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의 마지막 엄마> 감상

나의 마지막 엄마(큰글자도서) 대표 이미지




<나의 마지막 엄마>


작가 : 아사다 지로

번역 : 이선희




세계 최고의 카드 회사가 VVIP 회원들을 위해 1박 2일에 50만 엔이라는 요금으로 '고향'과 '어머니'를 제공하는 "홈타운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아사다 지로의 <나의 마지막 엄마>에 등장하는 설정은 대단히 도발적입니다. 

돈으로 고향과 어머니를 구매한다는 발상. 감정까지 상품화한 세계. 과연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그리움도 상품이 될 수 있는가?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불편함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이 작품이 지적하는 지점은 상업성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그런 상품을 찾게 된 인간의 결핍과 고독이기 때문입니다.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독신으로 40년간 앞만 보고 살아온 대형 식품회사의 CEO, 중견 제약회사에서 임원승진에 실패하고 정년퇴임 후 아내에게 이혼당한 남자, 홀어머니 손에 자라 의사가 되었지만, 바쁜 일상에 소원했던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갑작스런 이별을 한 여자...

성공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가졌지만 정작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홈타운 서비스"를 찾는 과정은, 처음에는 불편한 이질감을, 마지막에는 가슴을 울리는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처음에는 돈으로 부모를 대신하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을 주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주인공들의 공허함에 동화됩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이 얼마나 깊은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지가 조용히 드러납니다.


홈타운 서비스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1박 2일, 50만 엔. 부담스런 비용이지만, 완벽하게 설계된 ‘고향 체험’을 제공합니다. 

고객은 각자의 기억에 맞춰 재현된 고향을 방문하고, 시골집에서 반겨주는 어머니를 만납니다. 

툇마루의 나무 냄새, 아궁이의 연기, 시골길의 고요함 등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묘사와, 절의 주지스님, 상점 주인, 뒷집 가족들처럼 현실감 있는 주민들의 열과 성을 다한 생활연기는 독자를 50만 엔짜리 패키지 여행의 동행자로 만듭니다. 

이러한 장치들은 설정대로 연출된 가짜라는 것을 잊게 할 만큼 정교하여, 마을을 방문한 고객들은 어느새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이웃집 치요 아주머니네 자식들'이 되어 버립니다.


소설의 핵심적인 긴장은 '연출된 감동'이 과연 가짜인가 하는 물음에서 옵니다. 

배역을 연기하는 어머니, 스태프가 꾸민 고향집, 대본이 있는 저녁 식사. 그런데 그 공간에서 흘리는 눈물은 가짜인가? 

작가는 독자에게 쉽게 답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 어머니와 보낸 시간에도 우리는 얼마나 진심이었는가'라는 역질문을 던지며, 진짜인가 가짜인가의 문제를 진정성의 문제로 치환시킵니다.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상실을 안고 있습니다. 

이미 어머니를 떠나보낸 사람,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낸 사람, 혹은 애초에 따뜻한 기억 자체가 희미한 사람...

그들이 원하는 것은 기억 속의 어머니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거나 너무 일찍 잃어버린 '조건없는 모성애'를 느끼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홈타운 서비스는 단순한 고향 체험이 아니라,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던 감정을 정리할 기회입니다. 

가짜 어머니가 건네는 "지금까지 잘 살아왔어. 엄마가 힘껏 칭찬해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니 편이야"라는 한마디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원초적인 내면의 결핍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그리고 가짜 어머니가 주인공을 위해 정성껏 차려낸 소박한 시골 밥상을 통해 진짜 온기가 전해지는 순간, 독자들에게 복합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비용이 비싼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은 추억을 파는 사업이 아니라, 후회를 정산해주는 사업입니다.

작가는 이 서비스를 자본주의의 괴상한 상품이 아닌, 상처 입은 어른들을 위한 '성인 대상의 테마파크' 내지는 '연극 치료'로 격상시켜 논리적 설득력을 확보합니다.


독자들에게 '울게 만드는 사람'이라 불리는 아사다 지로의 필력은 여전합니다.

자칫하면 유치한 설정으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정교한 심리 묘사와 치밀한 연출을 통해 묵직한 휴먼 드라마로 빚어냈습니다. 

독자가 가짜라고 인식하는 순간조차도 그 안의 진심을 믿고 싶게 만들고, 어느 순간 ‘저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비록 1박 2일의 한정된 계약 관계일지라도, 그 안에서 오고 간 눈물과 위로는 결코 가짜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게 합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느껴지는 뭉클함은, 바쁘게 사느라 미처 돌보지 못한 우리 안의 어린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의 원제는 <어머니가 기다리는 고향>입니다.

당신은 지금,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 있으신가요?


    • 그렇네요. 정말로 소개해주신 설정만 보면 노골적 목적을 위한 쉬운 설정으로 흘러가는 인위적인 이야기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요. ㅋㅋ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던 감정을 정리할 기회' 라는 설명에 아 그렇구나. 하고 납득했습니다. 성격상 이런 서비스를 원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당하면서(?) 기분이 나쁘진 않을 것 같고 그래요. 거기에 기억을 토대로 만든 정교한 고향 모습도 덧붙여진다니 오히려 좋을 것도 같구요.




      ...근데 제 결론은 '지금 곁에 계신 어머니께 더 잘 해드려야지'로 끝나 버리는군요. 하하. 이번 글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당연한 결론이죠.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 하여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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