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투자 잡담. 늙은 투자자의 장점


 1.주식을 잘한다는 건 과연 어떤걸까? 왕좌의 게임에 이런 말이 나오죠. '세상엔 늙은 용병도 있고 용감한 용병도 있다. 그러나 늙고 용감한 용병이란 건 없다'라는 말이죠.


 '용감하다'라는 표현을 주식시장에 치환하자면 '적극성'이라고 해야겠네요. 위의 말을 빌리자면 '세상엔 늙은 투자자도 있고 적극적인 투자자도 있다. 그러나 늙고 적극적인 투자자란 건 없다.'라고 해야 할 거예요. 



 2.가끔 쓰듯이 투자라는 건 오랫동안 살아남는 게 중요해요. 주식으로 1년만에 100억을 번 사람보다 20년동안 주식을 해서 50억을 번 사람이 더 모범적인 투자자라고 믿거든요. 


 1년만에 100억을 벌어본 놈이 그 다음 19년동안 뭘 하겠어요? 그 자에게 다음 19년은 그 100억을 잃을 위험만이 가득한 나날이거든요. 20년동안 주식으로 50억을 번 사람은 20년동안 50억을 벌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20년동안 망하지 않았다는 점이 위대한 거예요.


 왜냐면 1년만에 100억을 벌려면 그만큼 적극적이어야 해요. 쉴새없이 분석을 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매매를 해야 하죠. 물론 주식을 잘 하는 놈이면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이길 수도 있죠. 그러나 그 정도의 적극성을 띈 채로 계속 액션을 취하다 보면 한 번은 틀려요. 그리고 그 한번 틀리는 게 반드시 큰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죠. 돈만 잃으면 상관없겠지만 사람이란 건 그렇지 않거든요. 반드시 돈과 멘탈을 함께 잃죠.


 

 3.만약 그가 평생동안 딱 1년만 주식해서 100억을 벌고 두 번 다시 이 바닥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는 위대한 투자자예요. 하지만 어떤 놈이 위대한 투자자인 채로 남고 싶겠어요? 


 '난 5년 전에 엄청난 성공을 했었지'라고 하거나 '난 20년 전에 100억을 벌었었지'하면서 살고 싶은 놈은 없단 말이죠. 한 번이라도 성공의 맛을 본 모든 사람은 오늘 위대한 사람이 되려고 사는 거지 20년전에 했던 성공을 자랑스러워하며 살아가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이게 적극적인 투자의 위험한 점이죠. 계속해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나선에 빠져버리니까요.



 4.휴.



 5.요즘 돈을 벌었다고 인증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비아냥이 따라붙어요. '시장이 떠먹여준 수익을 네 실력으로 착각하지 마라. 엣헴.'같은 일침들이죠. 비록 그게 맞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그런 일침성 발언을 지껄이는 건 신포도랍시고 궁시렁거리는 거죠.


 게다가 시장이 수익을 떠먹여주는 바로 그 순간에 주식을 하고 있었다는 게 실력이거든요. 이렇게 좋은 장이 온 순간 타이밍 좋게 주식을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수많은 사람들은 국민 주식인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를 사놓고 10년, 15년씩 주식 못하는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없는 돈인 셈치고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었을 테니까요.


 주식 못하는 사람이라는 비아냥이 난무할 때는 그게 멍청한 짓으로 보였겠지만 지금은 아니죠. 웬만하면 2배, 많게는 10배 가량 현금이 뻥튀기된 사람이 많잖아요? 



 6.이 사람들이 주식 못하는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참지 못하고 무언가 적극적인 결정을 했었어봤자 어차피 틀린 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활황장이 수익을 떠먹여 주는 그 날이 언제 올지...5년 후에 올지 10년 후에 올지 아니면 20년 후에 올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날이 올때까지 바보처럼 가만히 있는 게 결국 범인이 천재 흉내를 낼 수 있는 유일한 한 수였던거죠. 



 7.그러니까 주식 투자란 건 결국 용감하지는 않지만 늙은 용병이 되는 길을 택하는 게 좋아요. 목숨을 잃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용감하고 실력 좋은 용병이 될 수 있다면 멋있겠죠.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길을 걸으려다가 그나마 가진 불씨마저도 잃어버리곤 하니까요. 당장은 돈을 못 버는 투자자라도, 어쨌든 돈을 잃지는 않고 투자자로 살아남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시장이 떠먹여 주는 좋은 날이 한번은 온다는 거죠.

 

 중요한 건, 좋은 날이 왔을 때 살아 있어야 한다는 거죠. 좋은 날을 누리는 건 살아남은 사람들의 특권이니까요.








    • 생전 주식은 생각도 안하다가 요즘 너도 나도 주식하는거 같아서 발을 좀 들였더니 이거 그냥 도박이랑 다를바 없더군요.


      아침이면 주식장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 하는 부장님 그렇게 한심했는데 지금은 저도 그런거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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