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화
해상화
허 샤우시엔 감독의 1998년 영화입니다.
19세기 말 상하이의 고급 유곽이 배경인데 이곳 실내 장면으로만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이 실내 장면은 여러 손님들이 모여서 떠들석하게 술마시는 주연 장면과 기녀들 세계의 크고 작은 갈등들, 그리고 단골과 지정(?)기녀 사이의 밀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많은 장면을 길게 이어서 찍었다고 하네요.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색채가 아주 그윽하면서도 암담한 화려함으로 이루어져서 113분 계속 빡빡한 유화를 보는 느낌을 줍니다. 거의 약한 인공 조명의 힘으로 분위기를 만들고요.
이런 형식과 영상미 때문에 뛰어난 작품이라고 하는가보다 생각했어요.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가 드물지만 저는 이야기가 한끗 차이로 특별한 점이 있고 그것이 형식과 잘 반죽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 높은 평가에 기꺼이 합류하진 못했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적인 면인 기녀들의 애환은 특이하게 여길 부분이 없었어요. 다만 아편을 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특히 중심인물 두 사람은 대화에 비해서 아편을 하는 장면이 많아서 이들의 만남이라는 것은 아편을 나누는 사이에 여흥을 돋울 대화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닌가, 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고 여기는 19세기 말의 상하이였던 것이다, 라는 풍속과 사회의 이해로 연결되는 관람이 되었습니다. 아편을 하는 도구의 정교함과 불을 붙이는 도구와 불을 불어서 껐다가 살렸다가 하는 일련의 과정이 몸을 해치면서도 오직 여기에서 가장 만족해 하는 인간들의 우아하면서 어두운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세기 말의 상하이 고급 유곽이 궁금하시다면 반드시 보시고, 색계에서의 양조위 느낌을 희미하게 다시 느껴보시고 싶다면 역시 함 보시고, 영화의 형식적인 면과 우아함에 관심 있으시다면 꼭 보시길요.



감상 전 각오를(?) 상당히 해야하는 허 감독님 작품이군요. ㅎㅎ 전 '자객 섭은낭'은 상당히 감탄하면서 봤고 블루레이도 소장중인데 다른 연출작들은 아쉽게도 그렇게 잘 보지를 못했어요. 아무래도 내용 이해가 단번에 되지 않고 언급하신 그런 형식과 영상미만으로 즐기기엔 또 어렵더군요.
그래도 재개봉했던 '밀레니엄 맘보'는 그럭저럭 여운을 즐기면서 관람했었는데 '비정성시'는 중간에 포기했던;; 세기 말의 상하이 고급 유곽, 색계에서의 양조위 느낌, 영화의 형식적인 면과 우아함, 다 관심 있는데도 망설여집니다. 양조위랑 실제 파트너인 유가령과의 협연도 궁금한데요.
극장에서 봤기 때문에 집중해서 봤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봤더라면 잠시 끊었을지도 몰라요. 잠시 후에 봐도 이해에 문제가 될 내용이 튀어나오진 않는 전개... 술자리에서 남자들이 우리 묵찌빠 비슷한 걸 하면서 지면 술을 마시는데 엄청 재미있어 하더군요. 그걸 보고 있자니 멀쩡한 사람이 취한 사람 옆에 앉아 있으면 힘든 그런 느낌이 찾아오면서, 아니 그게 그렇게 재밌습니꽈? 묻고 싶었어요. 술자리마다 이 놀이를 합니다.ㅋ
'비정성시'도 극장에서 봤는데 저는 무척 좋은 감상을 갖고 있어요.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느리고 차분하게 느껴진 영화였고 그러니 만큼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이 영화와 거리가 많이 먼 작품이긴 하죠. '비정성시'가 장편이라면 이 영화는 단편 소설같고 저는 그냥 풍속화 보듯이 봤습니다. 아름답긴해요.
양조위의 짝은 일본 배우였어요. 유가령은 제가 중국 쪽 배우들을 잘 몰라서 영화 다 보고나서 깨달았어요. 아주 선명한 아름다움을 가진 경력 있는 기생으로 나옵니다. 양조위는 여기서도 눈에 띄게 말수가 적고 정적인데 갑자기 이 영화에서 가장 활동적인 액션을 선보여서 '색계'가 떠올랐어요. 나중에 직장에서 승진을 했다고 해서 또한번 놀랐어요. 종일 기방에만 있는 느낌이라.ㅎㅎ
어쩌다가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다보면 멀미를 할 때가 있어요. 이 영화도 좀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사진은 세 장만 올렸지만 영화 내내 저런 화면이 이어지니까 가치 판단 전에 그런 느낌을 가졌어요.
아편은 이 영화에서 중심 인물들만큼의 비중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의자에 앉기만 하면 시중드는 사람이 와서 차 한 잔 하세요,하듯이 아편 여기 있어요,라면서 권하거든요. 시름을 잊기 위해 고안된 것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느낌?
풋풋한 양조위가 아주 인상적이네요. 눈길을 확 끄는
양조위는 언제나 옳아요. 이 영화에서도 멋질 거리가 없는 인물인데도 방에 있으면 주위가 긴장한달까.
20세기에 이 감독님 얘길 하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던 '비정성시'는 그 시절에 인상적으로, 좋은 느낌으로 봤는데, 그 다음으로 '동동의 여름방학'을 보고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ㅋㅋㅋ 그러니 이 영화도 일단 thoma님 글로 기억해 두는 걸로...
근데 이렇게 적고 나니 쌩뚱맞게 동동이 궁금해지네요. 지금 다시 보면 좋게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동동의 여름방학'은 못 봤어요. 제목은 소소한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허 감독님의 인장이 강한가보네요.
저는 '비정성시'와 '자객 섭은낭'은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는 너무 형식미가 강하다고 느꼈어요.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네요. 드라마의 외형을 하고 있고 미래에 만들어졌지만 특정 시대 특정 장소에 대한 기록물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위에도 썼는데 저는 풍속물로 봤습니다. 매우매우 미적으로 다듬어진 풍속물. 로이배티 님은 재밌는 구석을 발견하고 다르게 보실 수도 있는데, 역사 영화를 안 좋아한다고 하셨으니 추천이 어렵네요.
조금 찾아 보니 thoma님께서 정확하게 감상을 하신 것 같아요. 감독님 본인 피셜로 자신의 다른 영화들 대비 확실하게 형식적인 쪽에 힘을 쏟아 부은 작품이다... 라고 하시네요. 하하. 그리고 제가 이런 건 조금 좋아하긴 합니다. 하지만 갓 개봉한 영화인 듯 하니 언젠가 OTT에서...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