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1995년, 그렇게 크게 흥했던 회사는 아닌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영화사인 트라이마크에서 배급한 게임입니다.
아마도 윈도우95전용으로 나온 첫번째 게임이 아니었나 싶네요.
도스에서 윈도우 95로 넘어갈 때 MS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게 윈도우는 게임에는 꽝이라는 인식이었죠.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도스 게임은 제작자들이 하드웨어를 직접 쥐고 흔드는데 윈도우는 OS의 레이어를 첩첩이 거쳐야 하드웨어에 접근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MS는 '윈도우95는 이전 버전들과는 다르게 게임도 잘된다'고 어필해야할 필요성이 있었고, 그래서 뭐 이 하이브가 대충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랐었나봐요.
그러려면 재미가 있고없고 보다도 일단은 사람들 눈길을 확 잡아끌어야겠죠. 그래서(?) 이 게임의 스타일은 사람들 눈길 끄는 데는 직방인, LD 게임입니다. 80년대 초에 오락실에 LD를 이용한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선풍적인 화제를 끌었던 적이 있죠. 하지만 LD에 녹화된 영상을 불러다 재생한다는 태생적 한계상 게임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고 금방 지루해져서 붐이 오래는 못갔습니다. 그러다가 10년쯤 지나 멀티미디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LD에 밖에 수록할 수 없었던 동영상을 CD에 집어넣는 게 가능해지면서(화질은 걸레짝같이 열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당시엔 그런걸 보고도 헬렐레 했었죠...), 90년대 들어 LD 게임같은 형태의 게임들이 재유행했던 적이 있죠. LD로 돌리는 게임은 아니니까, CD 게임....이 아니고 FMV 게임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만... 요새는 이런 형태의 게임을 레일슈터라고도 하는 모양이고.... 대략 스타워즈 레벨 어설트가 (스타워즈 이름발로) 히트한 게 기폭제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분명히 10년전에 망했던, 망한 이유가 있었던 게임형태가 다시 흥했다는 게 어찌보면 좀 그렇죠. 뭐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니까...
그래도 CD FMV 게임이 LD 게임보다 나았던 점도 없지는 않은데 LD 게임은 배경에 깔리는 LD 동영상과 그위에 입혀지는 CG로 그린 스프라이트의 괴리가 너무 심해서 위화감이 생겼는데, CD 레일슈터는 둘 다 저해상도라서 좀더 일체감이 들었다는 거....ㅎㅎ
뭐 어쨌든, 도스에선 이미 FMV 게임들이 넘쳐났던 시기긴 하지만, 하이브는 일단은 윈도우 95 전용이란 게 임팩트가 있었고, 나왔던 당시로는 탑클래스의 동영상을 제공했고 CD 두장으로 구성되어 분량도 꽤 되었고 해서, 화제성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판매도 꽤 잘되었다고 하고요. 근데 LD게임의 특성이 게임을 직접 하는 사람보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더 재미있다는 거죠ㅎㅎ.
이 게임이 화제가 꽤 되기는 했지만 해보고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을 제 주변에선 못봤던 거 같아요. 이 게임을 하고싶어서 윈도우 95를 샀...깔았다는 사람도 못본거 같고ㅎㅎ
어쨌든 당시로선 볼만한 구경거리긴 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 나왔을 당시에 산 사람은 돈아깝다는 생각은 안들었을겁니다. 아마도...
워낙 초기 게임이다 보니 지금보기에 몇가지 이례적인 모습이 있는데 게임을 실행하면 무조건 directX를 깔아버립니다(1.0인지 2.0인지 좌우간 맨 처음 나온 최고 구버전...) 그래서 이거 한번 하고 나면 dirextX를 쓰고있던 신버전으로 다시 깔아야했던 듯...(초기 디렉텍스에는 하위버전이 상위버전을 덮어쓰는 걸 막는 기능이 없어서...) 게임이 바로가기 같은 것도 안만들어서 실행방법이 그냥 CD를 집어넣고 오토런 띄우는 것밖에 없었던 듯도... 뭐 그게 MS가 초기에 윈도우 95를 광고하던 컨셉이기도 하죠. 게임기처럼 시디만 집어넣으면 바로 실행이 된다는 거. 동영상 스킵도 제대로 안되고(esc 누르면 그냥 게임이 종료되 버림) 여러모로 불친절합니다. 뭐 당시엔 그게 당연한 거였던 것 같기도....
플레이스테이션으로도 나왔는데 그쪽에선 욕만 먹었다는 것 같고요. 일본에선 하이브 워즈라는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이런 형식의 게임이라면 '7번째 손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확인해 보니 그건 이것보다 먼저 나와서 도스에서 돌아가는 게임이었군요.
당연한 얘기지만 편법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 화려하게 깔아줄 뿐 게임 플레이가 단순하고 선택의 폭이 사라지다 보니 액션보단 스토리 중심 어드벤쳐 쪽에 어울리는 형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참... 다들 어떻게든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세계를 보여주려고 애 많이 쓰며 살았구나 싶어서 좋네요. 하하. 오랜만에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어드벤처 업계가 FMV에 몰빵했다 나락으로 갔죠. 그 당시에는 확실히 사람들 관심을 끄는 효과가 만땅이었지만 그게 오래는 못갈거라는 걸 파악했어야 했는데.... 뭐 그런 유형의 실수는 지금도 계속 현재진행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