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담] 저를 관대하게 만드는 그 시절, 그 갬성 '오버 더 레인보우'

(이렇게 귀여운 이정재는 참 오랜만 ㅎ)
- 기상 캐스터 진수(이정재)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다행히 몸은 별로 다치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왔던 소중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만 기억이 나지않는 우연찮게도(?) 스토리 전개하기에 편리한 증상의 '부분적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네요.
아무래도 대학시절 알게 된 여성인 것 같은데 특히 한창 열심히 활동했던 사진 동아리 멤버였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그래서 당시 멤버들 중 최근까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도 한 명씩 찾아가서 그 시절 추억을 되짚어보며 과연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을 되살리려 하는데요. 그들 중 최근 실연의 아픔을 겪은 연희(장진영)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시작합니다.

(과연 운명의 그녀는)

(도대체 누구일지)

(전~~혀 예측이 안되네요?)
- 허무하게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배우들 하면 저는 고 이은주, 장진영 씨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가끔 생각나면 둘 중 장진영 출연작을 찾아보는걸 더 선호합니다. 이은주는 하필 작중에서도 죽는 캐릭터들을 많이 맡았었고 보다보면 유달리 더 슬프고 마음이 아파지는데 장진영은 물론 '소름' 같이 힘든 작품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밝고 기분좋게 볼 수 있는 출연작들이 더 많아요. 제가 특히 좋아해서 블루레이 소장중인 '싱글즈'도 있구요. 최근에 또 이 분 생각이 나길래 '국화꽃 향기'를 다시 볼까 하다가 거기서 죽는 역할이었지(하필 실제와 같은 암) 하고 다른 멜로물 뭐 없나 하다가 이 작품을 아직 보지 못했었다는게 생각나서 골랐습니다.
냉정하게 완성도를 평가하면 그냥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가 지금 그리워하는 2000년대 초 갬성 충무로 로맨스 영화들을 다시 보면 대개 그렇더라구요. 정말 작품적으로 훌륭했다 싶은 건 대부분 멜로 장인 허진호 작품들 포함 소수이고 나머지는 그냥 왠지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 분위기, 대충 아련하고 애틋하게 잡아내면 되는 감정선, 이쁜 배우들 비주얼 뜯어먹는 맛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연애소설', '동감', '클래식' 같은 작품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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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의 메인 플롯인 '그녀'를 찾아간다는 것도 제가 위에 장난처럼 써놨지만 너무나도 진상이 뻔한데 물론 시치미 뚝 떼고 그 과정을 재밌게 만들기만 한다면 괜찮지만 새로운 후보를 만나며 대학시절 회상이 나오고 또 새로운 후보가 등장하고 이런 반복되는 것이 금방 물리구요. 그래도 이걸 꾸역꾸역 1시간 50분 가까이 되는 영화에서 거의 후반부 막판까지 끌고가다가 밝혀놓고 갑자기 주요 조연 중 한 명을 아주 나쁜 악역으로 만드는 반전을 드러내더니 급봉합하면서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끝이 나니까 굉장히 신경써서 힘을 준 엔딩 시퀀스와 노래가 흐르면서 갬성 터지는 엔드 크레딧에서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차라리 중후반부 정도에 진상을 밝히고 결말로 가는 과정에 조금 더 러닝타임을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오버 더 레인보우'라는 제목의 의미는 그녀의 정체와 당연히 기상 캐스터라는 남주의 직업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데요. 이것도 억지까지는 아니지만 그 의미와 상징이 이래저래 좀 엉성했습니다. 제목 때문에 저작권료 쎄게 지르고 삽입했을 그 명곡은 역시나 반가웠습니다만... 돈값 하려고 했는지 여러번 나오더군요. 하하;;
단점부터 줄줄이 적어서 많이 별로였던 것 같지만 사실 그래도 좋게 봤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제가 아무리 완성도에 이리저리 구멍이 뚫려있어도 2000년대 초반 갬성만 어느정도 살아있으면 마음이 엄청 약하고 관대해지더군요. 특히 이런 소재의 작품들은 제가 그 비슷한 시기에 대학생활을 해서인지 더 괜히 노스탤지어 뿜뿜하고 그러면서 혼자 애절하게 보는 것 같아요. 물론 여기서 회상하는 대학시절은 작중 현재시점에서 약 10여년 전이라 90년대 초입니다.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모 그룹 히트곡도 삽입되고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 시절 두 주연배우는 당연하고 조연들 중에서 당시엔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잊혀진 얼굴들(공형진, 정찬, 김흥수), 당시에는 무명이었는데 이후에 많이 뜬 얼굴들(엄지원, 김서형) 등이 화면에 나올 때마다 혼자 괜히 박수치고 좋아하고 그랬네요.

