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바낭] 저도 다큐멘터리를 봅니다. '사탄의 부름' 짧은 잡담

 - 2023년작이구요. 런닝 타임은 1시간 2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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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유치한 포스터 이미지는 뭐지? 하고 틀었는데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모르고 봤다는 얘기... ㅋㅋ)



 - 1980년대 미국에서 일었던 사탄 숭배 집단 열풍(?)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정확히는 그 중에서도 '이것이 진원지다!'라고 지목 받는 책, '미셸은 기억한다'와 그 책의 공저자인 미셸 스미스와 로렌스 파즈더. 어릴 때 사탄 숭배 집단에 끌려가 엄청난 경험을 하고 살아 남았다는 여성과 그 여성의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더불어 이 책으로 인해 불어닥쳤던 미국 사회의 어마어마한 혼란과 그 상황 속에서 뻘짓과 삽질과 이기주의를 시전했던 종교집단, 공권력, 미디어에 대한 비판도 나오구요. 뭐 그런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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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저 시절에 '봉인된 기억'을 되살리는 걸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들이 꽤 많았죠. 그런 이야기들에 영향을 받아 벌어진 거대 촌극이었나 싶기도 하구요.)



 - 처음엔 미셸과 로렌스가 남긴 실제 상담 녹음 테이프를 들려주며 꽤 호러스런 분위기로 출발합니다만. 아니 뭐 설마 '이건 사실이었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다큐일 리가 없잖아요. ㅋㅋㅋ 꽤 신중하게 균형을 잡으며 출발하긴 하지만 결국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 놈들 다 헛소리였고, 그것도 엄청 허술하고 하찮은 헛소리였는데 당시 사회가 검증은 커녕 떡밥 맘에 든다고 덥썩 베어 물고 스스로 나라 꼴을 개판으로 몰아갔다... 라는 쪽으로 흘러가요. 그리고 당연히 이 다큐의 핵심은 그 쪽이겠죠. 그리고 마지막엔 그 시절 그 모습을 요즘 미국 꼬라지(...)와 연결지으며 매우 교훈적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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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이는 로렌스라는 양반은 수년 전에 세상을 떴구요. 미셸은 아직 생존해 있지만 이 영화에 출연은 거부했다고 합니다.)



 - 그러니까 무슨 공포 소재에 진심인 다큐 같은 건 전혀 아니고 '과거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돌아 보아요' 쪽에 가까운 건전 다큐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소재에 비해 이야기는 많이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 그래서 화끈한 재미(?) 같은 건 없지만 대신 몸에 좋은 음식 같은 느낌으로 부담 없이 볼 수 있구요. 또 그 시절 미국의 그 광풍이 워낙 황당무계한 스케일로 전개되었던 지라 굳이 자극적으로 안 가도 재미는 분명히 있어요. 그러니 다큐 좋아하시는 분들, 자극적인 것보단 좀 건전하면서도 메시지는 확실한 스타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실만 할 겁니다. 저도 재밌게 잘 보았어요. 끝입니다.




 + 처음에 적었 듯이 2023년 영홥니다. 트럼프 재선 후에 나왔다면 영화의 결말부가 훨씬 화끈해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ㅠㅜ



 ++ 덧붙여서, 이걸 보면서 '미국이 요즘 이상해진 게 아니라 사실 예전부터 쭉 이랬구나' 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네요. 80년대면 이젠 아주 옛날이긴 해도 당시의 우린 '오오 선진국 미국! 성숙한 시민 의식과 합리적 뭐뭐...' 이러고 살지 않았습니까. ㅋㅋ 근데 사실은 진작부터 나라 꼴이 이랬...;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만, 뭐 다 실제 사건 이야기니까 알고 계신 분들에겐 별 상관 없겠죠.


 미셸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며 세 딸을 키우던 독실한 신자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였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자라서 평범하게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듯 했습니다만. 동네 정신과 의사 로렌스를 만나 상담을 받으면서 이 양반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네요. 그러고 시작된 상담 세션에서 로렌스는 미셸의 잊혀진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리는 시도를 했고, 거기에서부터 '다섯 살 때 엄마에 의해 악마 숭배 집단에 넘겨져서 온갖 가혹 행위를 당하고 죽을 뻔 했는데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구해줬고 난 살아남았다' 로 요약되는 기나길고 기괴한 체험담이 튀어 나와요. 그리고 그걸 책으로 써서 히트를 치고,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고 티비에 출연하고... 하면서 사타니즘 공포가 전 미국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런 사연인데요.


