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에뮬레이터가 있네요
https://dreamm.aarongiles.com/
DREAMM 이라는 에뮬레이터입니다.
나온지 꽤 된 것 같은데 전 이제 막 알았어요.
이름이 MM에서 끝나는 데서 대략 SCUMM과 연관이 있을 거라 짐작할 수 있겠는데, 직접 관련은 없지만, 이것도 처음 시작은 루카스의 SCUMM 게임을 실행시키는게 원래 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미 SCUMMVM이라는 꽤 근사한 물건이 있는데 굳이 이런 게 왜 또 있느냐면, 아마도 저처럼 최근의 ScummVm의 행보에 불만이 있으신 분이 만든 것 같아요.
요새 svm은 뭐 이것저것 정신없이 닥치는대로 막 갖다붙이다보니 요새 뭔가 많이 변질된 느낌인데... svm의 최근 버전은 FMV 레일슈터(LD 게임)까지 추가를 했더군요. 그전에는 어둠속에 나홀로가 어드벤처가 아니고 액션게임이라 추가가 안된다 어쩌고 이러던 넘들이...(mame도 그렇죠. 대체 왜 mame에서 아미가 게임이 돌아가냐구요) 그덕에 요새는 크고 무겁습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신버전 나오면 받아만 놓고 안돌려보게 되었어요.
DREAMM은 svm과는 지향점이 다른데, 2000년 이전의 루카스아츠 게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도스와 윈도우와 FM 타운스만 에뮬레이트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도스 이전 8비트 게임들은 빠지고, 제작자 양반이 2000년 이후로는 아직 에뮬로 돌리기엔 빡세서 안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원대상이 SCUMM 게임이 아니라 루카스 게임입니다. 그 시기동안 루카스가 만들었던 액션, 시뮬레이션, 기타 등등이 거의 다 돌아갑니다. 엑스윙이나 다크포스, 최상의 시간, 파이프 드림 이런것들까지.
SVM과 다른 건 SVM은 스스로 에뮬레이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건 분명히, 도스, 윈도우, FM 타운스 에뮬입니다. 원본 실행파일이 있어야 돌아갑니다. 다만 하드웨어/OS를 몽땅 다 재현하는 건 아니고, 딱 지원하는 게임에서 사용하는 부분만 에뮬레이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볍습니다. 크기도 딸랑 30메가 정도. 요새 별것 아닌 소품들도 기본 몇백메가는 되던데 이례적이지 않은가 싶어요.
글고 나름 편의성에 신경쓴 것 같아요. svm처럼 사용자가 귀찮게 파일 추출하고 뭐뭐뭐 하고 할 필요 없이 인스톨 된 게임, 혹은 원본 디스크, CD(이미지)를 마우스로 끌어당기면 지가 알아서 필요한 파일(CD 오디오까지)을 끄집어내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설정하려면 이것도 좀 복잡하긴 한데, 그래도 svm보다는 간단한 것 같고요.
이게 특히 힘을 발휘하는 건 90년대 말의 3D가속 지원하는 윈도우 게임들이네요. 요즘 실행하려면 무슨무슨 호환성 설정에 패치에 이것저것 받아다 막 깔고 온갖 생쇼를 해야하는데, 걍 마우스로 끌어다 놓으니 바로 돌아갑니다. 미리 지정된 게임들에만 맞춰서 실행시키는 저격형 에뮬이라 이것저것 신경쓸 것도 없어 보이고요(물론 게임내 옵션 설정은 각자 알아서 해야죠)
시디 체크같은 것도 지가 알아서 처리하고 레지스트리라든가 이런 건 가상으로 만들어서 관리하네요.
아직 svm에서는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있는 원숭이섬 4와 인디아나 존스 지옥기계도 깔끔하게 돌아갑니다. 인디아나 존스는 부두에서만 되는 몇몇 효과도 가능하게 만든 것 같아요.
어쨌든 한동안은 이거 가지고 놀 것 같네요.
그냥 열정과 능력만 갖고 이런 걸 만들어내서 공유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늘 존경스럽고 부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때 컴퓨터에 빠져 살 땐 언젠가 저도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걸 계속 이어가기엔 저는 넘나 게으른 사람이었을 뿐이고... ㅋㅋ
사실 에뮬은 오래 전에 MAME 한참 가지고 놀다 접은 후론 거의 건드린 적이 없는데요. 그 시절에도 MAME는 이미 너무 무거웠죠.
얼마 전까지 마소에서 엑스박스 사업 수장을 하던 양반이 강조하던 게 레거시. 오래된 게임이 최신 하드웨어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가게 하는 거였는데요. 기기 에뮬레이팅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결국 저작권 문제 때문에 한계가 명백해서 아쉬웠거든요. 결국 진짜로 그렇게 옛날 게임들을 돌려가며 놀 수 있으려면 대기업이 아닌 개개인 열정 능력자들이 에뮬 같은 걸 만드는 방법 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위의 에뮬레이터는 팀도 아니고 개인이 만든 거더군요. 대부분 에뮬이 처음엔 개인이 시작한 거긴 하지만.... 유명해지면 점차 여러사람 붙으면서 공동 프로젝트가 되어 규모가 점점 커지고 그러다 원작자는 빠지고, 다른사람들도 각자 할일 바쁘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지고 그러면 중단되고, 그럼 다른 팀이 포크해가서 개조판을 만들어 그게 대세가 되고.... 그런 흐름들을 많이 봤는데, 자기 일 하면서 저런 걸 취미로 하는 분들이 참 부럽고 존경스럽죠. 시간은 좀 오래걸리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