(짧았던 전성기 '소름' 때문에 짧게 깎은 머리를 다 기르기 전에 출연한 작품들이 많아서 추억속에 항상 단발인 장진영, 풋풋한 이정재가 참 보기 좋습니다. 이정재는 '시월애'에서 처럼 캐릭터가 느끼하고 오그라드는 대사를 치지 않아서 더 플러스 ㅋ)
- 로맨스물 주로 찍던 시절 풋풋한 이정재, 참 아름답고 멋지셨던 고 장진영 외에 여러 추억의 배우들, 무엇보다 2000년대 초반 충무로 멜로물 갬성이 그리우신 분들은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고 가볍게 감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왓챠, 티빙, 웨이브에 다 올라와 있는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96-qLxayOAY
https://www.youtube.com/watch?v=4Ixw1Wd1HPc
혹시 당시 인터뷰 영상 같은게 남아있나하고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니 이렇게 영화 본편이 두 파트로 나뉘어서 올라와 있었네요. 혹시 저 서비스들 중 하나도 쓰는게 없는데 보고싶다 하시는 분들은 화질은 별로지만 저기서라도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추억 돋는 이미지들이네요. 장진영의 대표작이면 역시 '소름'이겠지만 저는 엉뚱하게 '반칙왕' DVD를 가지고 있어서 그 연기를 가장 많이 봤습니다^^
그러고보니 '반칙왕'에서도 나름 비중도 꽤 있고 연기 좋았었죠. 아무래도 '소름'으로 여우주연상 받은 이후를 전성기로 쳐주다보니 대표작으로 잘 언급이 안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소름', '싱글즈', '국화꽃 향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짧았던 전성기를 대표하는 출연작일 것 같습니다. '청연'도 여기에 포함이 됐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장진영이 1990년대 후반에 데뷔해서 2000년대 중반까지 활동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진짜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싶습니다.
장진영이라는 이름은 장원영의 언니인 장다아의 본명으로 더 기억될 시기도 오겠죠....
'소름'이랑 같은 해에 나온 영화인데 벌써 24년이 다 되어가니 말이죠. 참... 세월이
이 분 활동 시기에 영화를 거의 안 보고 살아서 정작 본 영화는 '청연' 뿐이지만 호감을 갖던 배우였어요. 씩씩한 사람 같고 병과는 멀어보여서 더 놀랐던 거 같아요.
기억하시겠지만 그 '청연'이 실제 인물 친일파 논란 때문에 흥행이 망했죠. 장진영이 유달리 열정적으로 준비했던 작품인지라 실망이 컸는지 잠깐 공백기를 가졌다가 컴백했는데 이것만 아니었어도 생전에 작품 두어개 정도 더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2003년에 나온 '싱글즈'만 봐도 정말 생기가 넘치고 반짝반짝 빛나던 분이었는데 불과 4년 후에 암 진단을 받고 그렇게 될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겠죠.
'그 시절의 분위기'란 게 참 힘이 세죠. ㅋㅋㅋ 허진호 영화들을 제외하면 그 시절 최강 로맨스 영화는 '광식이 동생 광태'라고 생각하는데... 생각해 보니 거기에서 주인공 하셨던 분도 세상을 떠난지 이제 한참 됐군요. 왜들 그리 일찍 가셨는지. ㅠㅜ
이 영화는 아직 안 봤는데 아마 당시에 평가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걸로 기억해요. 저도 장진영씨 때문에 언젠간 봐야지... 하고 찜은 해뒀거든요. 이렇게 된 김에(?) 조만간 한 번 볼까 싶기도 하네요. 말씀대로 폼 안 잡고 귀엽게 나오는 이정재 영화도 귀하고 말이죠. 하하.
막상 이 영화들이 상영하던 시기에는 당연히 그런 '그 시절 갬성'을 느낄 수가 없고 그냥 당시의 모습을 그렸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지나고 보니까 진짜 힘이 셉니다. ㅋㅋㅋ
저도 그 영화 참 좋아했는데요. 그러고보니 김주혁도 장진영이랑 서로 인연이 꽤 있었죠. '싱글즈', '청연'에서 연이어 상대역을 했었고 장진영 암 투병 - 사망소식도 참 슬펐지만 김주혁도 너무 급작스러워서 허무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이번에 보고나서 찾아보니까 평가가 나쁘진 않았네요. 당시 국내 로맨스물 평균 정도? 이정재, 장진영 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도 다 귀여워서 좋았어요.