 그 유행이 어떤 지경이었는가 하니, 곧이어 미셸과 비슷하게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렸다는 수많은 사탄 숭배 희생자 호소인들이 나타나 미셸과 비슷한 경험담을 털어 놓으며 티비 토크쇼들을 장악하고, 이들의 상담사들이 모두 자신의 전문적 식견에 비추어 볼 때 이건 모두 사실이라 주장하고. 대중들은 이 이야기에 깊이 빠져 들면서 이런 이야기를 부정하면 '너도 사탄 숭배냐?'라는 공격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미셸이 창시한(?) 사탄 숭배 의식 중에서도 '갓난 아기를 유괴해다가 잔혹하게 괴롭히다 죽인 후 그 고기를 먹는다'라는 부분이 대유행이 되어서 너도 나도 자긴 아기를 먹었다며 티비에서 떠들어대고. 그 범인은 거의 엄마이고 아빠이고 막 그랬다는 거죠. 그래서 전국의 아기 키우는 부모들이 공포에 떨고, 그 여파로 온갖 어린이집, 유치원의 수많은 선생들이 성추행, 성폭행 혐의를 억울하게 뒤집어 쓰고 징역 5년, 40년을 먹고 감옥에 가고. FBI와 경찰에는 사탄 숭배 집단 전담 팀이 꾸려졌으며 티비에 나오던 그 수많은 호소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수사하러 다니고... 그 와중에 미셸이 다니던 성당의 신부와 그 지역 주교 등은 미셸을 지지하며 이 사람들을 데리고 교황까지 만나고 오고 그랬대요.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문제의 그 의사 선생 로렌스는 늘상 '이런 평범한 의사로 삶을 끝내진 않을 거야'라는 말을 버릇처럼 떠들고 다니던 사람이었고. 하필이면 '어떤 여자가 정신과 의사를 통해 묻혀진 기억을 되살리며 악마에게 고통 받는 내용'의 드라마 '시빌'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상태에서 미셸을 만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미셸은 애초부터 로렌스에게 반해서 집착하는 상태였구요. 결국 로렌스는 은연 중에 미셸에게 그 드라마 내용과 같은 암시를 주었을 것이고, 로렌스에게 집착하던 미셸은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지어내다가 결국엔 스스로도 그걸 믿게 되었을 거라는 게 제작진의 추론이구요. 로렌스가 아프리카에 가서 찍어 왔다는 그 동네 사람들 종교 의식 장면에 나오는 요소들을 미셸이 자신의 사탄 숭배 체험 이야기에 아주 많이 반영하고 있더라는 걸 증거로 제시하네요.


 그 지역 성당에선 미셸과 로렌스의 책을 만드는 작업에 1만 달러 기부까지 하며 독려를 해줬답니다. 사탄 숭배 공포가 사람들을 교회, 성당으로 오게 만들 거라고 계산을 했던 거죠. 그리고 언론들은 정말 말도 안 되게 허접한 '경험자'들까지 아무 확인 없이 막 티비에 출연 시키며 시청률 팍팍 올려 돈 벌기에만 혈안이었고 뒷감당은 책임 안 짐. 결국 이 사탄 난리 때문에 전국 산부인과 병원에 추가 인력이 배치되어 경비를 도는 돈 낭비 인력 낭비가 이루어졌고 존재하지도 않는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꾸려진 전담팀들 때문에 역시 같은 낭비가 헤아릴 수 없이 커졌구요. 이런 부모들 & 티비에서 이상한 얘길 들어 버린 어린 아이들은 '혹시 여기 선생도?'라는 의심을 품은 어린이 상담사들과의 상담에서 그들이 원하는 환타스틱한 이야기를 늘어 놓다가 생사람 수백 명을 잡았구요. 결국 그 사람들은 5년 뒤, 10년 뒤에 무죄로 풀려났으나 감옥 끌려가 입은 인생 데미지는 회복을 하지 못했고... 껄껄.


