
엠마 스톤은 란티모스와의 계속되는 콜라보가 팬들의 호불호를 떠나서 그냥 매력있는 코미디 영화 남주 파트너 포지션에서 의외로 연기파로 성장한 배우 수준도 벗어나서 자기만의 독특한 행보를 가는 스타배우 포지션을 확고히 한 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평소에 왕눈이로 유명한데 삭발하니까 진짜 그 조그만 얼굴에 눈이 절반 이상으로 보여서 외계인 같더군요. 원작에도 있는 설정이지만 노림수 같이 보이는? ㅋㅋㅋ 주인공 사촌역할은 원래 연기를 하지 않는 비전문 배우라는데 나머지 두 주연이 워낙 믿음직하니까 오히려 절묘하게 좋은 조합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작에서 바뀐 부분 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 어머니로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나오길래 놀랐는데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이렇게 뜬금없이 작은 역할로? 싶다가 감독 전작 '킬링 디어'에서 베리 키오건 어머니로 나왔던 인연이라는 게 기억났어요.
그게 원작이랑 가장 차이나는 점 같았어요. 원작은 병구가 정신 나간 연쇄 살인범일지라도 어쨌든 확실히 불쌍히 여기는 이야기였는데 요 영화는 그런 감정이 확실히 많이 빠져 있더라구요. 인간 다 싫어... ㅋㅋㅋㅋㅋ
아. 이걸 장준환이 직접 만들 계획이었군요? 솔직히 해외 작업이란 게 쉬운 게 아니니 란티모스 버전이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만. 그래도 되게 궁금하긴 하네요.
엠마 스톤도 잘 했지만 비주얼 덕을 많이 보다 보니 연기는 그렇게까지 확 와닿지는 않았고, 말씀대로 제시 플레먼스는 참... 독하게 잘 했죠. ㅋㅋㅋㅋ 사촌 동생 맡으신 분은 배우도 실제로 발달 장애가 있는 분이라고 어디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유명인들이 작업하는 작품에 출연까지 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아 그랬네요. 저도 이 분 나온 거 보면서 분명 예전에 뭔가 비슷한 영화에도 엄마로 나왔었는데... 했는데 같은 감독님 영화였군요. ㅋㅋㅋ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돈 역할 배우분은 캐스팅 비화가 위키 페이지에 적혀있던데 어머니 친구가 탤런트 에이전시에서 일하는데 신경다양성 배역 오디션이 있다고 알려줘서 셀프 영상을 찍어서 보냈더니 란티모스랑 엠마 스톤이 맘에 들어해서 캐스팅 됐다고 하네요.
요즘엔 어떤 장애가 있는 배역이 있으면 가능한한 실제로 비슷한 상황의 배우를 찾아서 기용하는 것 같은데, 괜찮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브링 허 백'에서도 그랬죠.
저는 '지구를 지켜라' 큰 줄거리와 그때의 느낌만 기억하고 세부는 잊어버려서 비교없이 독립적인 영화로 볼 수 있었는데 재미있게 봤습니다. 톤다운 되었다고 쓰셨는데요, 저도 '지구를 지켜라'가 뜨겁고 정신없고 막나가지 않았나 기억하는데 이 영화는 훨씬 단순하고 단정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감독님의 영화 중에 비교적 덜 해괴한 거 같아요. 촬영이든 내용의 구조든 간결해서 제가 즐길만 했다고나 할까요.
두 배우가 아니 세 배우가 다 좋았고 특히 두 사람은 클로즈업이 많았는데 어째 그리 대조적이던지요. 엠마 스톤은 외모와 연기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번에는 대사 전달, 발성이 아주 눈이 갔습니다.(아니 귀가 쫑긋했다고 해야 하나..) 제시 플레먼스는 제가 본 출연작 중에 가장 뜨거운 연기, 감정적으로 다채로운 발산식의 연기를 한 거 같아요. 맷 데이먼 짝퉁이니 하는 소리가 완전히 무색한 대체하기 힘든 자신만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고 봤어요. 세상에 잘 하는 연기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끌어내 주는 감독도 포함해서 참 대단하네요.
맞아요 잘 기억하신 겁니다. ㅋㅋ 거의 같은 얘기라도 연출자에 따라 이렇게 느낌이 달라지는 것도 재밌죠.
엠마 스톤이 이렇게 위엄 있는 척(?) 하는 역할을 저는 별로 본 적이 없는데 어색함 없이 잘 하더라구요. 하긴 현실 배우님의 요즘 위상을 생각하면 이런 것도 어울려야죠. ㅋㅋㅋ 제시 플레먼스는 제겐 늘 어딘가 찌질하거나 모자라거나 얄밉고 음흉하거나... 별로 착하고 좋은 사람 역할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다들 너무 어울리게 잘 해서 배우 이미지가 나빠질 지경입니다. 하하. '블랙미러'에서 처음 그 존재를 인식했을 때부터 한결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