 이야기의 막바지엔 미셸, 로렌스 등의 가족들이 얘길 합니다. 미셸의 동생은 '우리 엄만 완전 독실한 신자였고 평범하게 우릴 아끼고 고생하며 살다 돌아가신 분이다. 그리고 언니 말론 자신에게 나타난 성모 마리아가 자기가 못 알아 들을 불어로 말을 해서 자긴 뭔 뜻도 모르고 옮긴 거라고 주장하는데 언니는 고등학생 때 불어 짱짱 잘해서 프랑스어로 대화까지 가능했던 사람이다. 저 인간 다 뻥 친 거다.' 라고 이야기 하구요. 졸지에 남편을 미셸에게 빼앗기고 우울하게 살았던 로렌스의 아내, 딸은 대체 이게 뭔가 싶어서 지역 도서관에 가서 미셸이 (본인이 납치, 감금 되어 지냈다고 주장하는) 다섯 살일 때 동네 유치원, 학교 앨범들을 다 뒤졌더니 매우 말짱하게 찍은 친구들과의 단체 사진을 발견했다고 하구요. 사탄 숭배 이슈 관련 업무를 했었다는 전직 경찰 아저씨는 그냥 깔깔 웃어요. '아니, 정말 그 책 내용대로 미셸이 고문을 당했다면 갸 몸이 왜 그리 깨끗합니까? 성모 마리아가 흉터 다 지워주기라도 했대요? 그리고 세상에 무슨 성모 마리아가 프랑스어를 합니까? 깔깔깔.'


 그래서 이렇게 택도 없는 이야기를 그냥 본인 입맛에 맞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믿는 사람들, 그걸 아무 검증 없이 유통해서 돈 버는 미디어들 얘길 하며 2023년 시절의 핫이슈였던 큐아논 사람들 얘길 하구요.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베테랑 언론인은 이런 얘길 해요. 그래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맞서 참 열심히 싸웠고, 나중에 그 이슈가 사그라들었을 땐 그래도 사회가 조금은 진보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꼬라지 보면 다 뻘짓이었고 아무 보람도 없네요.


 마지막은 다시 미셸과 로렌스의 실제 상담 과정 녹취를 들려주며 맺어집니다.

 미셸은 계속해서 이게 맞나요. 제가 말한 게 진짜 제 기억일까요. 정말 저는 이런 일을 겪은 걸까요. 다 제가 스스로 지어낸 게 아닐까요.

 로렌스 역시 여기에 확신을 갖지는 못하는 말들을 해요. 그러다 어쨌든 우린 이걸 믿어야 한다... 같은 소릴 하는 둘의 음성으로 엔딩입니다.

    • 웬일로 다큐를 보셨나 했는데 다큐인줄 모르고 플레이를 누르셨군요. ㅋㅋㅋㅋ 저는 워낙 이런 거 보는 걸 좋아해서 기억해놓겠습니다. 개별구매밖에 안보이긴 하는데...

      • 안 그래도 '이건 듀게에선 그나마 레이디버드님이 관심 가지시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ㅋㅋㅋ 전 지니티비 영화 요금제 구독으로 본 거고 다른 곳엔 없거나 유료 서비스만 하더라구요. 솔직히 돈 내시고라도 꼭 보시라고 막 추천할 정도까진 아닌 듯 하니 그냥 잊고 사시다가 나중에 어딘가에 풀리면 그때 보셔도 좋겠습니다. 하하.

    • 2010년대 큐아논 음모론을 들으면서 뭔가 80년대에 비슷한 이야기로 사탄숭배가 성행한다는 (헛)소문이 있었는데...?라고 어렴풋이 기억하던 사건이 이거였군요. 이런걸 보면 참 사람들이 허황된 이야기를 잘 믿어요. 물론 그래서 마녀 사냥도 있었고 예전에 도시 전설도 있고 그런 거지만 이 21세기에 이걸 현실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은 정말 뭘까요;;;; 

      • 어렸을 땐 정말로 그 당시에 미국에서 사탄 숭배가 유행을 했다고 알고 자랐지요. 그게 알고 보니 다 보수주의자들과 귀 얇은 사람들이 일으킨 헛소동 쌩쑈였다는 건 한참 나이 먹은 후에야 알게 됐구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충분히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이 정도 스케일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국가적으로 낚인 일은 기억이 안 나네요. 그나마 비슷한 게 황우석 사건 정도일까요. 하지만 황우석 건과 비교하기엔 이 사탄 소동은 정말 너무 허술해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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